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인기짱 거리 음식 여덟 가지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다음 별미 중 적어도 하나는 꼭 맛을 보시라.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다음 별미 중 적어도 하나는 꼭 맛을 보시라.

Lori / Legion-Media
러시아인들의 집밥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없을 때 길에서 배를 채우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한 번쯤은 맛봐야할 거리 음식 8가지를 꼽아 보았다.

체부레크 (чебурек)

이 파이는 러시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음식이다. 체부레크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이스트를 넣지 않은 반죽을 얇게 펴서 안에 잘게 다져 양념한 고기를 넣고 봉한 후, 넣으면 바로 가라앉을 정도로 달아오른 끓는 기름에 재빨리 튀긴다. 체부레크를 한 입 베어 물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튀기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육즙이 베어 무는 순간 옷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체부레크(복수형 체부레키)는, 러시아인에겐 소련시절을 연상시키는 ‘체부레치나야’라고 불리는 음식점에서 살 수 있다.

블린 (блины)

블린은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인데 옛날부터 사육제에서 민속 축제가 열릴 때면 먹던 음식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자주 찾는 블린을 먹으려면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가면 된다. 예컨대, 블린을 파는 프랜차이즈 ‘테렘카’가 있는데, 여기서는 종업원들이 ‘나리’나 ‘마님’이라고 부르며 손님을 맞는다. 둥글고 평평한 블린을 1분 동안 구워서 입맛에 맞는 소를 골라 채워 넣으면 된다. 든든하게 먹고 싶으면 햄이나 치즈, 또는 연어 알을 고르면 좋다. 달콤하게 먹고 싶으면 꿀이나 잼, 또는 연유를 선택하면 된다.

감자 (картошка)

감자는 오늘날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뿌리 채소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가장 고르게 분포된 길거리 음식이 감자라고 해도 새삼스럽지 않다. 감자를 스트리트 푸드의 최강자로 등극시킨 선구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크로시카-카르토시카(‘꼬맹이-감자’ 라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브랜드는 보통 명사화되었다. 감자를 통째로 구워 세로로 자른 다음 마음에 드는 소를 골라 속을 채우면 된다. 치즈, 버터, 절인 버섯, 회향풀을 첨가한 양젖 치즈, 붉은 생선 등을 고를 수 있다.

샤우르마 (шаурм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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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르마가 러시아 전역으로 의기양양하게 행진하듯 퍼져나갔던 시기는 1990년대다. 그때부터 샤우르마 간판을 단 작은 가게가 지하철역 입구마다 들어서게 되었다. 쇠꼬챙이에 수직으로 매달린 고깃 덩어리에서 얄팍한 조각을 잘라내 채소와 볶아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 다음 라바쉬로 야무지게 돌려 감는 장면이 투명한 창 너머로 훤히 보인다. 요즈음 샤우르마가 코미디언이나 기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대상이 되었다. 이유는 코미디언들은 샤우르마를 가장 서민적인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로 삼아 우스운 이야기를 만들고, 기자들은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샤우르마를 찾기 위해 샤우르마 가게로 정기적으로 돌격하기 때문이다.

폰치키=도넛 (пончик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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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콤한 길거리 음식은 소련 시절에 대중화됐다. 지금 파는 도넛과 달리 폰치키는 단단한 삼각형 모양 종이 봉투에 몇 개씩 담아 그 위에 설탕 파우더를 뿌려서 팔았다. ‘폰치코바야’라고 불리던 폰치키를 파는 가게에 가야 이 달콤하고 폭신폭신한 디저트를 살 수 있었다. 지금은 70년대식 폭신한 폰치키를 만드는 가게를 찾으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야 한다.

삶은 옥수수 (кукуруза)

커다란 냄비에서 몇 시간 동안 잘 삶은 옥수수를 꺼낸 다음 소금을 살짝 뿌리고 그 위에 버터를 바른 후 알알이 즙이 터져 나오는 옥수수를 깨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러시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길거리에서 파는 옥수수는 잡기 편하게 삶은 옥수수에 나무젓가락을 끼운다. 니키타 흐루쇼프 당서기장 시절엔 옥수수를 ‘대지의 여왕’이라 불렀고, 거대한 나라 러시아를 먹여 살릴 식품이라 여기며 옥수수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오늘날 옥수수는 ‘공원과 유원지의 여왕’이라 부르면 적절할 것이다. 옥수수를 가장 자주 보는 장소가 공원과 유원지이기 때문이다.

피로시키=작은 파이나 만두 종류, ‘피로그’의 지소형이다 (пирожк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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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그(пирог)’가 고대 러시아어 ‘피르’(연회)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피로그가 상에 오르지 않는 잔치는 생각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원하기만 한다면 피로그를 날마다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피로시키 몇 개면 한 끼를 거뜬히 때울 수 있다. 피로그는 생선, 고기, 쌀, 버섯, 파, 달걀, 채소, 열매나 과일 등 넣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골라 넣어 구우면 된다. 그렇기에 평생 절대 질릴 수가 없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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