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세워진 도시... 사라토프로 가는 다리를 건너

볼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중심으로 한 사라토프 시 야경 (사진제공=Shutterstock)

볼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중심으로 한 사라토프 시 야경 (사진제공=Shutterstock)

한때 러시아 제국의 대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사라토프에는 음악원과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서커스단 가운데 한곳, 러시아 지방 최고의 미술박물관이 있다. 긴 보행자 거리들과 볼가 독일인들(поволжские немцы)이 남긴 유산, 광대한 볼가 강으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건설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사라토프는 볼가 강의 웅대한 장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도시다. 사라토프에는 1917년 혁명 이전 시대와 소련 시대 건축물들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거대한 시 중심부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살아 있는 수 세기의 러시아 역사를 따라 정처 없이 거닐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사라토프 시. 볼가 강의 젤료니 섬(о. Зелёный) 전경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라토프 시. 볼가 강의 젤료니 섬(о. Зелёный) 전경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하루 아침에 건설된 도시

몽골 황금 군단(Golden Horde)의 도시 우케크(Ukek, Укек)는 1395년 티무르가 파괴할 때까지 존재했다. 사라토프는 1590년 세워졌고 곧이어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인기 정류지가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858km 떨어져 있는 사라토프는 오늘날 볼고그라드, 사마라와 함께 볼가 강 하류 3대 도시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제국 변방에서 5년 사이(1586~1590)에 정복한 신규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항구 도시로 세워졌다. 사라토프는 사실 현재의 위치에서 상당히 북쪽 상류쪽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던 것을 목조건물을 해체하여 강물로 흘려보내 현재의 사라토프가 있는 지점에서 건물들을 다시 짓기 사라토프는 거의 '하루 아침에' 뚝딱 건설됐다.

사라토프 중심가와 저녁 햇살 속 교회 모습 (사진제공=Shutterstock)
사라토프 중심가와 저녁 햇살 속 교회 모습 (사진제공=Shutterstock)

1880년대 초 무렵 사라토프는 중요한 항구 도시로 성장했고 1870년에는 철도가 개통했다. 사라토프는 2차 세계대전 중 많은 공장과 연구소가 이곳에 재배치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이후 소련 시절 사라토프는 군용 항공기 제조공장이 들어서면서 폐쇄됐다.

사라토프와 이웃 도시 엥겔스(현재 인구 백만 명 이상의 통합 대도시권)는 18세기와 19세기, 20세기 초 독일인 수만 명의 본거지였다. 원래 러시아 황제들의 초대를 받고 이 지역 농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온 볼가 강 독일인들은 지역 내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계속 담당했다. 2차 대전 중에는 많은 독일인이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됐으며 남은 사람들 중에서는 1980년대에 독일로 이주한 사람이 많았다.

사라토프와 엥겔스 시를 잇는 다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라토프와 엥겔스 시를 잇는 다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볼가 강을 가로지르며 사라토프와 쌍둥이 도시 엥겔스를 이어주는 다리는 1965년 완공 당시 2,826미터로 소련에서 가장 길었다. 볼가 강변의 건축물은 고급 아파트와 통나무집들이 뒤섞여 있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옛 요양소의 온천 치료 클리닉을 반드시 둘러봐야 한다. 볼가 강을 따라서는 카페들이 즐비하고 보행자 구역도 있다. 코스모나프토프 거리(набережная Космонавтов) 7a에 위치한 항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남쪽으로는 아스트라한, 북쪽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볼가 강 연안의 모든 주요 도시, 더 나아가 모스크바까지도 멀리 갈 수 있다. 유람선은 5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운항하며 운항 시간표는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라토프 시의 볼가 강 강변로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사라토프 시의 볼가 강 강변로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놀랍게도 사라토프에 강변 산책로가 조성되기까지는 3세기가 걸렸다. 이곳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한곳은 최초의 우주인 유라 가가린의 동상이다. 가가린은 1951년 먼저 사라토프로 이사온 다음 사라토프산업기술학교에 들어가 학업을 계속했다. 그는 트랙터를 연구했고 주말은 그가 비행술을 배웠던 지역 비행클럽에 나가 자원봉사를 하며 보냈다. 또 그는 볼가 강 부두에서 시간제 일을 하기도 했다.

도심 산책

사라토프 시의 중심도로는 볼가 강에서 시작해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모스콥스카야 거리(ул. Московская)다. 그러나 사라토프의 정신은 러시아 최초의 보행 구역 가운데 하나인 키로프 대로(проспект Кирова)에 서려 있다. 1917년 이전까지 이곳은 거대한 독일인 인구를 기념하여 네메츠카야 거리(ул. Немецкая, 독일인 거리)로 알려져 있었다. 이곳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고 바와 레스토랑도 수십 개에 달한다. 아코디언 연주자의 청동동상과 꽃다발을 들고 연인을 기다리는 청년의 동상 등 동상 몇 개가 이곳 풍경을 점점이 수놓고 있다. 이 청년의 동상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노래는 유튜브 인터넷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레오니드 소비노프 사라토프국립음악원. 작가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의 동상이 여기에 서 있다. (사진제공=Shutterstock)
레오니드 소비노프 사라토프국립음악원. 작가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의 동상이 여기에 서 있다. (사진제공=Shutterstock)

레오니드 소비노프 국립음악원은 멋진 '보리수 공원(파르크 리프키, Парк Липки) 입구에서 멀지 않은 키로프 대로 1번지에 1912년 개원했다. 당시 이곳은 러시아 제3의 음악원이었다. 이때 사라토프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볼가 강 연안에서는 가장 큰 도시였기 때문이다.(현재는 16번째로 큰 도시다). 음악원 인터넷 사이트는 http://www.sarcons.ru/이다.

