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기구 해킹...러시아내 후폭풍

‘팬시 베어’라고 알려진 해커 집단에 의해 WADA의 기밀 자료가 공개된 후 러시아 사회가 WADA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세레나 윌리엄스
세리나 윌리엄스 출처 : Getty Images

해커 집단 ‘팬시 베어’가 9월 1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데이터베이스를 공격해 빼낸 기밀 자료를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하는 일이 발생하자, 러시아 인터넷에선 WADA의 ‘이중잣대’에 대한 강한 비난이 일고 있다.

팬시 베어의 당초 공격 목표는 미국 선수들이었지만,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들의 불만은 WADA를 향하고 있다. WADA는 미국 선수들에게는 몇 가지 금지된 약물을 예외적으로 복용하도록 허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명성에 관한 문제

떠들썩했던 미국 민주당 자료 해킹 사건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정부는 이번 해커 집단의 WADA 공격에 러시아 정부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러시아 정부, 정부기관, 공공기관이 그러한 행위에 어떤 식으로라도 개입할 가능성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해킹으로 공개된 문서 때문에 WADA의 평판이 크게 추락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다시 이중잣대란 말인가? 누군가 방금 얼굴에 오물을 뒤집어 썼다. ‘깨끗한 스포츠’ 편에 서는 자가 그런 조직에 있겠는가?”라며 한 트위터 사용자(@kormeev)가 트윗을 날렸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과 패럴림픽 선수단이 연루된 도핑 스캔들에 대한 결정때문에 ‘러시아인의 시각’으로 볼 때 땅에 떨어진 WADA의 권위는 러시아와 미국 선수들에게 서로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비난 속에서 더 휘청거리게 되었다.

세리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

가장 거센 비난을 받는 WADA의 결정은 미국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에게는 금지된 약물을 복용할 수 있게 예외적으로 허용한 사실이다. 해킹 당한 WADA의 파일이 다른 선수들에 관한 정보도 담고 있지만 러시아 사회가 가장 분노한 것은 바로 이 윌리엄스 자매와 관련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WADA는 치료 목적으로 몇 가지 금지된 약물을 복용할 수 있게 윌리엄스 자매에게 허가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러시아 테니스 선수 마리야 샤라포바가 2016년 1월 1일부터 금지 약물 목록에 들어간 멜도늄에 양성 반응을 보여 2년간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는 러시아인을 충격에 빠뜨릴 수 밖에 없었다.

니콜라이 두르마노프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전(前) 회장은 “우리 앞에 중증 장애인들이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왜냐하면 처방된 것들은 효과가 강력한 성분들이 터무니 없게 조합된 약물이기 때문이다. 그 약물 중 3가지는 마약류인데, 불법 거래를 할 경우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오랫 동안 감옥에서 복역할 수 있는 약물이다. 러시아 선수가 복용했다고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멜도늄은 이 몬스터급 마약류와 비교하면 한 마리 죄 없는 새끼 참새처럼 보인다. 심지어 비타민보다 더 약해 보인다”고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 1’과의 인터뷰에서 불만을 터트렸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윌리엄스 자매 사건을 아주 거칠게 비꼬았다. “자매의 건강 진단서를 보고 싶다. 어쩌면 타르피셰프 회장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일로 사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지 않을까?” 러시아테니스협회 샤밀 타르피셰프 회장이 윌리엄스 자매를 농담으로 ‘형제’라고 불러 문제가 된 사건을 언급하며 자하로바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러나 WADA 해킹과 관련하여 러시아 정치인들, 공인들, 저명한 운동 선수들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토론의 주도권을 내주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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