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고프에서 보내는 주말

‘러시아의 베르사유’ 페테르고프는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휴양지였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러시아의 베르사유’ 페테르고프는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휴양지였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페테르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7킬로미터 떨어진 소도시로 18~19세기에 러시아 황제들이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기 때문에 ‘러시아의 베르사유’ 또는 ‘여름궁전’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도시 중심가를 따라 세워진 페테르고프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확대지도로 본 페테르고프의 모습

금요일

낭만적인 저녁

오후 3시

금요일 저녁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은 다리들과 네오고딕 양식의 아기자기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낭만적 영국식 녹지공원 '알렉산드리야'(парк "Александрия")를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공원 안에는 니콜라이 1세 때부터 황제 가족이 안락하게 여름을 보내던 페르메르스키 궁전(Фермерский дворец)과 코티지 궁전(дворец "Коттедж") 그리고 고딕 성당(Готическая капелла)이 있다. 공원 안의 모든 곳에 입장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의 가격은 48달러(36유로).

오후 6시 30분

저녁식사는 '로망스' 카페(상트페테르부르크스키 대로, 27번지)를 추천한다. 러시아와 유럽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토속적 주제에 현대식 디자인을 접목시킨 '마트료시카' 풍 인테리어가 흥미롭다. 저녁식사 가격은 평균 27달러(20유로) 정도.

저녁 8시 30분

식사 후에는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70미터 높이의 표트르·파벨 성당(собор Петра и Павла) 주변을 산책하도록 하자. 이 러시아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성당은 알렉산드르 3세 때 건축가 니콜라이 술타노프의 설계로 지어진 것이다.

토요일

'분수 공원("Парк с фонтанами")'

오전 10시

하루를 명랑한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아랫공원(Нижний парк)으로 향하자. (드보르초바야 광장이나 라즈보드나야 거리 쪽에 입구가 있다.) 페테르고프 대궁전 전면 고대(高臺)에 서면 핀란드 만까지 이어진 기하학적 정원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의 중심에 대분수대가 자리잡고 있으며 황금빛의 '삼손' 조각상이 20미터 높이로 은빛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와 함께 여러분을 맞이한다. 입장료는 13달러(10유로).

오전 10시 15분

운하를 따라 동쪽 계단으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고색창연한 건물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볼샤야 오란제레야(Большая Оранжерея)'가 나타난다. 이곳 여름 테라스에서 분수대 경치를 감상하면서 커피와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대는 평균 15달러(11유로) 정도.

은빛 물줄기를 뿜어올리는 분수와 금빛 조각상들로 가득한 ‘계단식’ 대분수대(Большой каскад)
은빛 물줄기를 뿜어올리는 분수와 금빛 조각상들로 가득한 ‘계단식’ 대분수대(Большой каскад).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오전 11시

동쪽으로 더 가면 화려한 중국식 용들로 장식된 계단식 '체스의 산' 분수대(каскад "Шахматная гора")가 나타난다. 로마의 성베드로 광장 분수대를 본 따 만든 '로마 분수대(Римские фонтаны)' 사이로 난 가로수길을 따라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핀란드 만 연안에 도달한다.

오전 11시 15분

표트르 대제의 사랑을 받은 '몽플레지르' 궁전(дворец "Монплезир")의 옥외 테라스는 해안으로 나 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 그림 갤러리, 중국 도자기와 채색 도기 콜렉션 전시실이 있다. 바로 옆에는 목욕탕동(Банный корпус)이 있는데 표트르 대제 시대의 풍요로운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번쩍이게 닦아놓은 부엌 살림살이들과 온갖 음식물 모형, 장난스러운 미니 분수대, 그리고 사랑스런 '중국식 정원'을 볼 수 있다. 나란히 서 있는 예카테리나동(Екатерининский корпус)은 이탈리아 건축가 지아코모 콰렌지가 설게한 것으로 인테리어는 엠파이어 양식으로 꾸며졌다(마루바닥이 굉장히 미끄러우니 조심할 것!). 박물관 세 곳을 모두 관람하는 입장료는 37달러(28유료).

오후 12시 25분

중앙 가로수길을 따라 공원 서편으로 이동하다 보면 표트르 대제 시대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아담'과 '이브' 분수대(фонтаны "Адам" и "Ева")를 볼 수 있다.

