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1년 앞둔 평창...시설은 ‘합격’, 음식은 ‘불합격’

안톤 시풀린

안톤 시풀린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들이 말하는 평창 인상기와 충고

안톤 시풀린. 올레크 키리야노프 /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안톤 시풀린. 올레크 키리야노프 /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지난 2일 평창에서 개막한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이 5일 폐막했다. 이번 대회에는 세 명의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가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이들로부터 새로운 조국에 대한 인상과 내년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들어보았다.

러시아 바이애슬론 선수인 안나 프롤리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 세 명이 작년 한꺼번에 한국으로 귀화한 데 이어 최근에 티모페이 랍신이 추가로 귀화했다. 피겨에서도 앞서 두 명의 남자 선수가 귀화해 한국 여자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페어로 출전하게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체육계의 인적 교량’이 형성되어 러시아와 한국을 이어주고 있다.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 됐는데, 최근에는 러시아 선수들이 줄지어 한국으로 귀화해 여러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됐다.

평창 바이애슬론 트랙의 특징

Anna Frolina.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Anna Frolina.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안나 프롤리나는 “평창의 바이애슬론 트랙에 완전히 익숙해졌다”면서 “평창의 모든 오르막, 언덕, 내리막이 이제 내 고향 땅 같아졌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IBU 바이애슬론 월드컵 시리즈 중에서 평창이 사격용으로는 가장 힘든 트랙이라고 했다. 그녀는 “갑자기 강한 바람이 확 부는데 정말 센 돌풍이다. 탁 트인 공간이 많아서 바람이 강한 것 같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자주 불어닥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롤리나는 2009년에도 평창 바이애슬론 월드컵에 참가해 당시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을 땄다. 5일 경기를 마친 후 그녀는 8년 전을 회상하며 “2009년에는 날씨가 엄청 나빴다. 예측할 수 없는 돌풍때문에 청룡열차를 탄 것 같았다. 바람 때문에 대기하면서 독일의 마그달레나 노이너 선수가 사격에서 실수를 한 후 페널티코스를 달리고 나서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번엔 날씨가 훨씬 얌전했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긴장했느냐는 질문에 ‘한국인’ 프롤리나는 “이제 평창의 트랙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어요. 고향 땅 같다니까요”라고 답했다. 프롤리나는 국적을 바꾼 다음에도 여전히 활달하고 매력적이었다.

티모페이 랍신이 추가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것에 프롤리나는 기뻐했다. “이렇게 불러도 될 지 모르겠는데 ‘러시아계 한국인’이 벌써 대표팀에 네 명이 됐어요. 선수만요. 대화 상대가 늘었으니 좋죠. 티모페이가 좋은 성적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최근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티모페이 랍신은 5일 평창 바이애슬론 월드컵 계주 경기로 데뷔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 그는 “더 잘 달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데뷔 경기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받아 왔을 한국 귀화에 대한 질문에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귀화를 선택했다.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랍신은 여러 면에서 ‘동료’인 알렉산드르 스타로두체프와 남자 개인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겨뤄야 되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내 비치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내가 좀 더 강한 것 같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 얼마나 적응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기 온 지 이미 오래됐다. 한국 선수들과 훈련한 지 꽤 됐다. 모든 선수들을 알고 있다. 귀화와 관련한 행정절차가 이제서야 끝난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환경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앞두고 점검에 들어간 평창

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현재 평창에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동계올림픽의 점검을 위해 다양한 시범 경기들이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 트랙과 시설을 테스트할 수 있으며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시설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바이애슬론 트랙에 대해 러시아의 안톤 시풀린, 안톤 바이코프, 타티야나 아키모바 선수, 노르웨이의 올리 에이나르 비에르달렌, 프랑스의 마르탱 푸르카드, 미국의 로웰 베일리 등 우리가 만난 선수들 모두가 그렇게 답했다.

프롤리나는 “평창 올림픽이 매우 특별한 행사가 될 것”이라며 “소치나 밴쿠버에 비해 어떨 것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매우 특별한 것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 적응 힘들다!

한편 이번 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은 몇 가지 문제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그 가운데 대다수 러시아 대표팀 선수를 포함해 많은 외국 선수들의 불만이 가장 높았던 부분은 대회 기간 중 조직위원회측이 제공한 음식이다. 유럽식 메뉴조차 ‘한국맛’이 가미돼 있어 이때문에 불만을 갖게된 선수들이 많았던 것.

러시아의 이리나 우슬루기나 선수는 “제공한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유럽식 메뉴조차 특별한 맛이 나서 비위에 안 맞았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타티야나 아키모바 선수도 “정말 음식때문에 힘들었다. 평범한 식사였는데도 먹고나면 가슴에 얹힌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뭔가를 넣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데 원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음식이 문제”라면서 “내년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면 만약을 대비해 음식을 싸가지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타티야나 아키모바.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타티야나 아키모바. 사진제공: 올레크 키리야노프/ Russia포커스 특별기고

이리나 스타리흐 선수도 대회 조직위가 신경써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전반적으로 시설, 조직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 음식이 문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위에 안 맞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평창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선수들은 “음식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과 관련하여 외국 선수들이 꼽은 문제점은 우선 주최측의 외국어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 3월에 충분한 눈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패럴림픽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숙박시설의 부족 가능성이다. 이번 바이애슬론 월드컵에 참가한 러시아 대표팀 관계자는 본지에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특히 언어 문제는 해외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올림픽은 음식과 관련한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지켜야 한다. 지금은 한국 스타일을 고집하겠지만 일 년 후에는 달라질 것이다. 내년 평창 올림픽은 잘 치러질 것이다. 올림픽 시설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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