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곳... “올혼 섬”

(사진제공=타티야나 마르샨스키흐)

(사진제공=타티야나 마르샨스키흐)

올혼 섬(Ольхон)은 시베리아에 있는 바이칼 호수에서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올혼’은 부랴트 말로 ‘메마르다’란 뜻이다. 세계 담수의 20%가 모인 바이칼 호수에 떠 있는 섬이지만, 정작 그 안에는 강은커녕 시냇물 하나도 흐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신 이곳에서는 수십 명의 샤먼을 볼 수 있다.

올혼 섬의 '수도'


확대지도로 본 올혼 섬의 모습

올혼 섬까지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섬까지 운행하는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가량 달려야 한다. 후지르는 올혼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그래서 후지르 주민은 우스갯소리로 '수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식료품점 몇 개와 레스토랑이 두 곳, 교회 하나, 그리고 심지어는 나이트클럽도 있다.

2005년에 이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게 되면서부터 이곳 사람들의 삶도 완전히 바뀌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후지르 마을 주민은 방이나 자전거를 빌려주면서 가욋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는 불어, 독일어, 영어를 러시아어만큼이나 자주 들을 수 있다. 모험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바이칼식 '코뮌'에서의 하룻밤

교회 옆에 있는 통나무 더미에 젊은 아가씨 세 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불어로 대화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은 남자친구와 함께 파리에서 모스크바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가 바이칼까지 오게됐단다. 이들은 모두 '필로크세니야'라는 호스텔에 묵고 있다. 주인인 세르게이 예레메예프는 인근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다. 숙박은 무료이다. 하지만 세르게이와 그의 아내는 손님들이 집안일을 돕겠다고 나서면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손님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채소밭에 물을 주거나 교회 종탑을 청소하기도 하고 겨울을 대비해 호스텔의 나무벽을 두툼하게 덧대는 일을 돕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필로크세니야'의 손님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각자 자신들이 온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거나 다음 날의일정을 계획하기도 한다.

올혼 섬
후지르 마을 (사진제공=타티야나 마르샨스키흐)

'벤차로프 대저택(Усадьба Никиты Бенчаров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불리는 환경보호센터 '올혼'은 통나무로 넉넉하게 지은 집으로 객실마다 전통 퀼트 방식으로 만들어진 담요가 마련되어 있다. 외국인 자원활동가나 마을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외국인에게는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집을 지은 니카타 벤차로프는 후지르 마을 학교 교사로 올혼 섬의 환경보호에 열심이다. 그를 돕는 사람들과 함께 마을 이곳저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플라스틱을 주워 모아 이르쿠츠크의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또 쓰레기 수거함을 만들어 마을 곳곳에 놓아두기도 한다. 관광객들도 원하면 함께 이 일에 동참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캠핑시설은 없지만, 섬 어디서나 텐트를 칠 수 있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에는 교회 앞에 있는 넓은 들판이 제격이다. 한쪽으로는 교회의 풍광이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바이칼 호수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들판에서 야영하길 원한다면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커다란 종소리를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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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타티야나 마르샨스키흐)

자전거 트래킹

후지르 마을의 푸시킨 거리에 있는 조그마한 상점에는 밤색 머리를 길다랗게 땋아 내린 동그란 얼굴의 타티야나가 일하고 있다. 타티야나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와 고무보트를 빌려주는 장사를 한다. 차가운 바이칼에서 수영할 때 입을 수영복도 빌려준다. 또 관광객들이 원하는 대로 자전거 트래킹 코스를 짜주기도 한다.

자전거 트래킹 권장 코스로 첫 번째는 '후지르-말리 후지르'다. 후지르에서 4km 떨어진 '말리 후지르(작은 후지르)'는 야외 박물관이다. 이 곳은 알혼섬의 원주민 부랴트인의 민속촌으로 유목민족이었던 이들의 이동식 천막집 '유르타'가 전시되어 있고 부랴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부랴트인의 민요 공연을 본 후에는 소젖으로 만든 전통술 '타라순'을 맛볼 것을 권한다.

또 다른 코스로는 '후지르-쿠리칸 벽'이 있다. 쿠리칸 벽까지 트래킹 코스는 온통 초원 지대다. 올혼 섬에는 고고학적 유적이 백 곳이 넘는다고 한다. 올혼 섬의 남쪽 호르고이 곶에 있는 쿠리칸 벽(Курыканская стена)도 그중 하나이다. 쿠리칸족이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진 이 돌벽이 유목민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물을 바치기 위한 제단인지 학자들의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산정호수인 샤라-누르(Шара-Нур)는 자전거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다. 이 호수의 물에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서 건강을 위해 수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러시아 낚시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귀뚜라미' 낚시

관광업 외에도 올혼 섬 주민들의 주된 생업은 어업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적이 드문 섬 동쪽 호반을 꼭 들려보자. 만일 한 시간이 넘도록 입질이 없으면 바이칼 사람들이 하듯이 귀뚜라미를 미끼로 이용하자. 대신 귀뚜라미를 미끼로 쓸 때는 빵 부스러기나 사탕을 함께 호수에 던져주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다.

올혼 섬의 샤먼들

매년 7월 말이 되면 올혼 섬에서는 국제 샤먼 대회가 열린다. 이들은 울란우데, 알타이 지방, 몽골에서 모여든 샤먼들이다. 샤먼들은 오랫동안 북을 치면서 입안에 문 타라순을 돌에 뿜고 나무에 오색의 끈을 묶는 의식을 진행한다.

올혼 섬은 방문한 사람들은 꼭 다시 이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마법이 깃든 섬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마법'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후지르 마을 안을 걷다보면 이곳을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때로는 벌써 수십 번째 찾아온 관광객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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