오후 12시 30분

'에르미타시' 파빌리온(павильон "Эрмитаж")은 동프러시아 유람에서 돌아온 표트르 대제가 착안해 만든 '은둔의 장소'이다. (에르미타시는 '은둔의 장소'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hermitage에 어원을 둔다.) 건물은 사방이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옛날에는 특별 오찬에 초대받은 선택받는 손님을 위한 도개교가 설치돼 있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 안에는 줄을 잡아 당겨서 아래 층 부엌의 요리사에게 요리 바꿀 때를 알리는 '요술식탁(чудо-стол)'의 내부메커니즘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6달러(4.6유로).

페테르고프궁의 건물과 정원들은 표트르 대제의 지시로 건설됐다.
페테르고프궁의 건물과 정원들은 표트르 대제의 지시로 건설됐다. (사진제공=로리/레기언메디아)

오후 1시 15분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를리' 궁전(дворец "Марли")은 1720년대에 지어졌으며 표트르 대제가 언젠가 방문한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거처 '마를리 르 루아(Marly-Le-Roi)'에서 이름을 따왔다. 궁전은 거울 같은 연못 한 가운데 인공 둑 위에 서 있다. 과거 식사 때가 되면 종소리를 듣고 다가오도록 길들여진 물고기들을 양식한 이 연못에서 지금은 낚시를 할 수 있다. 궁전 안에는 표트르 대제의 개인용품들과 그가 모은 그림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6달러(4.6유로).

오후 2시

'에르미타시' 파빌리온과 '마를리' 궁전 주변에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정교한 가위질로 다듬어진 관목과 소년 해신상들로 장식된 작은 분수들로 가득찬 이 오아시스를 핀란드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막아주는 토성이 그 중 하나다. 이 흙으로 만든 제방 위에는 나무들이 마치 벽처럼 빽빽이 자라고 있다. 나무 꼭대기가 공처럼 둥글게 다듬어져 있어 사진작가들에게 좋은 촬영 소재가 되고 있다.

오후 2시 30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는 방법

1. 수상버스 ‘메테오르’. 에르미타시 박물관 맞은편 드보르초바야 강변로에서 페테르고프 행 수상버스를 탈 수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편도 요금이 1인당 10유로이다.

2. 지하철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역에서 출발하는 103번 미니버스. 페테르고프까지 30분이 걸리며, 요금은 1인당 1.5유로이다.

점심은 중앙운하가 끝나는 곳, 해안과 바로 인접한 곳에 위치한 러시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 '시탄다르트(Штандарт)'에서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곰 고기 커틀릿이나 큰사슴 고기 스튜와 같이 페테르고프궁에서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격대는 재료의 희귀성에 따라 평균 27달러(21유로)에서 62달러(46유로) 사이.

오후 3시 30분

점심식사 후에는 해변에 앉아 잠시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황제의 요트(Императорские яхты)' 박물관이나 유서 깊은 '야외새장(Вольеры)'에 들려볼 수도 있다. 야외새장에는 최근 몇 가지 조류와 짐승을 다시 들여놓았다. 가로수길을 따라 기하학적인 관목 사이를 걷다보면 열대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물을 뿜는 '개구장이 분수들(фонтаны-шутихи)'을 만날 수 있다. 무더운 날씨라면 이런 갑작스런 물벼락이 아주 제격이다.

오후 4시

페테르고프 대궁전은 2차대전 당시 심하게 파손되었다가 1960~80년대에 복원되었다. 대궁전 개축과 변형에는 사실상 모든 황제가 관여했다. 궁전 안에는 무수하게 많은 홀과 방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오래 머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곳에는 표트르 대제 때 만들어진 엄격한 스타일의 참나무 서재(Дубовый кабинет)와 옐리자베타 여제 때 만들어진 온통 금박과 거울로 장식된 무도회홀(Танцевальный зал)이 있다. 또 궁전의 '보물창고(Особая кладовая)' 박물관과 대분수대 아래 암굴을 둘러볼 수 있는 특별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 최소 입장료는17달러(13유로), 오디오 가이드 대여 비용은 15달러(11유로).

페테르고프 대궁전(Большой Петергофский дворец)
페테르고프 대궁전(Большой Петергофский дворец). (사진제공=이타르타스)

저녁 7시

저녁식사는 공원 맞은편에 있는 '삼손' 레스토랑(상트페테르부르크스키 대로, 44a번지)에서 할 수 있다. 이곳은 1839년 이 자리에서 문을 연 동명의 레스토랑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생선과 고기를 재료로 한 러시아 요리가 주메뉴이다. 가격대는 평균 31달러(23유로)부터.

