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바이칼까지, 자동차 대장정

자동차로 5,500km를 횡단하며 러시아를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시베리아를 횡단해 모스크바에서 바이칼, 혹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러시아를 횡단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중에서 기차가 아닌 자동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괜히 겁먹은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관광의 메카 바이칼 호가 코앞에 있는 이르쿠츠크까지는 불과 5,500km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 경로, 극한의 체험

목표가 바이칼에 도착하는 것이고 창밖으로만 러시아를 봐도 괜찮다면, 다량의 커피와 성능 좋은 자동차, 5일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러시아에는 동과 서를 잇는 도로가 두 개 있다. 각각 '남방도로'와 '북방도로'로 불린다. 남방도로는 카잔에서 우파와 첼랴빈스크로 통한다. 북방도로는 카잔에서 페름과 예카테린부르크로 이어진다.

여행용 자동차를 빌릴 때 자동변속기 차량인가 수동변속기 차량인가는 상관없다. 둘 다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저렴한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하루에 휘발유 값으로 평균 1,000루블(약 3만 원)씩 나간다. 15일 동안에는 15,000루블(약 44만 원)을 쓰게 되는 셈이다. 휘발유 가격은 주마다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다. 모스크바에서는 리터당 31루블(약 910원), 시베리아에서는 29.50루블(약 870원)인 정도의 차이이다. 주유소에서는 대부분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를 받긴 하지만, 그래도 휘발유나 디젤유를 충전할 때는 현금을 쓰는 게 좋다. 주유소 체인에서는 대게 보너스와 행사가 진행 중이지만, 주유소 직원들이 먼저 여행객들에게 얘기해주지는 않으므로 직접 알아봐야 한다. 주유소에서는 도로 지도와 주들을 소개한 다양한 언어의 여행책자를 살 수 있다. 주유소는 유명한 체인점을 이용하는 게 좋으며 연료 저장탱크가 비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어떤 지역은 도로와 호텔, 주유소나 길가 카페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한편 식비로는 세 사람을 기준 15,000루블 들었다.

두 번째 경로, 러시아를 체험할 수 있는 경로

도중에 마주치는 도시마다 멈춰 잠시 산책도 하면서 2주에 걸쳐 모스크바에서 바이칼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아침과 점심, 저녁은 길가 카페에서 해결하면서 여행한다.

1일차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까지

블라디미르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블라디미르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여정 중에 가장 힘들고 길이 막히는 구간이다. 도로 정체가 시작되기 전 아침 5~6시에 모스크바를 빠져나와 블라디미르까지 3~4시간 동안 180km를 이동하는 편이 좋다. 블라디미르는 황금고리에 속한 도시로 소개를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이곳의 드미트리옙스키 사원만 구경해도 하루가 훌쩍 간다.

2일차

블라디미르에서 니즈니 노브고로드까지

니즈니 노브고로드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니즈니 노브고로드까지 3시간 걸려 231km를 이동한다.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는 차량이 통제된 볼샤야 포크롭스카야 거리를 따라 크렘린 방향으로 산책하는 것이 필수 코스다.

3일차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카잔까지

카잔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카잔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체복사르를 우회해서 카잔까지 350km를 이동한다. 일찍 출발해서 카잔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카잔은 아주 아름다운 도시로, 아름다움과 청결도 면에서 유럽의 몇몇 수도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호텔이나 호스텔이 아주 많아 다양한 기호와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카잔의 도로는 러시아 도로교통안전국의 초소와 CCTV 카메라가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칠게 운전하는 지역 운전자들과 도시 중심부에 주차장이 없다는 것, 여러분의 내비게이터에 입력되지 않은 새로운 일방통행 규칙이 적용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4일차

카잔에서 하루 더 자유시간을 보내도 좋고 이젭스크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도 괜찮다. 이 방향으로는 비포장도로 400km 구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시간은 6~8시간인데, 이는 자신의 자동차를 얼마나 아끼는가에 달렸다. 이젭스크에서는 칼라시니코프 박물관을 구경하거나 펠메니 동상과 악어 동상, 우주를 비행한 강아지 즈뵤도치카 기념비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곳의 강변로는 굉장히 아름답다. 하지만 정비된 도로는 없다.

