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 바라는 새로운 대러 관계

대외 환경과 크게 변하고

경쟁도 더 치열해진 상황

러시아 전문가들 크게 반성하고

과거 메가 프로젝트 프레임서 벗어나야

오피니언
 Arctic icebreaker Admiral Makarov
블라디보스토크항 출처 : 비탈리 안코프/ 리아노보스티

문재인 대통령의 출발은 인상적이고 좋아 보인다. 민을 우선으로 하는 겸손한 초심을 유지하고 당면한 국정 과제를 효율적으로 잘 풀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에서 업을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가운데 대러 외교,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간다.

박종호,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대표
그러나 현재 발표된 몇 가지 대러 대외 정책은 지난 보수정권, 그리고 지지난 진보정권의 대외정책 노선이나 아젠다에서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인다. 물론 참신한 깜짝 의제를 꼭 바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정책의 지속성, 안정성 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외환경 여건이 더 복잡해졌고 경쟁도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아래와 같은 근본 문제들을 좀 곰곰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째, 늘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중요성을 논하지만, 지금도 러시아는 맨 끝에서 언급되고, 아직도 자의타의에 관계없이 외교적 지렛대 역할, 경제협력의 잠재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 중국이 과연 우리에겐 외교, 안보, 경제 관계에서 러시아보다 더 전략적 파트너인가?

둘째, 러시아 가스관, 남북러 철도 연결, 북극항로 공동개발, 자원개발, 극동개발 등 그랜드 메가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밝혔다. 러시아, 유라시아 협력을 거론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이 메가 프로젝트들은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제대로 수행되고 성사된 적은 없다. 그러면 정권 교체에 따라 선언적으로 언급되는 아젠다가 아니라 진정한 경제적, 상업적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의제 발굴은 정말 불가능한가? 특히 한국의 민간기업들이 등 떠밀려 마지못해 참여 시늉만 내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사업은 러시아에서 불가능한 일인가?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 정책적 지원 개발은 그리 어려운가??

셋째, 최근 언론은 4강 대통령 특사 파견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지난 20년간 진보, 보수정권이 교체되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특사 사절단으로 파견한 인물들이나, 그 동안 러시아 전문가라는 그룹의 면면을 보면 강산이 서너번 바뀌어도 사람이 그대로다. 그 나물에 그 밥 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북방정책,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극동, 남북러협력, 자원, 북극항로 등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의제들이 과거 프레임에 갇혀 적당히 버무려진 뒤 이름만 바꿔달고 밥상에 오를 가능성도 커보인다. 정부 관련기관은 새 통치자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아젠다 발굴에 동분서주하고, 전문가 그룹은 열심히 그 의중을 반영한 보고서를 올리며, 각종 포럼이 개최되고, 예산은 연줄에 따라 편성되며, 외교권은 윗선의 취향과 구미에 맞게 의전에 충실하고.. 대통령은 바쁜 일정으로 정상외교 자리에 나아가 정치적 발언을 하기에 바쁠테고, 구체적인 실천은 없이 되는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과연 언제까지 과거나 현재에 갇혀 있는 파일속 자료들을 계속 울궈먹을 수 있을까?

러시아 전문가란 분들부터 우선 반성할 때다. 미국 유학파가 많아서, 윗선이 시켜서, 러시아가 원래 그래서 같은 구실을 댈 것이 아니다.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정말 국익을 생각하며 역량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진정성과 소신을 가지고 러시아 정책에 힘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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