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러시아 - 16: 러시아 3색 국기의 기원은?

바르바라 그란코바
“보드카는 어떻게…”, “푸틴은 왜…?” 러시아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목록에 자주 오르는 질문들이다. 우리는 “러시아는 왜?”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에서 다양한 관련 질문에 상세한 답변을 준비했다. 오늘은 러시아국기을 소개한다.

러시아 국기의 세 가지 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공식적 설명이 없는 관계로(최소한 그 설명이 법적으로 성문화되지 않았음) 국민들 사이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가장 인기 있는 해석은 유럽의 문장학과 연관된 것인데, 흰색은 고결함과 솔직함, 청색은 충실성과 순결함, 적색은 용기와 관용, 사랑을 상징한다는 내용이다. 좀 더 ‘지리적인’ 해석도 있다. 18세기 초 러시아 공국은 ‘벨리카야 루시(Великая Русь)’(옛 루시의 북동부 지역), ‘벨라야 루시(Белая Русь)’(벨라루스) 및 ‘말라야 루시(Малая Русь)’(현 우크라이나의 일부) 등 3개 역사적 지역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 지역이 하나의 색을 대표했는데, 각각 적색, 흰색, 청색이었다. 그래서 표트르 1세(재위 1682~1725 )는 바로 이 색들을 국기에 입혔다.

선박용 기

표트르 1세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러시아 함대를 조직해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의 통치가 시작된 때에는 러시아에 바다로 나가는 길이 없었다. 러시아문장학위원회 위원장인 역사학자 게오르기 빌린바호프에 따르면 표트르 1세가 러시아 함대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러시아 최초의 선박을 타고 강들을 돌아다니며 이미 백-청-적 삼색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황제가 유럽의 제도를 배우러 다녀 온 당대의 해양 강대국 네덜란드로부터 국기의 색을 차용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게오르기 빌린바호프 위원장에 따르면, 젊은 황제는 삼색기를 네덜란드에 가기 전에도 사용했으므로 표트르 1세가 다름 아닌 러시아 전통에 의거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표트르 1세 때부터 백-청-적 삼색기는 러시아 함대의 깃발이 됐으며, 러시아 제국의 상선도 이 깃발을 달고 다녔다.

한 나라, 두 국기

표트르 1세 후대 로마노프 왕조 시기 러시아에는 두 국기의 ‘양두정치’가 이뤄졌다. 상선기로 여겨진 백-청-적 삼색기와 더불어 소위 ‘국장기’라 하는 흑-황-백 삼색기가 사용됐다(현재는 속칭 ‘제국기’). 국장기를 국기로 승인한 황제는 알렉산드르 2세(재위 1855~1881)다. 흑색과 황색은 당시 황금색 배경에 검은 쌍두 독수리로 표현된 러시아 문장에서 가져왔고, 흰색은 러시아의 수호성인 성 게오르기우스의 색이었다.

블라디미르 메드베데프 문장관은 ‘이즈베스티야’지와의 대담에서 결국 제정 러시아에는 단일한 국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황제들의 의견은 자주 엇갈렸다. 알렉산드르 3세(재위 1881~1894)는 알렉산드르 2세의 결정을 취소하고 기념할 일이 있는 경우 백-청-적 삼색기를 쓰도록 명령했고 이 기를 ‘유일한 러시아 국기’라고 했다. 두 기가 모두 사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경축일에 국가기관에서는 ‘제국기’를 게양했고, 무역기관에서는 백-청-적 삼색기를 걸었다.

게오르기 빌린바호프 러시아문장학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무역기가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840년대에 독립을 위해 싸우던 슬라브 국가 대표들인 범슬라브회의 참가자들이 백색과 청색, 적색을 그들의 색으로 선정했을 때다. 이는 러시아와의 밀접성과 슬라브 민족의 단결을 상징했다. 오늘날 이 세가지 색은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이미 독립을 이룬 많은 국가의 국기에서 볼 수 있다.

적기에서 국기로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제정 러시아 시대의 두 국기는 사용이 금지됐고 낫과 망치, 별이 그려져 있으며 소련 정부의 상징 중 하나가 된 적기로 대체됐다. 백-청-적 삼색기는 공산주의자들에게 정을 붙이지 못한 망명자들에 의해 사용됐다. 바로 이 때문에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삼색기는 당시 마지막 해를 기다리고 있던 소련 정부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시위의 상징이 됐다.

1991년부터 백-청-적 삼색기는 새 러시아의 국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정치 집회에서도 소련 적기(공산주의자가 들고 다님)는 물론 흑-황-백 ‘제국기’(왕정주의자와 우파가 사용)를 다 볼 수 있다. 러시아 자유민주당 의원들은 주기적으로 ‘제국기’를 국기로 하자고 제안하며, 이 깃발 아래서 ‘영광스런 승리들’을 쟁취했음을 그 근거로 드는데, 전혀 성과가 없다. 블라디미르 메드베데프 문장관은 백-청-적 삼색기가 오래 전부터 공식 국기로 굳어왔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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