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바 “여자 피겨는 남자 피겨처럼, 남자 피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그리고 마리야 소츠코바(오른쪽)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그리고 마리야 소츠코바(오른쪽)

Mikhail Sharov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첼랴빈스크에서 러시아 피겨 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펼쳐졌다.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러시아 피겨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불과 2주 전에 마르세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신기록을 수립했던 그녀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메르데베다는 프리프로그램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합계 233.57점을 얻어내 비공식적으로 김연아 선수의 세계기록을 뛰어넘었다. 프로그램기후반부에서 그녀는 일부러 프로그램에 없던 트리플 토로프 점프를 추가하기도 했다. 현행 채점 시스템에서 그녀의 마지막 점프는 점수에 가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써 메드베데바는 현재 여자 싱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증명했다.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바는 “코치님도 내가 살코 - 토루프 - 토루프 점프를 해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테리 툿베리제(율리야 리프비츠카야 선수의 전 코치) 코치님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며 놀라셨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트리플 점프를 해낸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한 걸음 발전한 것 같다. 프로그램 끝부분에 트리플 점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결국 해냈다. 처음부터 계획한 일은 아니었고, 스스로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경기를 진행했다. 마지막 점프 동작에 들어가면서 아직 힘이 남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들었다. 할 수 있으니 해 보자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여자 선수들이 쿼드 점프를 해낼 것 같냐는 질문에 메드베데바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프로그램의 난이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여자 피겨는 남자 피겨화되고 남자 피겨는 기존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다.”

2위는 금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챔피언인 알리나 자기토바에게 돌아갔다. 만 14세의 자기토바 선수는 유명한 선수들과 한 무대에 뛴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이번 2위에 오르자 스스로도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쇼트와 프리 합계 221.21점을 받아 쇼트에서 2위를 차지했던 마리야 소츠코바를 따돌리며 2위를 차지했다.

알리나 자기토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알리나 자기토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자기토바 선수는 “너무 기쁘다. 어떻게 표현할 지도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는 모두 에테리 툿베리제 코치와 훈련을 하고 있다. 자기토바는 유명한 선배 선수와 함께 훈련할 수 있어 큰 자극이 된다고 고백했다.

3위는 만 16세의 마리야 소츠코바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즌 소츠코바는 쇼트와 프리 모두 알프레드 슈니케의 작품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녀는 프리 경기에서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3위를 차지했다.

마리야 소츠코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마리야 소츠코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그녀는 “악셀에서 실수를 했다. 경기 내내 좀 긴장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채점단도 관객도 그런 점을 느꼈을 것”이라며 “모든 경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데, 그러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피겨를 사랑하고 피겨 선수라면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시니어 경기에선 신인이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정상에 도달해 그것을 지켜내는 것보다는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금년 러시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는 한 치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 접전이었다. 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무결점 경기를 펼치고도 3위권에 들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3위인 안나 포고릴라야는 분투에도 불구하고 3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녀는 눈에 띄는 실수 없이 경기를 마감했지만 4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포고릴라야는 유럽 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2위는 자기토바가 연령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안나 포고릴라야. 사진제공: Mikhail Sharov 안나 포고릴라야. 사진제공: Mikhail Sharov

포고릴라야는 “코치 선생님들이 나보다 더 긴장했다. 스스로의 경기에 만족하지만 점프를 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그램에 감정적으로 얼마나 몰입했는지 경기를 마치고 나니 두 손이 마비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여자 싱글 세계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옐레나 라디오노바 또한 거의 무결점 연기를 펼쳤지만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아쉽게도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 대회 관객들은 거쉰의 음악에 맞춘 라디오노바의 쇼트 연기를 볼 수 없게 됐다. 피겨 전문가들은 라디오노바의 이번 시즌 쇼트 프로그램이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 중 하나라도 평가하고 있다. 한편 라디오노바는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옐레나 라디오노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옐레나 라디오노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라디오노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응원하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저를 믿어주셨고 믿어주고 계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힘든 경기였지만 이 또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인생이란 새옹지마라잖아요!”라고 썼다.

2015년 유럽 및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옐리자베타 툭타미셰바는 8위에 머물렀다. 그녀는 높은 점수가 보장되는 트리플악셀을 프로그램에 넣지 않았고, 점프에서도 두 번이나 실수를 범했다.

옐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옐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사진제공: Mikhail Sharov

툭타미셰바 자신은 트리플악셀을 하고 싶었지만, 코치가 빼도록 권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트리플악셀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실수를 했다가는 프로그램 전체를 망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런데 결국 더블악셀과 트리플악셀 모두 실수를 했다. 이런 상황에는 경험이 있었기 떄문에 이번에는 작년만큼 낙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소감은 이렇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분야에서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팀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도 다른 나라 대표팀의 최강 선수들과 충분히 경쟁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선수권에서 우승한 미야하라 사토코가 받은 점수는 이번 러시아선수권에서 4위에 머문 안나 포고릴라야의 동일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시즌 유럽 및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압도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 러시아 피겨 선수권 남자 싱글에서 미하일 콜랴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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