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기구(WADA), 러 정부 “조직적 도핑 조작” 비난

알렉세이 말갑코/리아노보스티
WADA 법률대리인 리처드 맥라렌 변호사, “도핑 양성반응 은폐 시스템 2011년부터 가동됐다”

18일 월요일,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의혹을 수사해 온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독립 조사위원회 책임자 리처드 맥라렌 변호사는 “2014년 소치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했으며, 러시아 관리들이 도핑 샘플을 깨끗한 샘플로 바꿔치기했다”고 발표했다. 맥라렌 변호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소치올림픽 도핑 의혹에 대한 WADA의 보고서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우리 위원회가 조사한 모든 샘플에서 개봉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WADA가 조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3일 뉴욕타임스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 산하 모스크바실험실의 전 소장인 그리고리 롯첸코프의 인터뷰를 보도한 이후다. 당시 기사에서 롯첸코프는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상당수의 러시아 선수들이 러시아 정보 기관들의  지원 아래 금지약물을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WADA 보고서의 내용은 롯첸코프의 폭로와 일치한다. 맥라렌 변호사는 “위원회가 조사한 모든 샘플에서 개봉된 흔적이 발견됐다”며 도핑 은폐 작전의 주체가 러시아 정보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올림픽 전에 채취한 깨끗한 샘플을 특수 냉장고에 담아 모스크바에서 공수했다. 이는 FSB의 특수 작전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맥라렌 변호사에 따르면, 이러한 조직적 시스템이 2011년부터 가동했으며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5년 카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행해졌다.

정보 유출

WADA 독립 수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기 하루 전 뉴욕타임스와 몇몇 언론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트래비스 타이가트 미국반도핑기구(USADA) 위원장과 9개국(독일, 스페인,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덴마크,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반도핑기구 책임자들, 그리고 20개 스포츠 단체들이 서명해 보낸 공동 서한 초안을 보도했다.

초안에는 WADA 보고서가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조작 증거를 증명하는 경우 러시아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USADA 위원장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 앞에 놓인 증거를 무시할 수 없다. 가능한 모든 결과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청정한 스포츠계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USADA의 비난에 대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USADA의 행동이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WADA 보고서의 세부 내용이 공식 발표 전에 왜 유출됐는지에 대한 의혹을 담은 서한을 IOC에 전달했다. ROC는 또 IOC 윤리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심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체조연맹(FIG), 국제수영연맹(FINA), 국제레슬링연맹(FILA), 국제배구연맹(FIVB)에서도 이미 도핑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가 없는 러시아 선수들마저 리우 올림픽 출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러시아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 박탈 가능성은?

표면적으로 볼 때 WADA 독립 조사위원회의 이번 보고서는 리우 올림픽과는 상관이 없다. 위원회 책임자인 맥라렌 변호사 스스로 “IOC에 러시아 팀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한 권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ROC는 한 국가의 대회 출전 자격 박탈 문제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다수결 투표로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브릴리안토바 ROC 법률팀장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올림픽 헌장과 현대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 사상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비탈리 스미르노프 ROC 위원은 IOC가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러시아 스포츠채널 ‘맛치-TV’ 생방송에서 “IOC에게 그런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될 것이다. 최고의 가치는 올림픽의 정신이기 때문”이라며 “일부 선수의 위반 행위 때문에 국가를 징계에 처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다. IOC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IOC에서 45년을 일했고, 그곳에서 어떻게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지 알고 있다. 문제 제기는 있겠지만, IOC 지도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책임을 여타 올림픽이나 다른 스포츠 종목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WADA 보고서가 공개된 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IOC는 홈페이지를 통해 “IOC는 이번 일에 연루된 선수 또는 단체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가능한 최대의 제재를 취할 것”이라는 바흐 위원장의 말을 공개했다. 앞서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출전 자격 박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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