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실크로드 ‘추야 고속도로’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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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추야 고속도로(Чуйский тракт)를 따라가는 여행은 자동차나 자전거로 할 수 있다. 동굴과 호수, 강, 벨루하 산(гора Белуха)과 추야 초원(Чуйская степь) 등 알타이의 주요 보물들도 둘러보고 러시아의 농민문화와 알타이 카자흐인들의 일상생활을 만나 보고 야생과 원시의 시베리아도 느껴 보기 바란다.

약 1,000km로 뻗어 있는 추야 고속도로는 노보시비르스크(모스크바에서 2,812km 떨어짐)에서 시작하여 알타이 변강주와 알타이 공화국을 거쳐 러시아-몽골 국경까지 이어진다. 시베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스팔트길인 추야 고속도로는 심지어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여기서는 작은 마을들의 경치에 이어 산악 풍경이 이어지고, 눈 덮인 벨루하 산 정상을 만나고 나면 진짜 초원이 시작된다.

2014년 러시아판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레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는 미국의 달톤 하이웨이(Dalton-Highway)와 아르헨티나의 '40번 고속도로'와 함께 추야 고속도로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도로 10선에 포함하고 "추야 고속도로 횡단은 러시아 전체를 횡단하는 것과 같다"고 쓴 바 있다.

시베리아의 '실크로드'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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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지방의 삶 전체가 역사적으로 추야 고속도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추야 고속도로가 알타이의 주요 무역로이자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원전 3세기 시베리아 남쪽에서는 대상들이 티베트, 중국산 상품을 가득 실은 카라반을 알타이로 몰고 가면서 대(大)실크로드 북부 지선의 토대를 놓았다. 20세기 초까지 추야 도로는 무역상과 상인들이 말을 탄 채로만 통과했던 위험한 산길로 남아 있었다. 이 도로는 1901년에야 비로소 추가 건설에 들어갔다(1930년대에는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 죄수들이 현지 주민들과 함께 도로 건설에 참여했다). 현재 이곳에는 아스팔트로 포장한 M-52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으며 아시와 남시베리아의 많은 무역상만 아니라 러시아 전역과 외국에서 온 자동차와 자전거 여행자들도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시베리아 모험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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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는 러시아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예를 들면, 인도주의적 보도 기사로 유명한 사진작가 하이디 브래드너(Heidi Bradner)는 러시아의 추야 고속도로 사진 탐사전 '접경지대의 사람들(People on the Borders)'에 참여한 바 있다.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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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독일 운동선수들이 국제자전거마라톤 '추야 고속도로 2013'에 참가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흥미로운 여행은 브라이언 두피(Brian Dupee)와 잔드 B. 마틴(Zand B. Martin)의 알타이 여행이었다. 두 사람은 2014년 5월 자전거로 추야 고속도로를 횡단하고 나서 몽골과 카자흐스탄, 중국까지 여정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들은 자신들의 블로그(http://circlingthegoldenmountains.com)에 다음과 같이 여행 소감을 남겼다.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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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고원과 계곡 위를 지나 다시 카툰 강으로 이어졌고 차갑고 건조한 초원지대가 나왔다. 도로 상태가 양호하여 길을 찾기 쉬웠다. 거미줄 모양의 아스팔트 길을 벗어나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된다. 500km에 걸친 길이 산맥 깊숙이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가며 고개들을 넘기도 했고 자갈이 깔린 강 주변에 모여 있는 오두막집 마을들을 지나기도 했다. 양과 염소 무리가 목양견과 오토바이를 모는 목동이 이따금씩 지켜보는 가운데서 눈이 녹기 시작한 비탈길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런가 하면 암소와 돼지들이 집에서 가까운 방목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돼지들은 우리가 러시아인과 알타이인, 카자흐인이 뒤섞여 사는 인종 지도에서 이슬람 소수민족 쪽으로 방향을 틀자 시야에서 벗어났다. 여기 알타이에는 러시아 정교와 이슬람교, 탱그리즘, 티베트 불교, 그리고 흔히 샤머니즘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상 애니미즘과 조상숭배가 융합한 덜 조직적인 신앙체계 등 다양한 종교가 혼재한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카툰 계곡을 떠나 추야 강(река Чуя)을 따라 올라가면서 악타시 마을의 교회를 마지막으로 지나쳐 산으로 둘러싸인 건조하고 황량한 고지대 목초지인 추야 초원으로 들어섰다. 국경 도시 코치 아가시로 들어서서 우리는 첫 번째 이슬람 사원을 지나쳐 갔다. 현관 꼭대기에는 소박한 초록색 목재에 판금으로 만든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사진제공=알렉산드르 네로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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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나 자전거 여행자에게도 추야 고속도로 여행은 최소 1주일이 걸린다. 도로 주변에 흥미로운 곳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이스크(Бийск)에는 추야 고속도로 박물관(Музей Чуйского тракта)이 있고 스로스트키 (Сростки) 마을에는 알타이 태생의 유명한 러시아 영화감독 겸 작가 바실리 슉신(Василий Шукшин)의 생가 박물관(Дом-музей)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타브다 동굴(Тавдинские пещеры)과 알타이에서 가장 큰 텔레츠코예 호수(Телецкое озеро)를 방문할 수 있다. 세민스키 고개(Семинский перевал)에서는 아름다운 도로와 산 경치가 펼쳐지고 자나-아울(Жана-Аул) 마을에서는 진짜 유르트 안에 조성된 카자흐 문화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다. 추야 고속도로는 시베리아에 러시아와 알타이, 카자흐 문화가 어떻게 융화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야생의 진짜 시베리아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도로다.

외국 여행자들이 찍은 추야 고속도로 관련 비디오 영상을 볼 수 있는 곳:

추야 고속도로 가는 방법

추야 고속도로 여행은 대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비행기가 매일 운항하고 기차도 다니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여정은 길을 잃을 일 없는 M-52 고속도로를 따라 시작된다. M-52 고속도로는 알타이 변강주와 알타이 공화국에서 큰 도로로는 유일하다. 도로 주변에는 휴게소와 주유소만 아니라 유럽과 알타이, 카자흐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도 있다. 하지만 추야 고속도로의 최남단은 더 황량하고 호텔도 없기 때문에 텐트와 침낭, 버너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추야 고속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고 싶은 사람들은 자전거 여행이 상당한 체력을 소모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르막길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데다 구불구불한 길도 많기 때문이다. 추야 고속도로 여행은 자유여행이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들은 특별 여행 패키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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