5일차

이젭스크에서 페름까지

우랄산맥의 절경을 즐기면서 300km를 이동한다. 특별한 모험을 하고 싶다면 이젭스크에서 우회로로 가지 않고 도시를 관통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내비게이터가 봇킨스크로 난 길로 여러분을 인도할 것이다. 이 길은 페름 근처까지만 나 있다. 한편 페름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고 손님에게 친절하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홈스테이를 시도해 보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6일차

페름에서 예카테린부르크까지

예카테린부르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예카테린부르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페름에서 예카테린부르크까지는 도로가 전혀 없는 구간이며 400km에 걸쳐 발칸반도를 빼다 박은 아름다운 우랄산맥의 경치가 펼쳐진다. 이 구간에서 길가 카페에서 식사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보르시 한 접시의 가격은 50루블(1.5달러)부터이고 으깬 감자를 곁들인 굴랴시는 150루블(4.5달러) 정도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절충식(이클랙틱 스타일) 건물과 이 도시에서 총살된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그 일가의 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여행객을 위한 '빨간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을 따라 걸으면 힘들이지 않고도 도시의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7일차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튜멘까지

400km를 달려가 보면 어느새 튜멘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튜멘 주는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손꼽히는데도 도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튜멘까지 오면서 힘을 다 빼는 바람에 아름다운 튜멘 강변로와 아담한 구시가지를 구경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시베리아 고양이 공원'과 연인의 다리, 두 건물로 구성된 '한 집 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은데도 말이다. 그러니 도시 외곽에서 지체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8일차

튜멘에서 옴스크까지

8일째 되는 날에는 640km나 움직여야 한다. 중간에 이심(Ишим)에서 머무르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이심은 전체 여정에서 최악의 여행지이다. 모텔과 호텔은 비싸고 기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여기저기에 속도제한이 50~80km라는 표시가 있고 어디에서나 추월 금지다. 그래도 옴스크 주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비된 도로가 있고 시속 120~140km로 달릴 수 있는(하지만 공식 제한속도는 시속 90km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진정한 시베리아를 만날 수 있다.

9일차

이쯤 되면 휴식이 절실할 것이다. 그러므로 옴스크에서 하루를 보내며 시내를 둘러보고 시베리아의 광활한 땅과 다음 모험에 앞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괜찮다. 옴스크에는 예르마크가 빠져 죽은 이르티시 강(р. Иртыш)이 있고 도스토옙스키가 옴스크에서 6년간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하면서 매일 드나들던 타라의 문(Тарские ворота)이 있다.

10일차

옴스크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다시 자동차를 타고 700km 정도 이동한다. 그 길에는 오로지 가스프롬 주유소뿐이니 가스프롬에서 미리 할인카드를 사두는 게 좋다. 앞에는 시베리아 서부의 경이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끝없는 늪과 호수, 생선을 파는 현지인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보인다. 시속 120km(공식적으로 허락된 속도제한은 시속 90km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를 밟으며 자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저녁에는 운전대를 놓고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하룻밤 묵는다.

11일차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노보시비르스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비록 노보시비르스크 시가 세워진 지 100년이 채 안 됐고 구시가지나 넓은 산책 공간은 없지만, 도시를 거닐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다. 최근 몇 년간 노보시비르스크는 꽤 성장했고 살기 좋아졌다. 공원에 마련된 진짜 나룻배를 발견해서 타보거나 차플리긴 거리에 있는 기묘한 민속 가게 '잡동사니 컬렉션'에서 요기를 해결하고 '오비해'로도 불리는 노보시비르스크 저수지의 맑은 물에서 수영할 수도 있다.

12일차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톰스크까지

여러분은 하루 만에 불과 260km 거리의 유서 깊은 톰스크 시에 들를 수 있다. 톰스크의 목조건축과 암벽화(280점의 암벽화가 있는 고대 자연·역사 성지)를 감상할 수 있다.

13일차

톰스크에서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

크라스노야르스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톰스크에서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는 약 7시간이 걸리고 거리상으로는 600km 정도이다. 크라스노야르스크로 가는 길에 지저분한 공업도시 아친스크를 지나갈 것이다. 아친스크는 그 유구한 역사(이곳에서 기원전 2만 80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생물학적 유적지가 발견됐다)에도 불구하고 공장으로 인한 도시화 풍경과 새로운 주유소 체인인 '텍사스', 그리고 '디트로이트'와 '캔자스'란 이름의 상점들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조금 더 가면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 타이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14일차

하루나 이틀 정도는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머무는 것도 괜찮다. 이곳에는 매머드의 잔해를 전시하는 120년 된 역사박물관과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연보호구역 '스톨비(Столбы)', 긴 교각이 설치된 예니세이 강, 잊혀지지 않을 도시 및 산 풍경이 펼쳐진 스키 휴양지 '보브로비 로크(Бобровый Лог)'가 있다. 도시 중심부에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으니, 시베리아에서 야자수를 보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라.

15일차

바이칼 호수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이칼 호수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이제 이르쿠츠크까지 1,000km정도 남았다. 하루 만에 1,000km를 이동하면 러시아 관련 여행서적마다 빠지지 않는 바이칼 호수를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렇게 차를 렌트해서 자동차 여행을 한 뒤 비행기나 기차를 이용해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혹은 남방도로를 이용해 매일 1,000km씩 이동하면서 전설적인 첼랴빈스크에 들러 모스크바로 돌아갈 수도 있다.

러시아 자동차 횡단은 어려움도 있겠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이다. 진짜 러시아(비록 반절이기는 해도!)를 보고 다시는 크라스노야르스크와 크라스노다르를 혼동하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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