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북유럽 및 동유럽 국가가 그렇듯 러시아 음식은 주로 고기 위주이며, 채식주의라는 것은 사람들이 잘 파악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있으며 채소만 섭취하는 것이 더 나은 옵션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모스크바에 몇몇 채식 및 비건(vegan: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 레스토랑과 카페가 문을 열었고 이러한 추세는 둔화되지 않을 듯 하다.

여기에 신선한 채소가 가득하고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몇몇 식당을 정리했다.

자간나트(Джаганнат)

아마 가장 오래된 채식 맛집일 ‘자간나트’는 레스토랑인 동시에 구색이 잘 갖춰진 채식 식료품점이다. 이곳에서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조리된 온갖 종류의 채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맛있는 수프와 샐러드는 물론 콩 샤실리크까지 있다. 예상하다시피 히피적인 분위기가 물씬해 번잡하고 시끄러운 대도시의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모스크바 전역에 지점이 있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노보시비르스크, 톰스크, 벨리키 노브고로드에도 진출해 있다.

프루츠 앤 베지스(Fruits & Veges)

이곳은 팔라펠, 후무스, 비건 필라프 및 다양한 수프 같은 간단한 채식 및 비건식을 제공하는 조촐하고 수수한 작은 음식점이다. 가격이 매우 합리적인데, 주중 오후 1시~4시에는 3코스 런치메뉴를 단돈 330루블(약 6500원)에 먹을 수 있다.

프레시(Фреш)

‘건강함은 새로운 섹시함’, 멋진 친환경적 인테리어를 갖춘 모스크바 최초의 현대적 채식 전문 미식 레스토랑인 ‘프레시’의 모토다. 프레시를 뒤에서 이끄는 여성은 지금은 출장요리서비스를 자랑하는 이리나 아자로바로, 채식주의자이자 건강한 삶의 전문가이다. 메뉴에는 주스, 랩 샌드위치, 프레시볼, 샐러드, 수프, 특별 디톡스 메뉴 및 재미있는 디저트 등 유럽과 미국의 채식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요리들이 모두 들어있다.

모스크바-델리(Москва-Дели)

말장난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곳은 한때 인도 채식이 나왔던 조그만 카페가 말 그대로 환생한 것이다. 모스크바-델리의 주인들은 오픈 키친(개방형 주방) 컨셉트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설거지, 장작패기, 채소 자르기, 오븐에 불 붙이기, 난(인도식 빵) 굽기 등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음식이 유럽 입맛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세트메뉴와 세트가격은 없지만 아침이나 점심은 1000루블(약 2만 원), 저녁은 1800루블(약 3만 6000원) 선이다.

소크(Сок)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영혼의 양식을 채웠다면, 몇 걸음만 더 걸어가보자. 그러면 ‘소크’라는 기분 좋고 다채로운 채식주의자/비건 예술공간에 당도할 것이다. 메뉴는 그리스, 이탈리아, 러시아 및 인도 음식으로 구성돼 있고 완전 채식 및 생식 디저트 덕분에 특별히 인기가 높다. 수제 레모네이드, 허브티 혹은 다양한 색깔의 스무디/주스를 곁들여 마시자.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예술앨범이나 책을 훑어보자. 히피적인 것이나 과도하게 난해한 것은 전혀 없다. 여름이면 외부에 테라스도 만들어진다.

아보카도(Авокадо)

이름이 이렇다 보니 ‘아보카도’가 엄격한 채식주의 식당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 아랍, 스위스, 프랑스, 러시아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메뉴에 계절 특식도 있다. 고기를 뺀 버전의 수프, 샐러드, 파스타와 펠메니(러시아식 만두)가 간판메뉴고, 비건과 생식주의자를 위한 특별 코너도 있다. 항상 붐비는 까닭에 자리 잡기가 힘든데, 이는 훌륭한 식당이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