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바이칼로 가는 길… “샤먼 성지” 가이드

세계 최대의 호수 바이칼 호변에서 당신에게 전설의 이상향 샴발라로 가는 길을 보여줄 샤먼들의 특별한 해독(解毒) 여행을 떠나 보시라.

일반적으로 샤머니즘의 고향으로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 지역을 꼽지만, 북반구 샤먼들의 성지는 다름아닌 바이칼 호수의 올혼 섬(остров Ольхон)이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덕분에 올혼 섬은 북아시아 샤먼들의 최후의 요새가 되었다. 징기스칸 시대 몽골 샤먼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피난처를 찾았으며, 그 후 브랴트족의 불교 포교 시대와 18세기 라마교 탄압 시대에는 브랴트인 샤먼들이 이곳으로 찾아들었다. 올혼 섬과 바이칼 호수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샤먼 의식과 제물을 바치는 의례가 행해지는 성스러운 장소들이 많이 남아 있다. Russia포커스가 바이칼 호수 연안의 샤먼 성지 리스트를 준비했다.

샤먼의 돌 바위(скала Шаманский Камень)

샤먼의 돌 바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샤먼의 돌 바위 (사진제공=Wikipedia.org)

앙가라 강이 시작되는 곳에 '샤먼의 돌 바위'라는 이름의 작은 바위가 물 위로 솟아 있다. 바위 둘레 물속에는 동전이 수북히 쌓여 있다. 예로부터 이곳 주민들은 샤먼 바위에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각종 의식과 제사가 치러졌으며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자나 명예를 지키려는 자가 맹세의 서약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죄인으로 지목된 자를 이 바위 위에 하룻밤 동안 혼자 남겨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그가 얼어죽거나 익사하지 않고 살아있으면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리티 곶(мыс Рытый)

리티 곶 (사진제공=Geo Photo)
리티 곶 (사진제공=Geo Photo)

리티 곶은 바이칼 호수의 서쪽에 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 접근을 삼간다.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이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으며 자동차 도로도 이곳까지는 닿지 않는다. 호변을 따라 있는 오솔길조차 이곳에는 찾아볼 수 없다. 현지인들은 이 장소에 저주가 내렸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것을 극히 기피한다. 덧붙이자면, 리티 곶은 바이칼-레나 자연보호구역(Байкало-Ленский заповедник)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배를 타고 이곳에 내리려면 사전에 보호구역 관리소에서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호보이 곶(мыс Хобой)

호보이 곶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호보이 곶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호보이 곶(부랴트어로 '호보이'는 송곳니, 엄니라는 뜻)은 올혼 섬의 북쪽 끝에 있다. 바위가 날카로운 엄니와 흡사하게 생겼고, 물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고대 그리스 군함의 뱃머리를 장식한 여인 조각상처럼 보인다. 현지인들을 이 바위를 '데바(Дева, 처녀, 아가씨)'라고 부른다. 부랴트 전설에 따르면, 자기 남편이 가진 궁전 같은 집을 자신에게도 달라고 소원을 빈 욕심 많은 여인을 텡그리(바이칼 샤먼)들이 돌로 바꾸어 버렸고, 그것이 지금의 호보이 곶이다.

최근에는 호보이 곶이 최고의 명상 장소로 소문이 났다. 이곳의 바위는 단일암체로 만들어졌고 그 바위를 반사해 울려퍼지는 다성의 메아리로 유명하다. 또한 이곳에서는 희귀한 유존종(relict) 풀들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파도와 투명한 고드름로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굴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호보이 곶의 바위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면 높이에 최대 길이가 22m에 이르는 동굴이 여러 개 있는데, 겨울에만 동굴 접근이 가능하다.

