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꽁꽁 언 보드카와 얼음 불상... 야쿠츠크 얼음동굴 탐방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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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티야에 있는 얼음동굴 박물관 ‘영구 동토의 왕국’(музей-пещера "Царство вечной мерзлоты")은 얼음과 무지개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노래 같은 곳이다. 얼음이 빚어낸 장관 속에서 보드카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스트로가니나(строганина, 러시아 북부 지방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익히지 않고 바로 얼린 생선이나 고기)를 곁들여 먹는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영구 동토의 왕국'은 야쿠츠크(모스크바에서 4,885km 떨어짐)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승지다. 야쿠츠크 지역은 소프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둥근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 시내로부터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소프카는 '초추르-무란'(야쿠츠크어로 '끝이 뾰족한 소프카'라는 뜻)이라 불린다. 야쿠트족은 이 산을 신성시하며, 민족의 발원지로 여기고 있다.

소련 시절 이곳엔 갱도가 있었고, 얼음동굴은 식품을 저장하는 냉장고로 쓰였다. 2008년부터 동굴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언제든 겨울의 동화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영구동토는 연중 내내 동굴 속 온도를 영하로 유지해준다. 이곳 기온은 겨울엔 -10℃, 여름엔 -4℃ 정도다. 야쿠트인들은 바깥 기온이 -50℃일 때 동굴 속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실제로 밖에 있다가 -10℃인 동굴로 들어오면 순간 아주 따뜻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길

'영구동토의 왕국'은 빌류이스키 도로를 따라 7km 가면 나온다. 택시나 자가용으로 갈 수 있으며,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

영구동토는 항상 얼어 있는 지표면을 뜻한다. 영구동토의 온도는 오랜 기간 동안(2~3년부터 수 천년에 이르기까지) 0℃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며, 결코 녹지 않는다. 현재 영구동토대가 있는 곳은 시베리아와 캐나다뿐이지만, 100~150만 년 전에는 지구를 빙 둘러쌀 만큼 면적이 어마어마한 영구동토의 남방한계선이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가 있는 지역을 지나갔다. 러시아 영토의 60~65%는 영구동토대지만, 가장 깊은 얼음(1370m)이 발견된 곳은 야쿠티야다. 야쿠티야 공화국의 수도인 야쿠츠크는 영구동토대에 있는 도시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곳이다.

동굴 내부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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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의 왕국' 박물관은 전시품이나 흥밋거리가 있는 여러 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이곳에선 야쿠티야의 풍습 전체와 얼음을 조각해 만든 악기, 식기, 음식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조각상들은 야쿠티야의 원주민과 사냥, 어로, 사슴이나 개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전시실인 왕좌의 방에선 추위의 관장자인 '치산(Чысхаа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엔 곰가죽이 아무렇게나 걸쳐진 치산의 왕좌가 있다. 러시아 산타클로스 '데드모로스'의 길고 긴 여정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치산을 만나 특별한 추위의 상징을 얻은 후에야(러시아의 겨울은 야쿠티야에서 시작된다) 러시아 전역에 선물을 나눠주러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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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전시실은 언 땅에서 생명체를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는 전설이 있는 '북쪽의 주인의 방'이다. 토양의 습기가 얼어붙어 생긴 얼음 수정이 벽에 드리워져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빛난다. 동굴 전체는 선명한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유색 조명이 천장이나 벽에 반사돼 얼음 조각상에 온갖 무지개빛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매년 전시되는 조각상은 다르다. 부숴지는 것도 있고, 단순히 교체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조각상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만지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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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있는 조각상들은 모두 제1회 여름 얼음조각 축제에 출품된 작품들로, 2009년부터 '영구동토의 왕국'의 주민이 되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조각상이 한데 모여 진기한 대조를 이룬다. 얼음 스핑크스가 밀로의 비너스를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는 얼음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있다. 방문객들은 종종 얼음 부처에 동전을 붙인다. 그렇게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축복과 정화의 의식을 위해 특별히 꾸며진 의식의 방은 야쿠티야 신화에선 순수를, 유럽 문화권에서는 부부간의 정절을 상징하는 얼음 백조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여기선 곰가죽이 깔린 얼음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다. 또한 '영구동토의 왕국'을 방문한 사람들이 야쿠티야까지 와서 이곳의 유명한 다이아몬드를 보지 못해 실망하지 않도록, 진짜 귀금속 전시회가 상시 운영되는데, 귀금속들은 직경 20cm의 묵직한 얼음 추로 고정되어 있다.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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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에는 매머드의 유해 및 실제 크기의 무시무시한 박제와 상아를 볼 수 있는 고생물 박물관이 있다. 야쿠티야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된 얼음뿐 아니라 전 세계 매머드 유해의 80%가 발견되었다. 19~20세기 야쿠티야의 샤드린스크, 유카기르, 베료좁카에서 발견된 매머드들은 당시 전 세계 학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박물관 견학을 마치면 특수한 얼음 사무실에 있는 문서 관리인이 방문객의 이름이 적힌 '영구동토의 왕국' 견학 확인증을 발급해 준다.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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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나가기 전 얼음 바에 들르는 걸 잊지 말자. 북부 지역과 시베리아 주민들의 전통 음식인 스트로가니나(얼린 고기나 생선)를 얼음잔에 따라주는 보드카나 샴페인과 함께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빚어낸 장관 속에서 보드카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스트로가니나를 먹는 맛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진제공=이반 데멘티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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