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만의 “숨은 보석”... ‘쿠오칼라’ 또는 ‘레피노’에서 보내는 주말

일리야 레핀 박물관 ‘페나티’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일리야 레핀 박물관 ‘페나티’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북부 발트해 휴양지에 있어야 할 모든 것 - 소나무, 바다, 모래사장,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 그리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자갈 위를 거니는 갈매기… 이 모든 것을 레피노 마을에 가면 볼 수 있다.

확대지도로 본 레피노의 모습

레피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 만 연안의 쿠로르트니 구역에 있는 마을이다. 레피노 마을의 핀란드 명칭은 '쿠오칼라(Kuokkala)'인데, 아마 낚싯바늘을 의미하는 듯 하다. 중세 러시아인들 사이에 쿠오칼라가 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각인된 것은 14세기, 그러니까 스웨덴과 노브고로드 공국 사이에 오레호베츠 평화조약(Ореховецкий мирный договор, 또는 뇌테보리 평화조약, 1323년)이 체결된 이후다. 이 조약으로 스웨덴은 인접한 노브고로드 공국 주민들에게 쿠오칼라에서 고기를 잡는 것을 허용했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아직 건립 전이었다.)

1870년 철도 개통 직후 핀란드 자치공국 쿠오칼라에 러시아인의 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이면 관료주의적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벗어나 탁 트인 핀란드 땅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특히 예술 분야의 지식인들이 기뻐했다.

가는 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피노까지는 핀란드 역(Финляндский вокзал)이나 지하철역 ‘우델나야(Удельная)’에서 비보르크 방향으로 교외전차를 타거나, 자가용으로, 아니면 지하철역 ‘초르나야 레치카’ 또는 ‘스타라야 데레브냐’에서 버스나 노선택시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 45분 이상 소요되지 않는다.

쿠오칼라에는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 전위화가 이반 푸니, 아동 문학가 코르네이 추콥스키, 극작가이자 연출가 니콜라이 예브레이노프의 별장이 있었고, 블라디미르 레닌이 머물렀고 막심 고리키가 들리곤 한 볼셰비키 중앙조직 근거지가 그곳에 있었다.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프스키가 핀란드 만 연안을 따라 반나절씩 산책을 하던 곳이 바로 쿠오칼라다. 빈털터리였던 시인은 다차촌에 아는 이들 집을 요일별로 나눠 전전하며 끼니를 때웠다. 화가이자 문학가 유리 안넨코프의 별장에 시인 벨리미르 흘레브니코프가 머물렀고, 러시아 미래주의자들의 최초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이렇듯 핀란드의 조용한 마을은 정치 활동뿐 아니라 예술 활동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쿠오칼라는 소련-핀란드 간의 '겨울전쟁' 이후 러시아 영토가 되었고, 1948년 소련 지도부가 특히 좋아한 화가 레핀의 이름을 따 '레피노'로 개칭됐다. 레핀이 지냈던 별장은 대부분의 다른 별장과는 달리 복원되어 지금까지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오늘날 레피노는 깨끗한 해변과 훌륭한 레스토랑들로 가득 찬 최상의 휴양지이다.

레피노는 철도를 중심으로 숲 속의 별장촌과 해안 휴양지로 나뉜다. 역에서 나오면 바로 크지 않은 쇼핑몰과 2000년도에 문을 연 산장형 레스토랑 '샬랴핀'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연어로 속을 채운 라스테가이(расстегай, 윗부분이 고명이 보이게 뚫려 있는 러시아 파이의 한 종류)에서부터 마블링이 훌륭한 쇠고기 스테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러시아 요리와 유럽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리야 레핀 박물관 ‘페나티’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일리야 레핀 박물관 '페나티'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샬랴핀' 뒷편으로는 크지 않은 시민공원이 있다. 오른 편 도로 앞에는 고전적인 스탈린 양식의 건물이 하나 서 있는데, 시설 현대화 이후 현재 레피노 레지던스 호텔 & 스파(Residence Hotel & SPA)가 들어서 있다. 왼쪽 길은 일리야 레핀 박물관 '페나티(Пенаты)'까지 쭉 이어있다. 레핀이 살던 이 자택박물관의 채광창이 달린 화실 안에는 레핀과 그의 아들 유리, 그리고 친구들이 남긴 회화와 소묘 작품 6백여 점이 보관돼 있다. 레핀은 이곳 쿠오칼라에서 1930년 9월 눈을 감았으며 영지 안에 안장됐다.

