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325m 텔레츠코예 호수, 한여름에도 10도 안 넘는 '작은 바이칼'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알타이 산맥의 텔레츠코예 호수. 가장 깊은 곳은 325m나 된다. (사진제공=Shutterstock)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알타이 산맥의 텔레츠코예 호수. 가장 깊은 곳은 325m나 된다. (사진제공=Shutterstock)

스텝(북쪽)과 데니소바동굴 (남쪽) 사이에 수백만 년의 기적이 놓여 있다. 평생 세상 곳곳을 여행해 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토록 멋진 사람들과 그토록 풍요한 자연과 문화, 전통을 본 적이 없다." 프랑스 작가 필립 부르주아 트리스탄은 알타이 여행 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알타이 공화국은 커다란 유라시아 대륙 가운데에 있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은 아니지만 그 크기는 포르투갈이나 요르단·헝가리와 비슷하다. 약 2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러시아인과 알타이인이다. 알타이는 타타르족·야쿠트족·우즈베크족·아제르바이잔족 등 현존 투르크 제족의 고향으로 여겨진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은 기원전 3000년의 알타이어에 나오는 표현과 단어를 사용했다.

알타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깨끗한 지역 중 하나로 이에 걸맞게 지구의 '녹색 약국 ' 혹은 '폐'로 여겨진다. 알타이의 오지는 태고적 자연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보호구역이 알타이 공화국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공화국 내에 자연 유적 126곳이 있다. 이곳의 산속 호수들은 변치 않고 수정처럼 투명하고 깨끗하며, 계곡과 산비탈을 따라 늘어선 숲의 공기는 실제로 치유력을 갖는다. 비스크(알타이주 남동부 행정 중심지)에서 100㎞ 떨어진 곳에는 휴양도시 벨로쿠리하가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마다 꼭 듣는 얘기는 이 지역 공기의 이온 함량이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 산의 공기보다 두 배 높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알아둬야 할 알타이주 교통의 한 가지 특징은 철로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선 비행기를 타고 바르나울(알타이주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 또는 비스크까지 가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카툰강은 알타이 공화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접근성이 좋은 관광지 중 하나다. 몬제로크 호수 가까이 위치한 동명의 마을에서 여행을 시작하면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다. 여기서 모터 래프팅과 래프팅 복장·장비를 빌릴 수 있는 여행 캠프 네트워크가 시작된다. 카툰강 관광 비용은 합리적인 수준이다. 유명 관광지 카미실라 폭포 선상 투어 가격이 500루블(1만3000원) 이하다. 래프팅 시즌은 5월부터 10월까지다.

알타이 산맥의 돌무더기들은 ‘우주와 연결된 에너지가 흐르는 곳’으로 여겨진다. (사진제공=Shutterstock)
알타이 산맥의 돌무더기들은 '우주와 연결된 에너지가 흐르는 곳'으로 여겨진다. (사진제공=Shutterstock)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중심지는 텔레츠코예 호수다. 이 호수는 '알타이 황금산맥 '에 포함돼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면적이 40㎢에 달하는 증류수에 가까운 호수의 물 온도는 여름에도 섭씨 10도를 넘지 않는다. 깊이 325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15개 중 하나며 '미니어처 바이칼 호수'라 불리곤 한다. 텔레츠코예 호수에는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아 주 방문객은 어부들이다.

알타이를 처음 여행한 사람으로는 러시아의 화가이자 철학자 니콜라이 레리흐를 들 수 있다. 그는 1926년 알타이에 왔다. 그는 알타이가 대륙을 따라 유목하는 수많은 민족의 수송 환지로서 민족 대이동 시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레리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도 알타이는 '아직 열리지 않은 보물 창고'와 같다. 이 보물창고의 일부는 스키타이 부족장들(기원전 5~2세기)의 무덤 파지리크 고분 이다. 해발 2000m에 퍼져 있는 영구 동토 덕분에 무덤 속에 미라가 아주 잘 보존돼 있다. 시신이 훌륭하게 보존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복잡한 그림 문신이 피부에서 보일 정도다. 또한 개별 고분에 3m짜리 시신 운반용 수레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펫을 포함한 직물들이 보존돼 있다. 발굴품 대부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파지리크 고분에는 공주도 있다. 1993년 발견된 '우코카 공주 ' 미라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준 세례명이다. 제3고분 발견 당시 철기시대 무덤이 있었는데 그 아래에 더 오래된 무덤이 하나 더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발굴 과정에서 시신이 들어 있던 나무통이 얼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이 때문에 여성의 미라가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덤 방에서 안장과 마구가 채워진 말 여섯 마리, 구리 못이 박혀 있는 낙엽송으로 된 나무통이 발견됐다.

알타이는 현재까지 독특한 구비 민중예술 형태인 구비문학이 살아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알타이어로 '카이치 '라 하는 구비문학가는 두 줄 악기 톱슈르 연주와 함께 자기 작품을 목구멍 노래로 부른다. 카이치는 민속노래는 물론 영웅 서사시 '카이'도 부른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전통 판소리와 비슷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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