샤먼 바위(скала Шаманка)

샤먼 바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샤먼 바위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이칼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장소중의 하나가 바로 올혼 섬의 부르한 곶(мыс Бурхан)에 있는 샤먼 바위다. 과거에는 '돌의 사원(Камень-Храм)'이라고 불렸다. 바위 암질은 흰색 대리석, 화강함, 그리고 석영이 혼합되어 있다. 바이칼 호수 초기 연구자들 특히, 유명한 러시아 탐험가 블라디미르 오브루쵸프(В. Обручёв)는 이곳이 바이칼 연안에 거주하는 부랴트인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미신적 장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샤먼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 장소에 접근할 수 없었으며, 만약 꼭 가야하는 경우라면 말의 발굽을 펠트천이나 가죽으로 감싸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게 했다. 바이칼 호수의 주인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샤먼 바위 아래에는 바위를 관통하는 길이 12m, 폭 4,5m의 동굴이 있는데, 바로 이 동굴이 바이칼 샤머니즘의 최대 성소가 됐다.

부랴트인들은 이 동굴에 바이칼의 주인 '에진(эжин, 부랴트어로 '신'이라는 뜻)'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부르한 곶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훈지르 마을(посёлок Хунжир) 주민들은 고대 시베리아에 정착한 수많은 민족들의 샤먼이 지난 수세기 동안 이 동굴을 방문했다고 증언한다. 이 동굴에서는 아직까지도 원시종교의 제사장들이 집안의 업보를 씻고 저주를 푸는 굿판을 벌이곤 한다.

용사의 곶(мыс Богатырь)

용사의 곶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용사의 곶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이칼 호수에서 가장 큰 섬 올혼에 있는 용사의 곶은 샤먼들을 마음을 사로 잡는 곳이다. 내려오는 전설 속에서 이 곶은 '불의 곶(Огненный мыс)'이라 불린다. 16세기 말 배를 타고 올혼섬으로 접근하던 러시아 탐험가들 앞에 마치 외지인들이 신성한 섬에 발을 딛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바이칼 호수 밑바닥에서 하늘을 향해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고 한다.

부랴트족 샤먼들은 이곳에서 불, 바람, 물과 같은 자연적 힘에 비는 주술굿을 벌인다. 1920년대 중반까지 인근 부족 마을의 족장과 지도자들은 후계자가 될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이곳으로 갖난아이를 데려왔다. 이곳을 다녀가면 미래에 부족을 이끌 지도자가 육체와 정신에 특별한 힘을 얻게 되어 장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하나이 산(гора Алханай)

‘우덴 수메(Уудэн Сумэ)’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우덴 수메'는 '문의 사원'이란 뜻이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알하나이 산(해발 1,665m)은 부랴트 불교 성지 중 하나다. 이 산의 기슭에는 '지고한 축복의 사원(храм Великого блага)'이 있다. 티베트어로는 '뎀초그 수메(Дэмчог Сумэ)'라고 한다. 이 사원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굴 안에 조성되어 있다. 이 석굴의 안쪽 윗부분에는 바위가 갈라진 틈이 있는데, 그 틈에서 물이 샘솟기도 한다. 이 물은 치유의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불교 승려들의 점성술 계산에 따르면 바로 이 산의 정상에 사람들이 사는 중간세상과 신들이 사는 천당이 만나는 장소가 있다고한다. 알하나이 산 정상을 지키는 수호신은 다섯 분의 부처 중 한 명인 뎀초그 신(божество Дэмчог)으로 '뎀초그'란 티베트어로 '지고한 축복'이라는 뜻이다.

머나먼 옛날부터 부랴트족과 몽골족은 이곳을 영험한 기운을 모신 장소로 여겼다. 알하나이 산에는 12곳의 성소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추앙받는 곳은 '우덴 수메(Уудэн Сумэ)'이다. '우덴 수메'는 '문의 사원(храм Ворота)'이란 뜻이다. 라마승들은 자연이 바위에 새겨놓은 이 아치형 통로가 이승과 샴발라를 연결하는 통로라고 여겼다. 바위에 난 구멍 아래에는 1864년 세워진 작은 불교 사리탑인 백탑(白塔, субурган)이 서 있다.

황소 산(гора Бык)

바이칼 호수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바이칼 호수 (사진제공=로리/레기언 메디아)

황소 산은 이루쿠트 강(река Иркут) 북쪽, 바이칼 호수의 서쪽 끝에 위치한다. 이 황소 산은 부랴트족의 토템신인 '부하 노이온(Буха Нойон)' 숭배 의식과 관련이 있다. '부하 노이온'은 목초와 가축들을 수호하는 지상신으로 '부하'는 '황소', '노이온'은 '주인'이라는 뜻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바이칼 호수 서쪽에 거주하는 부랴트인들이 샤먼 의식과 불교 의식을 행한다.

