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크의 용맹, 여인의 아름다움이 빚은 '러시아 진주'

2006년 '미스 러시아' 선발대회 우승자인 타티야나 코토바는 로스토프-나-도누 출신이다. 코토바는 2007년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참가했다. (사진제공=AFP/EAstNews)

2006년 '미스 러시아' 선발대회 우승자인 타티야나 코토바는 로스토프-나-도누 출신이다. 코토바는 2007년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참가했다. (사진제공=AFP/EAstNews)

로스토프-나-도누는 러시아 미녀들의 수도로 간주된다. 로스토프 카자크 아가씨들이 미인대회 우승을 자주 차지하면서 이곳은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고향’이라는 명성을 굳혔다. 지난 20년간 로스토프 아가씨들은 국제 수준의 미인대회 우승을 100회 이상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면 미인대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로스토프에 직접 가봐야 한다.

로스토프의 아가씨들 대부분은 가장 무더운 날(여름철 최대 40도를 오르내린다)에도 '화장을 하지 않고 하이힐도 없이' 외출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로스토프 주의 명의 민족인 돈 카자크들은 용맹성과 독립성으로 항상 유명했다. 카자크 부인들은 육아와 살림뿐 아니라 손에 무기를 들어야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돈 강 유역에는 러시아인과 아르메니아인·그리스인·조지아인·터키인·유대인 등 100개 이상의 민족이 섞여 살았다. 카자크들의 독특한 외모와 기질은 남부의 태양과 유럽-아시아의 교차로에 걸쳐 있는 입지 조건에서 나온 것이다.

로스토프-나-도누는 터키에서 러시아 제국으로 반입되는 상품들에서 세금을 거둬들일 목적으로 세워진 세관도시였다. 시대가 바뀌고 러시아와 터키의 외교 관계도 변할 수밖에 없자 세관도시는 요새도시로 급변했다. 20세기 초 로스토프-나-도누는 백위군(白衛軍) 운동 거점 가운데 하나가 되어 소비에트 권력에 2년 이상 저항했다. 하지만 이후 볼셰비키들의 공격을 받고 난 뒤 1920년 1월부터 이곳에서 소비에트 권력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이 1941년 가을과 1942년 여름 두 차례에 걸쳐 로스토프를 점령했다. 도시는 거의 폐허로 변했다. 극장과 관공서·학교·병원 건물들이 폭격을 받아 전소됐다. 로스토프-나-도누는 전쟁 피해가 가장 심한 러시아 10대 도시에 포함됐다.

18세기에 세워진 이 도시는 거주하는 모든 민족의 특징들을 융합했다. 이곳에는 유대교 예배당 시나고그들이 이슬람 사원 모스크들과 이웃해 있다. 그리스와 러시아 정교 교회들도 불교와 가톨릭 사원들과 나란히 서 있다.

로스토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거대한 트랙터 모양으로 지은 구성주의 양식의 걸작 고리키 극장이다. 극장의 벽들은 대리석과 조회장석(曹灰長石)으로 마감질했다. 르코르뷔지에와 오스카 마이어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은 이 극장을 '소련 건축의 진주'라고 불렀다. 돈 강 부근 지역에는 옛날식 대문과 차양 장식, 실내 갤러리를 갖춘 19세기 건물이 많이 보존돼 있다.

로스토프-나-도누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하나인 성모탄생 성당 전경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로스토프-나-도누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하나인 성모탄생 성당 전경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로스토프-나-도누에는 어쩌면 다른 러시아 도시에서도 볼 수 없을 독특한 명물 두 가지가 있다. 패널화와 곡물창고가 바로 그것이다. 1979년 아동보호의 해에는 도시 중심부 지하보도들이 정교하게 만든 소비에트 양식의 거대한 도자기 패널화로 장식됐다. 패널화에는 소비에트 유년 시절과 노동·문화·애니메이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런 양식으로 만든 소비에트 시대의 더 기념비적인 작품들은 오래된 모스크바 지하철역 구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파라모노프 곡물창고는 1980년대 말까지 기능을 수행했다. 돈 강 기슭의 이 창고 단지는 설계 당시 설계사 야쿠닌과 슐만이 활용한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섭씨 9도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샘물이 강 비탈에서 일년 내내 흐르고 그 물은 곡물 창고의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며 천연 냉장고 효과를 발휘했다. 오래된 도랑들은 창고 건물들과 함께 붕괴됐지만, 샘물은 예나 지금이나 나온다. 이곳의 물은 러시아의 수영장 중에서 가장 놀라운 수영장에 쓰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수영장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것이다. 높은 벽돌벽들 안에 최고로 깨끗한 물이 담겨 있다. 여름에는 물이 햇볕을 받아 따뜻하고, 겨울에도 샘은 얼지 않는다. 게다가 수영장 벽들 사이로는 일년 내내 초록색 풀들이 자라고 수영장 밑바닥에는 하얀 모래가 깔려 있다.

로스토프가 범죄로 유명해진 것은 100년도 더 됐다. 주요 도로들이 교차하는 유리한 입지에다 큰 항구를 끼고 있어 무역이 활발했던 탓이다. 로스토프에는 무역상과 여행자들 외에도 사기꾼과 불량배도 많이 몰려들었다.

키로프 대로는 과거에 환락가들이 밀집해 있었다. 현재 이곳은 매우 안전한 도심지다.

이름난 중심 지구인 보로실로프 대로와 부존니 대로에는 유곽과 싸구려 선술집들이 몰려 있었다. 노름꾼과 소매치기, 깡패들이 이곳에서 낮 시간을 보내다가 밤에 일하러 나가곤 했다. 로스토프 도둑들의 솜씨는 소련 경찰도 높이 평가할 정도였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한 소매치기가 경찰의 요청을 받고 어느 미국 여행자에게서 여권을 훔친 적이 있다고 한다. 그가 외국 여행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소매치기는 ‘임무’를 마치고 눈에 띄지 않게 여권을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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