SNS규제에 나선 러시아, 게시물에 대한 책임 물어

SNS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힘든 일을 겪었나?
러시아 도서관
러시아 도서관 출처 : 파벨 리시친/ 리아노보스티

스물한 살 마리야 세스토팔로바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시(모스크바 동쪽 약 4000km)에 있는 방과후교육센터에서 5년을 보컬 강사로 일했다. 2016년 12월 19일 티무르 불라토프라는 사람이 센터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자신을 '러시아 제1 도덕 전선'(공식적으로 그런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라는 단체의 위원이라 밝히며 마리야는 강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티무르는 러시아 SNS 업체 '브콘탁테(Vkontakte)' 페이지에 있는 사진과 게시글을 근거로 31장에 달하는 문서를 작성한 뒤 센터로 전화한 바로 그 날 해당 학교 교장, 검찰과 시 당국에 이를 발송했다. 이 문서에서 티무르는 마리야가 술 동호회에 가입되어 있고 맥주병을 든 사진이나 연기가 자욱한 사진을 게시하는 등 동성애와 불건전한 생활방식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서의 결론 부분에서 티무르는 마리야가 연방정부교육표준(Federal State Educational Standard)이 정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강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연방정부교육표준에는 SNS와 인터넷에서 교육자가 취해야 할 적절한 처신과 품행에 관한 규정이 없다.

 

Публикация от Мари (@_maryshe_)

다음날 마리야는 학교장의 뜻에 따라 강사직을 그만두었다. 마리야가 러시아어권 SNS '피카부 (Pikabu)'에 직접 올린 글에 따르면,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학교의 평판은 물론 마리야 자신과 부모님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끼칠 거라며 학교측은 마리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3일 뒤 마리야는 강사직에 복귀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리야가 Russia포커스 통신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학교로 되돌아갔지만 2주 후에 다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마리야는 “일하는 게 편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또다시 모함 할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학교 분위기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도 행여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내 편에 서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마리야는 “나는 현재 사립음악학교에서 근무한다”면서 “ '불순한 장난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응하는 것'이 유감”이라고만 말했다.

날카로운 풍자의 대가는 해고

지자체가 발행하는 소식지 다시 말해 지자체 예산의 지원을 받아 발행되는 신문 '저녁의 마가단(모스크바 동쪽 1만200km)'의 편집장 안드레이 그리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가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에게 러시아식으로 너무 친근하게 대한 행동을 가차 없이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신 편집장은 사프론코프 부대사를 러시아 하위문화를 상징하는 '고프닉(gopnik)'에 빗대었다. 고프닉은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낮고 도덕적 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으며 범죄에도 쉽게 빠지는 반항적인 길거리 청년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리신 편집장은 외교관들에게 '아디다스 츄리닝'을 밀어 넣은 앞코가 뾰족한 구두를 신고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돌아다니라고 조언했다. 고프닉의 전형적인 차림새가 그렇다.

다음날 해당 지자체는 그리신 편집장을 불러 사표를 쓰라고 종용했다.

그리신 편집장은 “해당 지자체가 다수의 생각에 대해 통제권을 쥐려고 애쓰면서 극단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는 더 강해지겠지만, 그런 시도에 반발하는 사태가 수도는 물론 지방에서도 더 격렬해지리라 생각한다”라며 Russia포커스에 소회를 밝혔다. 사표를 낸 그는 앞으로 독립 미디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만 14세 미만 SNS 금지

어른들이 SNS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직장을 잃는다면 아이들은 SNS에 접속할 권한을 빼앗기게 될지도 모른다. 일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만 14세 미만 아동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을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 4월 상정돼 현재 국가두마(하원)에서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SNS에 가입할 때 국가에서 발급하는 신분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신분증은 만 14세가 되어야 발급받기 때문에 그 나이 미만의 아동들은 SNS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여론조사센터(VTsIOM)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 62%가 이 법안을 지지했다. 그런데 SNS를 사용하려면 비단 만 18세가 안 된 미성년자뿐 아니라 모든 러시아 국민이 신분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항목에 이르자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응답자 수가 35%에서 52%로 급격히 증가했다.

어떤 경우에도 상황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면서 러시아 주요 매체 RBK의 국가두마(하원) 소식통들이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해당 법안의 조항들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평가했다.

도서관 사서가 지켜야 할 새로운 규범

교사와 기자들 일부의 SNS 계정이 추적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공식적인 추적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다. 2016년 6월 1일부터 공무원들은 자신이 올린 인터넷 및 SNS 게시물과 메시지의 링크를 전부 제출해야 했다.

도서관 사서들도 SNS 활동이 통제되는 상황을 곧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도서관협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도서관 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을 마련했다.

이 규범에 따르면 사서들은 SNS에서 '정치, 민족, 성 정체성,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형태의 격한 언명'을 자제해야 한다. 이유로는 ‘사서들의 게시물을 사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도서관을 대표하는 사람의 의견으로 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으로 제시됐다. 도서관 임원진은 직원들의 SNS 활동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며 직원이 이 규정을 위반하면 주의, 질책, 해고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행동 규범 마미에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법률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행동 규범은 법에 저촉된다. Russia포커스가 러시아법률가협회 이고리 그레츠키 회원에게 이 행동 규범 검토를 의뢰했다. 그는 “고용주의 지엽적인 규정이 고용인의 처신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이유는 러시아연방 헌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행동 규범은 게재된 지 며칠 만에 협회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었다. 이 협회의 실무그룹 '도서관과 소셜 미디어'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예카테리나 시바예바는 이 사태와 관련된 논평을 거절했다. 그의 비서가 Russia포커스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행동 규범 문안을 다시 논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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