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들이 뛰노는 전설과 신비의 섬

발레리 마튜친/ 타스
야생마 무스탕 떼가 수십 년에 걸쳐 사는 러시아에서 유일한 곳을 방문했다.

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커다란 호수에 섬 하나가 누워 있다. 섬 위의 풀밭을 말 발굽이 지나간 무늬들이 장식한다. 이 섬의 유일하고 온전한 거주자는 야생 준마이다. 이 준마들이 샘터로 전속력으로 달릴 때면 먼지 소용돌이가 일고 땅이 흔들린다. 러시아 전래 동화에 나오는 장면이 연상된다. 이 무스탕들은 오랜 세월 섬에 살고 있으며 인간은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다.

소금 호수 안에 떠있는 섬

칼미키야 공화국(Kalmykia)의 초원과 벌판에는 스타브로폴 변방주와 로스토프 주 지역까지 아우르는 마니치구딜로 소금 호수가 펼쳐져 있다. 이 호수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경계가 지나가는 침하 지반에 형성되었는데 두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

이곳의 원주민들은 마니치구딜로를 ‘칼미키야의 사해(the Dead Sea)’라고 부른다. 밤이면 호수에서 단조롭고 둔탁한 울림이 들려온다. 관광객들은 신비로운 소리와 고대사를 듣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보드니(Vodniy) 섬과 야생마의 집이다.

과학적 가설과 전설 같은 이야기

무스탕들이 어떻게 이 섬에 살게됐는지에는 몇 개의 설이 있다. 첫째 가설은 이렇다. 20세기 중반까지 이 섬에는 농장이 있었다. 하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자 문을 닫았다. 그런데 농장의 말 몇 마리가 초원으로 도망을 쳐 그곳에 남았다. 이들이 현재 야생마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도 있다. 소련식 서부 영화 <일곱 번째 탄환(‘시지마야 풀랴’)> 촬영을 위해 보드니 섬으로 말을 데려왔는데, 촬영 도중 총소리에 놀란 말들이 섬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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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설적인 가설은 루시(러시아의 옛 이름)로 원정을 떠났던 타타르 칸 바투가 보드니 섬에 보물을 숨기고 이를 지키게 하려고 자신의 준마들을 섬에 남겨두었다는 설이다. 어느 가설을 믿어도 상관없다. 결정하기 어려우면 섬에 야생마들을 보러 갈 때 같이 가는 현지 사냥꾼의 의견을 물어도 좋다.

말들의 공동체

자유를 얻은 말들은 길들기 전 자기 조상들이 살았던 방식으로 빠르게 돌아갔다. 야생마 무리는 몇 개의 하렘으로 나뉜다. 단출한 하렘은 정말 가족 같아 보인다. 새끼와 함께 있는 암말,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수말. 조금 더 큰 그룹의 수말은 경쟁자의 소실을 강탈하는 술탄에 견줄 만하다.

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

독신 클럽들도 있다. 가족을 이루기에는 아직 힘과 경험이 부족한 어린 수컷들로 이루어진 그룹들이다. 수말들이 서로 경쟁한다지만 야생마 무리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평화롭다. 말들은 한 무리로 움직이며 샘터에도 조직적으로 간다.

무스탕들의 질투하는 기질

보드니 섬에 사는 무스탕은 가축화 된 종에 비해 더 무성한 갈기, 탄탄한 몸, 위협적인 외양을 자랑한다. 많은 수말에게서 상처와 뜯긴 털을 볼 수 있다. 암말을 얻기 위해 벌인 치열한 전투가 남긴 영광의 상처이다.

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

수컷의 얼굴은 대개 상처로 '장식'되어 있다. 싸움이 나면 뒷발로 서서 몸을 곧추세우고 이빨로 물어뜯고 앞발로 타격을 가한다. 암말의 궁둥이에도 상처가 있다. 암말이 허용 거리를 벗어나면 수말이 궁둥이를 물어 뜯어 돌아오게 하는 ‘훈시적 체벌’ 때문이다.

야생의 자유

낮에 말들은 보통 종일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하지만 석양을 배경으로 말발굽을 힘껏 내리찍으며 적황색, 검은색, 적갈색 물결을 이루어 들판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명이 스친 적 조차 없는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몇 세대에 걸쳐 야생화된 이 섬의 무스탕들은 안장이나 굴레, 박차가 무엇인지 모른다. 채찍도 모른다. 관광객들이 때때로 가져다주는 당근만 알뿐이다.

사진제공: 발레리 마튜친/ 타스사진제공: 발레리 마튜친/ 타스

야생마가 사람을 구경하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아 그런지 말들은 사람을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냥하게 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몇몇 말들은 당신이 손으로 주는 먹거리를 흔쾌히 받아먹고 갈기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을 거다. 어쩌면 야생마 무리의 우두 머리가 당신을 의심쩍은 눈초리로 쏘아보거나 발굽으로 땅을 쳐대며 위협할지도 모르겠다.

생존 문제

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사진제공: 올레샤 니콜라예바

야생 무스탕 무리는 인간의 도움이 거의 없는데도 잘 생존하고 있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여름에는 목초지에서 풀을 먹고 겨울에는 눈 밑에서 먹이를 찾는다. 다만 섬에 담수를 공급하는 문제는 어쨌든 사람이 도와주었다. 유네스코가 야생마 보호에 나섰고 수도관과 급수시설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생태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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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치구딜로 호수와 호수에 접한 땅은 로스토프 자연보호구역에 포함된다. 보드니 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프티치’라는 작은 섬이 있다. 매년 이곳으로 쇠백로, 혹백조, 노랑발갈매기, 사다새 같은 희귀조류 떼가 날아든다. 오뉴월에는 튤립섬(호수에 있는 12개 섬 가운데 하나)을 관광하는 코스를 운영하는데 그때 꽃봉오리가 어떻게 터지는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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