볼가 강에서 멀리 떨어진 키로프 대로 맨 위에 위치한 니키틴 형제 국립서커스단(Сарат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цирк имени Братьев Никитиных)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의 정착 서커스단이다(첫 번째는 펜자에 있다). 어쩌면 이곳은 같은 지붕 아래서 호랑이와 광대들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일지 모른다. 서커스단 인터넷 사이트는 http://www.sarcircus.ru/이다. 이 거리 건너편에는 1916년 조성된 천막시장 크리티 리노크(Крытый рынок)가 있다. 시장 뒤편에는 고전적인 소련 영화관의 한 사례인 포베다(Победа, 승리) 영화관이 있다. 이곳은 1955년 개관했다. 서커스단에서 볼가 강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왼편으로 1920년대에 지은 잘 보존된 프롤레타리아 공동주택 건물들이 나타난다.

키로프 대로 11번지에 있는 피오네르(Пионер) 영화관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 이곳은 독일인들이 미사를 올리던 가톨릭 교회였다. 소련 시절 건물 일부가 파괴됐는데, 원형 벽의 파편은 건물 내부에서 볼 수 있다.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사라토프국립미술박물관 건물 (사진제공=Shutterstock)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사라토프국립미술박물관 건물 (사진제공=Shutterstock)

테아트랄나야 광장(Театральная площадь)은 키로프 대로와 나란히 한 블록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1875년 세워진 사라토프 오페라·발레 아카데미극장이 있다. 광장 건너편에는 러시아 지방 최고의 미술 수집품을 소장한 라디셰프 미술박물관이 있다. 사라토프 부근에서 자란 18세기 문제의 작가 알렉산드르 라디셰프(그의 손자가 박물관에 최초의 수집품을 제공했다)의 이름을 딴 이 박물관은 대중에게 문호를 개방한 러시아 최초의 미술박물관이었다. 현재 박물관은 일리야 레핀(Илья Репин), 이반 시시킨(Иван Шишкин), 로베르트 팔크(Роберт Фалк) 등 무수히 많은 러시아 유명 화가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인터넷 사이트는 http://radmuseumart.ru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

사라토프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Николай Чернышевский, 1828~1889)다. 사회주의자이자 철학자, 작가였던 체르니솁스키는 1863년 출판된 유토피아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Что делать)'로 유명하다. 이 소설은 해방된 여성 베라 파블로브나와 못판 위에서 잠을 자고 날고기를 먹는 금욕주의 혁명가 라흐메토프(Рахметов)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레닌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현재 사라토프의 대표 공립대는 작가의 이름을 따서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기념 사라토프국립대학교로 불리며 그의 기념 박물관들은 체르니솁스키 거리(ул. Чернышевского) 142번지에 있다. 기념 박물관 인터넷 사이트는 http://sarusadba.seun.ru이다.

사라토프 시 중심부에 있는 음악원과 체르니솁스키 동상 (사진제공=Shutterstock)
사라토프 시 중심부에 있는 음악원과 체르니솁스키 동상 (사진제공=Shutterstock)

파르크 포베디(Парк Победы, 승리 공원)는 사라토프 시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볼가 강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에는 야외 건축민속박물관인 '국립 사라토프 주 민족 마을(Национальная деревня народов Саратовской области)'이 자리 잡고 있다.

사라토프 가는 법

사라노프행 기차는 많이 있지만, 모스크바 파벨레츠키 기차역(Павелецкий вокзал)에서 매일 출발하는 직행열차가 안락하고 편리하다. 열차는 오후 5시 50분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8시 50분에 도착한다. 사라토프 항공(Saratov Airlines)이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매일 6회 왕복 운항하고 있지만, 사라토프행 항공편은 제한돼 있다.

숙박 장소

볼가 강 경치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슬로바키아 호텔이 아마도 가장 저렴할 것 같다. 이곳은 소련 시절 호텔을 새로 수리한 일반 크기의 호텔로, 숙박료는 최저 2,600루블(약 64달러)이다. 호텔 인터넷 사이트는 http://www.hotelslovakia.ru/en/about-hotel-hl-en이다. 호텔 부근에는 아름다운 성 삼위일체 성당이 있다. 성당은 1675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볼시스카야 거리(Волжская улица) 36번지에 있는 '슬픔을 달래주오' 성모성상교회(Храм в честь иконы Божией Матери 'Утоли моя печали')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1906년 완공됐다.

중심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호텔은 막심 고리키 거리(ул. Максима Горького) 9번지의 이르비스 비즈니스 호텔로 숙박료는 최저 2,400루블(약 59달러)이다. 호텔 인터넷 사이트는 http://irbis-hotel.ru/about/about.ph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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