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판 ‘우사인 볼트’에 관한 다섯 가지 사실

러시아판 ‘우사인 볼트’ 세르게이 슈벤코프.

러시아판 ‘우사인 볼트’ 세르게이 슈벤코프.

로이터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지난 8월 30일 막을 내렸다. 110m 허들에서 눈부신 우승을 차지한 세르게이 슈벤코프가 없었더라면 이번 대회 러시아 대표팀의 성적은 볼품없었을 것이다.

1. 볼트는 아니지만, 안정적이다

올해로 24세인 세르게이 슈벤코프는 진정 러시아 육상계의 새 역사를 썼다. 그가 등장하기 전 러시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허들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러시아 육상에서는 단거리 육상이 유명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종목에서 미국이나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 선수들이 월등했다. 슈벤코프가 “러시아의 볼트”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편 세르게이 슈벤코프 자신은 그 별명이 분명 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역량을 낮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제가 최고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가장 안정적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저는 3년 내내 일정하게 높은 경기수준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세계에서 저 말고 이런 선수는 없습니다.” 슈벤코프가 championat.com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슈벤코프가 100m 달리기에서 볼트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슈벤코프는 허들이 없는 일반 달리기로 전향할 생각이 없다. 그런 실험을 하기에는 기술 면에서의 차이가 너무 크다.

2. 팔방미인

세르게이 슈벤코프의 어머니 나탈리야 슈벤코바는 7종 경기 세계 준우승자이지만, 이 가족을 전통적인 스포츠 집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머니께서는 제게 다종경기는 물론 육상 자체를 권한 적이 없어요. 저에게 유일하게 강요한 것은 그저 뭔가를 하라는 거였습니다. 운동을 하든 음악학교나 회화클럽에 가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면 다 좋다고 하셨어요.” 세르게이 슈벤코프가 championat.com에 말했다.

그가 프로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16살이 돼서였다. 집중 훈련을 하면서도 영어를 마스터하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3. 런던의 찌푸린 하늘

슈벤코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 바르나울 출신의 슈벤코프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달고 안개 낀 영국에 입성했다. 하지만 런던의 찌푸린 하늘과 그토록 중요한 출발로 인한 긴장은 이 젊은 선수에게 독이 됐다. 당시 슈벤코프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는 1년 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훌륭한 기술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에서는 현 세계챔피언인 미국의 데이비드 올리버와 역시 현 기록보유자인 미국 선수 아리스 메리트도 그를 저지하지 못했다.

4. 친(親) 소셜미디어

슈벤코프는 과묵하고 비사교적이고 모든 자유시간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선수촌에서 힘들게 운동하며 보내던 과거의 러시아 선수들과는 전혀 다르다. 슈벤코프는 플래시 인터뷰를 즐기며 패션잡지 모델로 포즈를 취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에서는 그가 패션지인 ‘보그’를 위해 찍은 적나라한 화보 사진에 대한 뉴스 조회수가 유럽선수권 우승에 관한 기사 조회수보다 수백 배 더 많다) 영어로 트위터를 한다.

그는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동료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도 점수를 땄다. “미국 선수들은 자기보다 약하면 절대 인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알아보게 하려면트랙에서 한 번이라도 그들을 앞질러야 해요. 그들에게는 그런, 나름의 엘리트 클럽 관문이 있어요. 그러면 반대편 출발선에 똑바로 서 있어도 손 흔들며 인사하기 시작합니다.” 슈벤코프 가 championat.com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5. 도핑, 모든 것은 개인의 일이다.

도핑으로 러시아 육상선수들이 무더기로 자격 정지된 일이 있은 후 러시아의 모든 운동선수는 반도핑청의 요주의 대상이 됐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은 독일 ARD 방송의 폭로 영상으로 더 꼬였다.

슈벤코프의 코치인 세르게이 클렙초프의 말에 따르면, 한번은 러시아 반도핑청(РУСАДА)의 도핑 검사관이 꼭두새벽같이 선수촌을 찾아와 잠자고 있는 선수들을 모두 깨운 적도 있다.

한편 슈벤코프는 도핑 문제는 팀 전체가 아니라 선수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코치가 도핑약을 가져다 줘서 선수가 그 약을 먹었다고 그것이 러시아의 시스템적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코치가 그걸 먹거나 나가거나 양자택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를 떠나 다른 코치 밑에서 훈련하거나 독자적으로 훈련하면 그만이다.” 세르게이 슈벤코프가 ‘소벳스키 스포르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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