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루시의 최전방을 지키던 도시... 옐레츠

미하일 트베르스코이·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聖) 공후 대성당 (대공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미하일 트베르스코이·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聖) 공후 대성당 (대공 성당).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226개의 역사·문화유적을 간직한 옐레츠 시가 러시아 고도(古都)의 하나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확대지도로 본 옐레츠의 모습

모스크바에서 약 400㎞ 떨어진 곳에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반 부닌이 학창시절을 보내고, 초기작을 써낸 시기 이래로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가 있다. 이 도시의 행정구역은 아직도 '라이온(구역)'이 아닌 '슬로보다(과거 병역이나 납세 의무가 면제되었던 지역을 일컫는 말)'로 나뉜다. 이곳에 있는 설탕, 피혁, 보드카, 담배 공장은 모두 백 년이 넘었다. 현대적 관광 인프라는 찾아볼 수 없고, 고속철도도 다니지 않는다. 그렇지만 문고리, 건물, 거리 하나 하나가 모두 19세기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리페츠크 주, 옐레츠 시

찾아 가는 법

모스크바에서 옐레츠까지 기차로 8시간 소요되고, 비용은 36달러이다. 쿠르스키 역과 파벨레츠키 역에서 출발한다.

옐레츠 시의 소박한 면적을 생각할 때, 이곳 문화유산은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65㎢가 약간 넘는 면적에 226개의 유적지가 모여 있고, 그중 90개는 지방과 연방 차원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옐레츠 시 역사 지구에는 단순히 개별 문화재가 아닌, 구시가 전체가 보전되어 있다. 옐레츠 시에는 정확히 33개의 성당이 있다. 그래서 이곳을 '33개 사원의 도시'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옐레츠 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당은 단연 보즈네센스키(예수승천) 대사원(Вознесенский собор)이다. 보즈네센스키 성당은 러시아풍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돔 위 십자가를 포함한 높이가 74m로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다.

모스크바의 명소를 둘러본 적 있다면 보즈네센스키 대사원에서 구세주 예수 대성당과 크렘린 무기고의 숨결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건물은 모두 한 사람의 건축가 콘스탄틴 톤의 작품이다. 보즈네센스키 대사원 건축 자금은 75년에 걸쳐 러시아의 부유한 도시들에서 기금을 모아 마련했다.

보즈네센스키 대사원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보즈네센스키 대사원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러시아 문명의 경계선

보즈네센스키 대사원 옆으로 흐르는 소스나 강 계곡은 14세기 고대 루시의 영토가 끝나는 곳으로 여겨졌다. 강 저편으로는 디코에 폴레('야생 초원'이라는 뜻)라 불렸던 유목민족의 영역이 시작되었다. 모스크바와 트베리를 침략했던 킵차크족, 몽골족, 크림 타타르족이 하나같이 가장 먼저 불태운 곳은 바로 옐레츠였다. 이런 이유로 옐레츠 시는 오랜 역사에서 여러 차례 사실상 새로 지어지다시피 했다.

보즈네센스크 대사원 뒤로는 붉은 광장이 있고, 좀 더 떨어진 곳에는 스파스카야 시계탑이 있다. 매 시 정각마다 종소리가 도시에 울려 퍼진다.

옐레츠 역사지구의 대표적인 거리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미라 거리(옛 명칭은 '상업의'라는 뜻의 토르고바야)와 코무나로프 거리이다. 미라 거리의 역사는 400년이 넘으며, 지금은 옐레츠의 아르바트 거리가 되었다. 미라 거리 중심부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걷다가 지치면 마차를 탈 수도 있다. 이 거리에는 고저택과 옛 상인계급의 주상복합저택들이 현대식 건물과 어우러져 있다.

점심과 아침 식사

숙박시설

옐레츠에는 총 네 곳의 호텔이 있다. 그 중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라다'이다. 추가 비용을 내면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인실 요금은 60달러이다. 파르나스 호텔이나 옐레츠 호텔은 가격은 더 비싸지만 편리성은 떨어진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 싶다면(6달러 정도 예상)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 젬이 적당하다. 이곳에서 현지 주민들이 즐겨 먹는 정통 감자, 버찌 바레니키(물에 데쳐낸 만두)를 맛볼 수 있다. 이 곳은 옐레츠 시에서 유일하게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다.

옐레츠에는 식당이 두 곳뿐이지만(스베르들로바 거리의 '올렌'과 코무나로프 거리의 '옐레츠'), 둘 중 어디를 가도 9달러 정도면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지만, 빈 자리는 항상 찾을 수 있다. 식전주로 틀림없이 현지 보드카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추냉이 보드카를 추천할 것이다. 이 보드카는 숙취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와 함께 먹을 디저트로는 안토노프카 사과(신맛이 강한 사과 품종의 하나)로 만든 파스틸라(과일을 익혀 굳힌 간식거리)를 주문할 것을 권한다. 파스틸라 요리법은 이반 부닌의 할머니가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꼭 가 보아야 할 곳

옐레츠 시의 전통 '산업'은 맥주 양조라 할 수 있다. 1875년부터 콘니 다리 옆 리테이나야 거리에 맥주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여름이면 옐레츠 시민들은 공장 옆 소스나 강가에서 강과 시의 동쪽 풍경이 보이도록 자리를 잡고 말린 메기 등 짭짤한 안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긴다. 분위기는 자유로우면서도 교양 있고 평온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옐레츠 시 지역 민속학박물관은 이곳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19세기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건들 외에도 독일군 탱크를 공격하는 데 쓰인 화염병 등 2차 대전 당시의 기념물이 소장돼 있다.

또 다른 꼭 가봐야 할 곳은 자연보호구역 '보르골 절벽(Воргольские скалы)'이다. '보르골 절벽'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자연보호구역으로 기네스북에 등록되어 있다. 시내에서 이곳까지 왕복 택시비는 20달러 정도이다. 이곳에는 옐레츠의 상인이었던 이반 탈디킨의 대저택이 보전되어 있다. 대저택과 반쯤 부서진 분수들, 백조가 있는 연못 외에도 이곳에는 1867년 지어진 오래된 물레방앗간이 있다.

이반 부닌

옐레츠에는 부닌을 기념하는 장소가 세 곳 있다. 하나는 1번 학교(소베츠카야 거리 121번지)로, 예전에 부닌이 다니던 중학교였다. 이 학교에는 부닌을 위한 상설 기념관이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둘은 부닌의 동상인데, 하나는 성인일 때의 모습으로 스베르들로프 거리의 작은 공원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중학생 시절의 모습으로 시립 공원에 있다. 이 공원에는 부닌이 중학생일 때부터 있었던 분수가 보존되어 있다. 옐레츠의 풍경과 옐레츠 현에서의 삶 그 자체는 작가에게 향수어린 러시아 삶의 정수가 되었다.

기념품

옐레츠는 레이스로 유명하다. 흰 면사나 리넨사로 뜨개바늘을 이용해 레이스를 뜨는 전통은 이미 150년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기 전 이곳에서 4만여 명의 여성이 팔기 위한 목적으로 레이스를 떴다. 당시 레이스를 만드는 데는 천연염료만 쓰였다. 파란색은 수레국화에서, 노란색은 색이 선명한 노란 꽃에서 채취했다. 이곳에서는 중간 크기의 수제 식탁보를 270달러 정도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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