예헤-요르드 산(гора Ехе-Ёрд)

예헤-요르드 산 (사진제공=rubur.ru)
예헤-요르드 산 (사진제공=rubur.ru)

바이칼 호수에서 불과 2km 정도 되는 곳에 위치한 앙가 강(река Анга) 우안 골짜기 위로 예헤-요르드 고분(높이 42m)이 솟아 있다. 현재까지 지질학자들이 이 고분을 이루고 있는 석판들이 사람들이 운반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를 찾지는 못했지만 인공 건축물로 추정되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백년 간의 긴 공백 이후 지난 2000년부터 바이칼 원주민들의 봄의 축제인 '요르딘 대회(Ёрдынские игры)'가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부랴트어로는 '요르딘 나단(Ёрдын наадан)'이라고 하는 이 대회는 바이칼 호수 주변에 살아온 소수민족들의 민속문화 축제이다.

이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예헤-요르드 고분 둘레를 며칠 동안 도는 원무(圓舞, хоровод)로, 고분 둘레에 완전한 원을 만들려면 70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하다. 축제를 찾는 사람의 수는 2-3천 명 정도이다. 축제는 며칠 동안 진행되는데, 그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원무가 계속되기 때문에 춤추는 이들은 수 차례 헤진 신발을 갈아신어야 한다.

축제기간 동안 고분 꼭대기에는 샤먼들만 올라갈 수 있다.

가는 방법

바이칼 성지의 대부분이 전세계에서 순례객들이 모여드는 전설의 올혼 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호보이 곶, 여샤먼 바위, 용사 곶, 지마 산(гора Жима)이 있다. 올혼 섬으로 가는 도중에 성스러운 산 예헤-요르드에 들를 수도 있다.

 

자동차로 가는 방법:

이르쿠츠크를 출발하여 카추그 도로(Качугский тракт)를 따라 오요크(Оёк), 우스티-오르딘스키(Усть-Ордынский), 바얀다이(Баяндай), 코사야 스텝(Косая Степь), 옐란치(Еланцы) 마을을 통과하면 사휴르테(Сахюртэ) 마을이 나타난다. 사휴르테 선착장에 도착하기까지 이르쿠츠크에서 아스팔트 도로로 250km를 달려야 한다. 연락선은 5월에서 10월말까지 매일 아침 7:30부터 밤 22:00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올혼 섬 선착장에서 후지르 마을까지는 새로 깐 자갈도로를 따라 45km를 가야 한다.

 

버스로 가는 방법: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 버스를 타고 올혼 섬 후지르 마을까지 갈 수 있다. 이 버스는 올혼 섬으로 가는 연락선에 통째로 실린다. 버스는 매일 아침 10:00 이르쿠츠크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다(주소: '10월 혁명' 거리 11번지, ул. Октябрьской Революции, 11. 4번 전차 '버스터미널' 정류장, ост. Автовокзал, трамвай №4). 올혼 섬까지 가는 데 8시간이 소요된다. 돌아오는 버스는 후지르 마을에서 매일 아침 8:45에 출발한다.

 

유람선으로 가는 방법:

이르쿠츠크에서 후지르 마을까지는 유람선 '바르구진'호(теплоход "Баргузин")가 운항하고 있다. 하절기(6월 중순부터)에는 매일 아침 9:00 이르쿠츠크 소네치니 지구(м/р Солнечный) '라케타' 선착장에서 출발한다(16번 버스 '라케타' 정류장, ост. "Ракета", авт. №16). 이동 시간은 6시간이다.

성지 황소 산은 토리 마을(село Торы) 근처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툰카 계곡(Тункинская долина)에 위치한다. 이르쿠츠크에서 약 180km 떨어져 있으며 산기슭까지는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정상까지 등반하는 데 대략 1시간 반이 소요된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고 유명한 장소는 샤먼의 돌 바위다. 앙가라 강이 시작되는 곳 리스트뱐카 마을(посёлок Листвянка)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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