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붉은광장·볼쇼이극장 ··· 과거·현대 공존하는 박물관 거리

모스크바시는 몇 년째 시내 중심부에 보행자 길을 조성해 왔다. 올해 말까지 모스크바 중심부에는 88개의 보행자 구역(총 97㎞)이 생겨날 예정이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모스크바시는 몇 년째 시내 중심부에 보행자 길을 조성해 왔다. 올해 말까지 모스크바 중심부에는 88개의 보행자 구역(총 97㎞)이 생겨날 예정이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로리/레기언 메디아
가볼 만한 모스크바 산책로 ② 오호트니 랴트역~테아트랄나야역

요즘 여행객들은 모스크바의 새로운 보행자 거리를 걸으며 복원된 16~20세기 건물을 오랫동안 자세히 음미할 수 있다. 3년 전 시작된 도심 복원사업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 호 첫 번째 기사에서 우리는 모스크바 강변 산책로를 소개했다. 이번엔 크렘린과 볼쇼이 극장 주변을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보행자 거리와 광장들 차례다.

'오호트니 랴트' 지하철역과 '마네시 광장' 산책로는 '오호트니 랴트' 지하철역에서 시작한다. 지하철역 안에서 '마네시 광장'이라고 쓰인 표지만 보고 따라 가야 된다. 지하 보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격퇴한 소련군 장군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의 동상이 서 있는 곳으로 곧장 이어진다. 새로 단장한 '모스크바' 호텔 건물 앞에 조촐히 펼쳐진 마네시 광장은 조각가 주라브 체레텔리가 만든 분수 조각상들로 유명하며 광장 바로 밑에는 모스크바에서 유일한 지하 쇼핑몰 '오호트니 랴트'가 있다.

가볼 만한 모스크바 산책로 ② 오호트니 랴트역~테아트랄나야역

◆'붉은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마네시 광장에서 '붉은광장'으로 나가려면 16세기에 만들어진 '보스크레센스키 대문'을 통과해야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500년 전 당시 이 대문에는 현재 면적의 1/10 크기로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붉은광장'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광장의 반대편 끝자락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교회 성당 가운데 하나이자 러시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사진 촬영 장소인 '성 바실리 대성당'이 있다.

◆국영백화점 '굼'을 지나='성 바실리 대성당'을 찍고 중세 러시아 역사의 무게감을 흠뻑 느꼈다면 이제는 '굼'으로 불리는 국영백화점을 들러볼 차례다 '굼'이라는 이름은 소련 시절에 나왔다. 이름 자체가 소련 단어 고스다르스트벤느이 우리베르사르느이 마가진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긴 단어의 뜻 자체가 국영백화점이다. '굼'에는 당시 가난했던 이들의 마음을 후벼 팠던 몹쓸 기억이 배어 있다. 당시 상품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이 텅 비어가는 상점 앞에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릴 때 '굼'은 순록 살코기로 만든 소시지에서 여성용 최고급 스타킹까지 모든 걸 살 수 있었던 소련 유일의 상점이었다. '붉은광장'과 첫 번째 보행자 거리인 '니콜스카야 거리'로 나가려면 화려하게 변신한 '굼'을 통과해야 한다.

◆'니콜스카야 거리'='니콜스카야 거리'는 2013년 비로소 보행자 거리가 됐다. 모스크바시 당국은 가로등과 벤치, 화단을 만들고 여러 세기를 겪으며 입성이 초라해진 건물들의 외관을 보수해 유럽식 아늑한 산책로를 조성했다. '붉은광장'에서 봤던 모든 것보다 이곳의 절충주의 건축 양식이 어쩌면 보행자 여러분을 더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트레티야코프 관통로'='트레티야코프 관통로'는 니콜스카야 거리 끝자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3층 건물 높이의 아치를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이 관통로는 1870년대에 예술 메세나 트레티야코프 형제가 건설했고 모스크바에서는 유일하게 민간 자금으로 건설된 거리다. '트레티야코프 관통로'가 아주 훌륭한 이유도 어쩌면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어린이 백화점 '데츠키 미르'=트레티야코프 통로 아치를 통과하면 차량이 붐비는 거리 '테아트랄니 관통로'가 나온다. 이 거리를 건너 소련 시절 건설된 어린이 백화점 '데츠키 미르(어린이 세계)' 건물 쪽으로 올라가라. 스탈린 양식으로 건설된 '데츠키 미르'는 사회주의판 디즈니랜드로 소련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이 상점은 2015년 초 수년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방문객들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건물 옥상에는 모스크바 역사적 중심지의 멋진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무료 전망대가 운영되고 있다.

◆'로제스트벤스카야 거리'와 '쿠즈네츠키 다리' 거리='데츠키 미르'에서 '쿠즈네츠키 다리'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또 하나의 보행자 거리인 '로제스트벤스카야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는 보행자용으로 조성된 '쿠즈네츠키 다리' 거리와 교차한다. '쿠즈네츠키 다리'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가운데 하나로 400년 전 이곳에 있었던 다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렇게 명명됐다. 이곳에는 네글린나야 샛강이 흘렀는데 지금은 지하 터널로 복개돼 '볼쇼이 극장' 건물로 곧장 이어지는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다.

◆중앙백화점 '춤'과 '볼쇼이 극장'='쿠즈네츠키 다리'를 따라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면 소련 시절 문을 연 '춤'으로 약칭되는 중앙백화점 부근에 도달한다. 현재 이곳은 러시아에서 가장 호화로운 쇼핑몰 가운데 하나다. '춤' 바로 뒤로 '페트롭카 거리' 아래쪽에는 '볼쇼이 극장' 이 있다. 사두마차를 모는 아폴로 동상이 설치된 유명한 주랑 현관은 '테아트랄나야 광장'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서 봐야 제맛이다. '볼쇼이 극장' 입장권 판매소가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는 것은 러시아 발레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산책로 종료='테아트랄나야 광장'에서는 근처의 '테아트랄나야'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힘이 아직 남아서 좀 더 걷고 싶다면 '쿠즈네츠키 다리'로 돌아가 계속 걸어도 좋다. 이 거리는 여름철이면 베란다가 곳곳에 설치되고 거리 악사들의 연주도 들을 수 있는 '카메르게르스키 골목길'로 곧장 이어진다. 이 골목길은 유명한 '트베르스카야 거리'와 잇닿아 있다. '트베르스카야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는 '오호트니 랴트'지하철역 서쪽 입구가 있다. 이렇게 해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놀랄 건 없다. 모스크바 거리들은 역사적으로 크렘린 부근에서 방사선 형태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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