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 – 미신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안내서

에브게니야 아꿀로바
Russia 포커스가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모스크바 지하철역 중에서 ‘기운의 중심’이라고 하는 주요 역을 소개하는 안내서를 만들어보았다.

파랑선: ‘플로샤디 레볼류치 (혁명 광장)’역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의 말을 믿는다면 이 지하철역을 거닐면서 열 가지 중요한 소원을 빌면 삶이 근원적으로 편해질 수 있다. 소원을 빌 대상과 의식을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개다. 지하철내 국경수비병 동상이 안고 있는 목양견 동상의 코를 문지르면 그날 하루가 잘 풀릴 것이다. 지하철에서 ‘사는’ 네 마리 목양견 동상을 다 찾아가 코를 문지르면 효험이 더 좋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탉을 안고 있는 여인상은 재정 문제를 주관한다. 수탉의 볏을 한번 당겨보는 것으로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불행한 사랑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여학생상 앞으로 가자. 단, 청년공산동맹원(콤소몰)인 이 여학생은 너무 허물없는 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행복한 사랑을 이루고 싶다면 이 아름다운 여학생의 구두를 슬쩍 문질러보는 것으로 족하다.

순환선: ‘키엡스카야’역

지하철역에 걸린 ‘소비에트 권력 쟁취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투쟁’이라는 제목의 모자이크 패널을 유심히 뜯어보면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는 적군 병사가 보인다. 하지만 착시현상이다. 그림 속 전화기는 1910년 독일이 개발한 최초의 야전 전화기 FF-17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시간여행이 자주 일어난다는 소문이 떠도는데 바로 이 모자이크 속 병사가 시간여행을 상징한다고 믿는 모스크바 사람들이 많다.

순환선: ‘벨로루스카야’역

지하철 역사 내 벨라루스 유격병 동상은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수호 천사로 인식된다. 그런데 행운을 부르기 위해서는 유격병 동상 중에서 ‘이성’에 해당하는 동상에 다가가야 한다.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들은 젊은 청년 유격병의 기관총 총구를, 남자들은 젊은 여성 유격병의 총구를 문질러야 한다. 모스크바에 여행 온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유격병 동상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면 행운이 뒤따른다는 속설을 믿는다.

초록선: ‘디나모’역

1938년에 개통된 ‘디나모’역은 운동선수들의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역에서 60개의 원형 패널 중 하나를 골라 마주 보고 서서 소원을 비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60개의 원형 패널에는 축구, 테니스, 등산, 스키 등 여러 스포츠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새겨져 있다. 진지한 대회를 앞두고 수많은 체육학교의 학생들이 이 역에서 내려 ‘자기 종목’의 원형 패널을 찾아 그 앞에서 1~2분을 서 있는다. 많은 사람의 말을 빌리면,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다!

연두선: ‘도스토옙스카야’역

러시아 문학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살인사건이 이 역에 있는 모자이크 중 하나에 묘사되어 있다.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이 모자이크의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바라보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나 예상치 못한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모자이크의 힘을 절대로 과도하게 자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알만한 사람들이 말한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랑 선: ‘폐로보’역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수많은 의문을 제시할만한, 신화에 나오는 존재들의 형상이 이 지하철 역사를 꾸미고 있다. 페로보역 짐승들은 저승 세계의 괴물들을 닮았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이 형상들을 설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목격자들의 이야기는 이 상황을 더욱더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그가 작업을 마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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