핀란드 만 해안을 거닐며 보내는 레피노의 저녁은 환상적이다. 카렐리야 지협은 북부 지역 특유의 느긋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며, 이곳 바다는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늦가을까지도 산책하기 좋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거나 바다에 생긴 얼음 위를 걸으며 낚시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해변에는 곳곳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모래 위를 걷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작은 도보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다. 끼룩거리며 나는 갈매기나 일몰, 그리고 바다가 철썩거리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핀란드 만 해안
핀란드 만 해안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식사

레피노에서 배를 곯을 일은 없다. 해안과 도로 사이에 음식점이 죽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크 전문점 '스트로가노프 바&그릴(Stroganoff Bar&Grill)'의 특징은 편안하고 검소한 인테리어다.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메뉴 외에도, 얇은 카스텔라 사이에 층층이 크림이 들어간 케이크 '나폴레옹'이나 건과일을 끓여 우려낸 주스 '콤포트'처럼 소련 식당의 단골 디저트들도 맛볼 수 있다. 바도 갖추어져 있다.

크론웰 파크 호텔(Cronwell Park Hotel)에는 객실과 레스토랑 외에도 볼링, 당구, 사우나가 딸린 스파가 있다.

루노.루(Runo.ru) 레스토랑은 양식, 일식(스시) 외에도 돌마(포도잎 속에 쌀과 고기를 넣어 찐 음식), 사지(고기와 채소를 볶아 만드는 아제르바이잔 음식), 만두, 플로프(볶음밥) 등 동양 요리를 제공하며, 여름 테라스가 있다.

최고의 식당으로 꼽히는 곳 중에는 알프스식 식당 '샬레'가 있다.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오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가 있어 좋고, 가을이나 겨울에는 나무로 된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레핀 자택박물관 '페나티'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마을 프리모르스코예 도로 411번지

+7 (812) 432-08-28

penates@nimrah.ru

http://www.nimrah.ru/musrepin/

매주 월요일, 화요일 휴관

관람 시간

하계: 10:30~17:00

동계(9월 15일~5월 15일): 10:30~16:00

관람료: 9.5달러(7유로)

레스토랑 '샬랴핀'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마을 나고르나야 거리 1번지

+7 (812) 432-07-75

repino@shalyapinspb.ru

http://shalyapinspb.com

예산

48달러(35유로) ~ 135달러(100유로)

스트로가노프 바&그릴(Stroganoff Bar&Grill)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마을 프리모르스코예 도로 418번지

(812) 432 05 75

stroganoffgrill@gmail.ru

www.stroganoffgrill.ru

영업시간

월·화·수·목·일: 12:00~23:00

금·토/공휴일: 12:00~02:00

평균예산

63 달러(45유로)

크론웰 파크 호텔(Cronwell Park Hotel)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마을 프리모르스코예 도로 394-b

+7 (812) 702-28-28, 702-28-50

reservation@hotel-repino.ru

http://www.hotel-repino.ru

평균 숙박료

200 달러(150유로)

루노.루(Runo.ru)

상트페테르부르크 쿠로르트니 구역 레피노 마을 프리모르스코예 도로 422A

+7 (812) 922-22-20

9259225@mail.ru

http://runo.spb.ru

영업 시간

매일 12:00~마지막 손님 퇴장 시까지

평균예산

30달러 (42유로)

샬레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마을 프리모르스코예 도로 448

영업시간

월~일: 12.00~24.00

주문은 23:30까지 가능

평균예산

50달러 (3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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