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무료” 박물관… 모스크바 지하철 탐방

(사진제공=그리고리 아보얀/RBTH)

(사진제공=그리고리 아보얀/RBTH)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꾸민 호화로운 지하공간인 모스크바지하철(Московский метрополитен)은 단순히 대중교통 수단에 머물지 않고 사회주의 리얼리즘 시대의 인상적인 예술작품들로 가득 찬 특별한 장소다.

모스크바지하철에는 12개 노선 196개 역이 있다. 그중에서 44개 역은 문화유산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바지하철은 매일 7백만 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에서 5번째로 분주한 지하철 시스템이다. 모스크바지하철은 2020년까지 78개 역을 증설하여 지하 연장선을 160km 이상 늘릴 예정이다.

28루블(약 550원)짜리 '트로이카' 카드(2013년 도입된 재사용 가능 교통카드)를 구입해 모스크바지하철을 타고 Russia포커스가 짠 노선을 따라 여행해 보기 바란다. 모스크바지하철은 매일 새벽 5시 35분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행한다. 모스크바지하철은 1935년 개통했다.

모스크바지하철의 콜체바야 노선(Кольцевая линия, 순환선)은 독특한 지하공간이다. 전설에 따르면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지하철 건설 보고서를 골백번도 더 듣고 나서는 프로젝트 설계도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고 거기에 둥근 점을 남겨 놓았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콜체바야 노선은 모스크바지하철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들을 갖추고 있어 Russia포커스가 짠 노선에서도 중요한 일부를 구성한다.

모스크바지하철의 초기 역 가운데 하나인 스포르티브나야 역(станция Спортивная)의 남쪽 홀에서는 모스크바지하철박물관(무료 입장)을 방문해 보기 바란다. 여기서는 과거 승차권으로 사용된 5코페이카 동전과 참나무로 만든 회전식 개찰구를 볼 수 있다. 이곳은 심지어 냄새까지도 독특하다.

엘렉트로자봇스카야 역(станция Электрозавод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스타니슬랍 크라실니코프/타스)
(스타니슬랍 크라실니코프/타스)

청색선인 아르바츠카야-포크롭스카야 노선(Арбатско-Покровская линия)을 타고 모스크바 동쪽의 엘렉트로자봇스카 역에서 여행을 시작해 보기 바란다. 원래 이 역은 발전소를 위해 지어져 조명과 산업생산 연구에 바쳐졌다. 천장은 318개의 독창적인 램프를 갖추고 있으며 프로호로-발란디노(첼랴빈스크)산 대리석으로 만든 중앙 홀 원주들의 얕은 부조들은 노동을 주제로 하여 전기발전소 노동자와 건설자들, 대장장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혁명광장 역(станция Площадь Революции)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PhotoXPress)
(사진제공=PhotoXPress)

두 정거장을 더 가면 러시아의 유명 건축가 알렉세이 두시킨이 설계했고 76개의 청동 조각상들이 배치돼 있는 혁명광장 역이 나온다. 조각가 마트베이 마니제르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이 등신상들을 역의 크지않은 벽감에 어떻게 맞춰 넣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1938년 역 개관식을 방문하여 깊은 인상을 받고 "조각상들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치하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국경 수비대 군견 조각상의 코를 문지르면 시험 전날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있다. 또 여학생 조각상의 발을 만지면 불행한 관계를 치유해 준다고도 한다.

아르바츠카야 역(станция Арбат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알렉산더 카트코프/타스)
(사진제공=알렉산더 카트코프/타스)

다음 정거장인 아르바츠카야 역은 세 개의 역이 만나는 모스크바 최대의 연결 중심지의 일부로, 보로비요비 고리 역(Станция Воровьевы горы, 참새 언덕)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이다. 필룝스카야 노선(Филёвская линия)의 아르바츠카야 역(이 두 역 사이에는 직접 환승로가 없다)에는 지하철 직원들을 위한 저렴한 정통식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지하철 직원용이긴 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카페는 중심부로부터 마지막 객차 옆에 위치해 있고 월~금 오전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문을 연다.

키옙스카야 역(станция Киев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키옙스카야 역에서 콜체바야 노선으로 환승하자. 키옙스카야 역은 콜체바야 노선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된 역으로 니키타 흐루쇼프의 숙원사업이었다. 1953년 흐루쇼프는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으로 선출되어 자신의 고향 우크라이나를 상징할 역을 건설할 기회를 얻었다. 이곳에 있는 18점의 모자이크 벽화는 회반죽 프레임 속에 우크라이나 전통 장식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후루쇼프는 이 웅장한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난 후 '건축적 사치'에 대한 투쟁을 시작했고 그럼으로써 키옙스카야 역의 경쟁역들의 탄생을 막았다. 키옙스카야 역의 장식품들은 자포로지예 카자크들이 러시아에 통합되어 차리에 충성을 맹세했던 '페레야슬라프 조약(Переяславская рада)'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상호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954년에 완성된 모자이크 그림들 중에는 마치 현대의 사무실 직원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사실 이 그림은 '우크라이나 내 소비에트 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불리며 그림 속 빨치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평범한 야전무전기다.

