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소설가 (사진제공=보리스 프리호디코/리아 노보스티)
1878년 러시아 테니스가 탄생하기 몇 년 전 위대한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는 이미 새로운 운동 종목을 옹호하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1860년대에 테니스를 접했을지 모른다. 186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테니스 코트가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1875~1878년에 잡지 '러시아 통보(Русский вестник)'에 연재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테니스를 소개했다. '안나 카레니나' 제6부에서는 안나와 그녀의 연인 브론스키가 복식 테니스를 한다. 러시아 테니스는 1878년 8월 28일 공식 첫선을 보였다. 이날 테니스 팬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범 경기를 가졌고 제정 러시아 전체에 걸쳐 잔디 테니스 발전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랜드슬램 우승을 일곱 번 차지한 앙리 코셰(Henri Cochet)는 1930년대에 세계 테니스의 거성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걸음마 단계에 있던 소련 테니스계가 1936년과 1937년 두 번에 걸쳐 투어에 코셰를 초대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코셰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키예프 등지에서 시범 경기를 펼쳤고 이듬해에 돌아와 테니스 학교를 세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험은 곧 막을 내렸다. 스탈린의 대숙청이 극에 달하면서 코셰가 '간첩' 혐의로 소련에서 추방되고 그와 관련된 많은 사람이 처형됐기 때문이다.
1950년대 소련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하면서 소련 테니스 선수들도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제약이 따랐다. 선수들의 망명을 두려워한 소련 당국은 선수들의 해외 대회 출전 허용 일수를 40일로 제한했다. 상금은 항상 국가가 가져갔다. 소련 시스템의 압력에 커리어를 망친 나탈리야 치미료바는 우승 유망주로 1977년 시카고 대회에서 5천 달러의 상금을 획득했지만, 그중에서 자신이 받은 돈은 180달러뿐이었다고 회상했다.
1955년 소련 테니스 선수들은 매우 정교한 훈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테니스 당국은 100m 스프린트(여자선수는 60m), 도움닫기에서 멀리 뛰기, 도움닫기에서 높이 뛰기, 테니스 공 던지기, 턱걸이(여자선수는 줄타기), 1,500m 달리기로 이뤄진 6단계 체력 훈련 계획을 제시했다. 잡지 '소비에트 테니스'는 "이런 훈련이 우리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확실히 도움을 주어 소련 테니스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이다"고 자신 있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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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이 올홉스키 테니스 선수 (사진제공=세르게이 구네예프/리아 노보스티) |
러시아 테니스는 1990년대에 크렘린의 일부 도움을 받으며 순위가 급상승했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초대 대통령 자리에 오른 보리스 옐친은 열광적인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였는데, 그와 함께 러시아 테니스 코트는 갑자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비 장소가 되었다. 옐친의 VIP 테니스 대회에는 러시아의 거물들이 몰려들었으며, 옐친 대통령의 연습상대 중에는 올레크 시수예프 부총리와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도 들어 있었다. 루시코프는 붉은광장에서 열린 시범경기에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선수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곤 했던 루시코프는 세계 랭킹 49위의 전직 테니스 선수 안드레이 올홉스키의 시속 200km짜리 서브에 맞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