일요일

오전 10시

실내가 밝고 쾌적한 '베나(Вена)' 카페에서 베이컨이나 러시아식 물만두를 곁들인 오믈렛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가격대는 평균 7달러(5유로) 정도.

오전 11시

'콜로니스키 공원(Колонистский парк)'의 섬들과 파빌리온들

차리친 파빌리온(Царицын павильон)

숙박 정보

뉴 페테르고프 호텔(New Peterhof Hotel, гостиница "Новый Петергоф")

상트페테르부르크스키 대로 34번지(Санкт-Петербургский проспект, д. 34)

2인용 객실 요금: 1일 130유로. 객실 예약은 다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그랜드 페테르고프 스파 호텔(Grand Peterhof Spa Hotel, Гранд Петергоф СПА Отель)

상트페테르부르크스키 대로 44번지(Санкт-Петербургский проспект, д. 44)

2인용 객실 요금: 1일 80유로. 객실 예약은 다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차리친 파빌리온은 건축가 안드레이 시타켄시네이데르가 1840년대 니콜라이 1세의 황비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를 위해 아트리엄, 수영장, 프레스코화 모형을 곁들여 고대 폼페이 대저택 양식으로 지었다. 대리석 조각상과 분수대, '폐허,' 장미나무 덤불 사이로 서성거리고 있는 공작새들이 고대 이탈리아 분위기를 더해준다.

올긴 파빌리온(Ольгин павильон)

올긴 파빌리온('올가의 파빌리온)도 안드레이 시타켄시네이데르의 작품이다.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비가 딸 올가에게 선물로 짓게 한 이 파빌리온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있는 도시 팔레르모의 건축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파빌리언 건물은 조각상과 환상속의 동물들의 형상을 한 빗물 배수관으로 장식돼 있다. 낭만적 정취의 나루터 계단이 주위의 자연풍광과 파빌리온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파빌리온 두 곳을 관람하는 입장료는 17달러(13유로).

오후 1시

카드 박물관(Музей игральных карт)

이곳은 8천 종의 카드가 전시된 러시아 유일의 카드 역사 박물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드('행상인들의 모습이 담긴 카드', 독일, 1690년)에서 구소련 시절 신문지로 만든 수제 '감방' 카드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카드를 구경할 수 있다. 입장료는 6달러(4.6유로).

오후 2시

수집가 박물관(Музей Коллекционеров)

레닌그라드(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 수집가들인 티메페예프 부부와 이오시프 에즈라흐의 기증품과 유품을 토대로 조성된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유럽산 도자기 컬렌션, 19~20세기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 페트로프-봇킨, 오스트로우모바-레베데바, 보리소프-무사토프, 레리흐, 네스테로프, 쿠스토디예프과 같은 소련 초기 화가들의 그림과 16~19세기 프랑스와 이탈리아 화파의 거장들의 그림이 소장돼 있다.

오후 3시 30분

자전거 박물관(Музей велосипедов)

자전거 박물관은 1796년 지어진 페테르고프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주택 가운데 하나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과거 러시아 황제들과 그 자녀들이 페테르고프 공원 오솔길을 따라 타고 다닌 12대의 자전거와 부속 장비, 관련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6달러(4.6유로).

오후 4시

베누아 가족 박물관(Музей семьи Бенуа)

이 박물관은 건축가, 화가, 조각가, 연극과 음악 활동가 등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베누아 가문의 창작 역사를 보여준다. 박물관은 과거 페테르고프 대궁전의 궁정여관(宮廷女官) 거주동(Фрейлинский корпус) 안에 위치해 있는데 건물의 설계는 니콜라이 베누아(1813~1898)가 맡았다. 입장료는 6달러(4.6유로).

오후 5시 30분

마지막으로, 대궁전 지역에 넓게 전시돼 있는 기념품을 둘러보고 '삼손' 조각상의 미니어처 모조품이나 화려한 그림책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평균 가격은 15달러(11유로)이다.

오후 6시

뉴 페테르고프 호텔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 '바바르스키'에서 늦은 점심 '던치'를 추천한다. 독일과 유럽 요리, 양질의 맥주,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풀코스 가격은 평균 31달러(23유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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