벨로루스카야 역(станция Белорус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알렉산더 카트코프/타스)
(사진제공=알렉산더 카트코프/타스)

콜체바야 노선을 따라 계속 가보기 바란다. 건축가들이 고대 로마 빌라들의 둥근 천장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벨로루스카야 역에 '아라베스크'들을 조성해 놓았다. 천장 중심부에는 벨라루스 민족의 삶을 설명하고 있는 그림 12점이 그려져 있고 바닥은 벨라루스의 전통 자수와 장식 문양으로 꾸며져 있다. 1951년 이 역의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스탈린 상을 수상했다.

노보슬로봇스카야 역(станция Новослобод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루슬란 크리보보크/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루슬란 크리보보크/리아 노보스티)

32의 유리창 가운데 6개에는 건축가와 화가, 에너지 엔지니어, 음악가, 농학자 등 '지식인 직업'들이 묘사돼 있다. 다른 유리창들에는 기하학적 그림들과 리가의 성당에 보관돼 있던 유리를 사용해 만든 5각형 별들이 묘사돼 있다. 노보슬로봇스카야 역은 건축가 알렉세이 두시킨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중앙 홀의 전면 벽에는 유명한 러시아 화가 파벨 코린의 모자이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두 팔에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녀는 건축가의 아내를 닮은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에나멜 조각은 코린 자신이 발라 놓았고, 두 번째는 두시킨이 발라 놓았는데, 각 조각에는 '행복을 소망한다'는 뜻으로 동전을 섞어 넣었다.

콤스몰스카야 역(станция Комсомоль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PhotoXPress)
(사진제공=PhotoXPress)

콤소몰스카야 역은 모스크바의 가장 활기찬 교통 중심지 가운데 하나이자 모스크바의 관문으로 설계되었다. 이 역은 '세 개의 기차역 광장(Площадь трёх вокзалов)'을 위해 쓰이고 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해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수도 모스크바의 첫 인상을 선사한다. 콤소몰스카야 역은 스탈린 시대에 유래한 모스크바지하철의 제국양식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 역은 러시아 혁명 이전부터 사용됐던 모스크바 바로크 모티브들로 꾸며져 있으며 1958년에는 브뤼셀 국제박람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치스티예 프루디 역(станция Чистые Пруды)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PhotoXPress)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PhotoXPress)

빨간색의 소콜니체스카야 노선(Сокольническая линия)으로 열차를 갈아타고 치스티예 프루디 역까지 가보기 바란다. 이 역은 석회암 최상층과 주라기 시대의 진흙판을 사용해 건설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국가원수와 대공방어 사물실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열차들은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으며 스탈린의 사무실과 통신 센터가 이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역 플랫폼은 합판 칸막이로 가려졌다. 통과하는 열차들 때문에 통신이 방해를 받았고 책상 위의 서류들이 바람에 날리기도 했다.

노보쿠즈네츠카야 역(станция Новокузнец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다음으로 투르게넵스카야 역(Станция Тургеневская)과 트레티야콥스카야 역(Станция Третьяковская)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노보쿠즈네츠카야 역까지 가보기 바란다. 이곳의 모자이크 그림은 1940년대 레닌그라드 봉쇄 기간에 블라디미르 프롤로프에 의해 제작됐는데, 당시 레닌그라드는 독일군의 봉쇄로 기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굶주림으로 쇠진한 프롤로프는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며칠 만에 사망했다. 그는 모스크바행 바지선에 모자이크 그림을 간신히 실을 수 있었다.

마야콥스카야 역(станция Маяковская)

모스크바지하철 (사진제공=로만 갈킨/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로만 갈킨/리아 노보스티)

마지막 정거장은 마야콥스카야 역이다. 두시킨은 높이와 조명, 용적이 인상적인 지하 궁전을 창조해 놓았는데, 이 궁전은 곧바로 아르데코 양식의 걸작이 되었다. 두시킨의 프로젝트는 1938년 뉴욕 세계산업박람회에서 대상으로 받았으며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 역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이 역의 모자이크 그림들은 '소련 생활의 하루'를 주제로 삼아 아침과 낮, 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아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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