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처녀림에서 서캅카스 산맥까지... 러시아의 유네스코 자연유산

새 연재기사에서 Russia포커스는 러시아 동쪽에서 서쪽까지 펼쳐져 있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문화유산들을 살펴본다. 유네스코(UNESCO, 유엔 교육문화기구)는 국제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고자 하는 유엔(UN)의 특별 기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연문화 랜드마크들을 보존하고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미 처녀림 (Девственные леса Коми, 1995년 등재)

우랄 산맥 서편에 위치한 러시아 코미 공화국에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숲이 펼쳐져 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우랄 산맥 서편에 위치한 러시아 코미 공화국에는 유럽에서 가장 넓은 숲이 펼쳐져 있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이 노숙림(老熟林)은 유럽의 가장자리에 있지만 변두리라 부르기에는 그 면적이 33,000 km²로 매우 크다.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넓은 이 숲은 우랄 산맥 서편에 있는 러시아 코미 공화국에 가면 찾아볼 수 있다. 순록과 밍크, 토끼, 흑담비들이 이탄 습지와 강, 자연호들 사이에 자라고 있는 시베리아 전나무, 낙엽송, 가문비나무로 이뤄진 숲 속을 자유롭게 뛰논다.

이 지역은 타이가 숲의 생물 다양성 문제를 연구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보호 지역은 두 개의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에 걸쳐 있다. 페초라일리치 자연보호구역(Печоро-Илычский заповедник)과 유기드 바 국립공원(Национальный парк "Югыд ва")이 바로 그것으로, 이 국립공원은 러시아와 유럽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카잔 크렘린 (Казанский Кремль, 2000년 등재)

(사진제공=Shutterstock)
(사진제공=Shutterstock)

이반 뇌제(4세)가 1552년 타타르족을 물리친 기념으로 세운 카잔 크렘린은 그에게 무릎을 꿇은 적의 요새가 파괴되고 남은 잔해 위에 건설됐다. 카잔 크렘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러시아 최동단의 문화 유적으로, 벽돌이 아니라 옅은 색깔의 사암을 사용해 지은 성모수태고지성당(1554~62) 등 16세기 건물이 즐비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축물은 타타르 한(Khan)의 회교사원으로도 알려진 슈윰비케 탑(Башня Сююмбике)이다. 이 탑의 건설에 얽힌 이야기는 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다양한 전설로 가득한 미스터리와도 같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탑은 현재 타타르 민족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16세기 카잔 여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20세기 초에 건설된 모스크바 카잔 기차역의 디자인은 바로 이 탑 에서 건축의 영감을 받았다.

쿨 샤리프(Кул-Шариф, Qolşärif Mosque)는 2005년 완공 당시 이스탄불 바깥에서 유럽 최대의 회교사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담청색을 띠는 높은 첨탑 덕분에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쿨 샤리프는 6천 명의 신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이 사원은 오래 전인 1552년 이반 뇌제의 군대가 카잔을 습격했을 때 파괴된 회교사원을 대신해 세워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건축물들로는 현재 타타르스탄 대통령 관저로 쓰이고 있는 주지사 궁전(Губернаторский дворец)과 스탈린 시절 파괴된 거대한 수도원을 내려다 보던 흰색의 아름다운 스파스카야 탑, 카잔 한국의 한(Khan)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들이 있다.

볼가르 고도 (Болгарское городище, 2014년 등재)

볼가르 고도(古都).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볼가르 고도(古都).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가장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역사고고학단지는 8세기부터(일부 출처에서는 11세기부터라고 쓰여 있다) 15세기까지 이곳을 지배한 볼가 강 불가르족의 수도였다. 이곳은 몽골 군대가 유럽에서 세력을 강화하여 이후 10배로 세를 불린 13세기에 몽골 제국 황금 군단(Golden Horde, 킵차크한국)의 첫 번째 수도가 되기도 했다.

표트르 대제는 이곳의 유적을 보존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역사 보존에 관한 러시아 최초의 공식 명령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곳의 주요 장소들은 오늘날 고대 능묘 몇 개와 검은궁전(Черная палата), 전설에 따르면 칸의 궁전이 있었다고 하는 14세기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볼가르는 현지에서 타타르족들의 주요 순례지로 선호되고 있지만, 소련 전역의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소련 무슬림들은 메카로 순례 여행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에 볼가르가 '작은 메카 순례'를 위한 대체지가 되었다. 인류 문명의 형성과 다양성, 역사적 연속성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한 덕분에 유네스코 목록에 등재된 볼가르는 현재 몽골이 쳐들어오기 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타타르족 사이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르벤트 성채와 고대 도시, 요새 건물들 (Дербент, 2003년 등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캅카스 산맥이 카스피 해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데르벤트는 기원전 1세기부터 남북 지역을 잇는 중요한 회랑 지대였다. 혹자는 이 도시가 이미 기원전 8세기에 세워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곳의 일부 잔존 건축물은 5천 년도 더 됐다고 여겨진다. 데르벤트는 각기 다른 언어로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름이 '관문(gate)'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도시가 유럽과 중동 사이를 통과하는 교통 흐름을 수세기 동안 통제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지리적 위치 덕분에 데르벤트는 바다에서 산맥으로 길게 이어진 비교적 좁은 통행로를 따라 펼쳐져 있는 두 개의 장벽 사이에 건설됐다. 이곳의 많은 건축물은 이슬람교가 부상하기 이전 페르시아 최후의 왕조였던 사산 제국 시대에 건설됐다. 특히 아르메니아족와 몽골족, 튀르크족에 의해 점령당했던 데르벤트는 1813년에 와서야 러시아 제국의 영원한 일부가 됐다. 현재 이곳의 주요 장소들로는 고대 장벽과 목욕탕, 감시탑, 저수조, 회교사원, 잘 보존된 성채가 있다.

서캅카스 산맥 (1999년 등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이곳은 러시아 최서단의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다. 이곳의 서쪽에 있는 다른 모든 유산은 문화적 중요성 덕분에 등재됐다. 흑해에서 유럽 최고 높이의 엘브루스 산에 이르는 캅카스 산맥 서쪽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캅카스 산맥은 휴양 도시 소치에서 5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은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산맥이라는 점에서 유네스코 유산에 포함됐다.

저지에서 빙하 지대까지 아우르는 서식 환경을 보여주는 이곳은 85미터까지 하늘로 치솟아 유럽에서 가장 크다고 여겨지는 코카서스 전나무(Nordmann Fir Tree)가 특징이다. 최근에는 페르시아 표범과 캅카스 유럽들소 등 일부 동물 종이 이곳에 다시 도입됐다. 또 이 지역은 서캅카스 투르(야생 염소)와 곰, 스라소니, 멧돼지, 캅카스 사슴, 샤모아(알프스 영양) 등 수많은 동물의 서식처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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