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FIFA) 게이트... 러시아 연루 흔적 나올까?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사진제공=로이터)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사진제공=로이터)

국제축구연맹(FIFA)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체포되는 떠들썩한 사건으로 세계 축구의 미래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운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부패 스캔들의 여파를 짚어보았다.

지난 5월 27일 스위스 경찰이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취리히에서 제프리 웹 부회장과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부회장 2명을 비롯한 FIFA 고위 관리 7명을 체포했다. 미국 검찰은 이들이 지난 24년 동안 뇌물, 금융사기, 돈세탁을 저질러온 것으로 혐의를 두고 있다.

FIFA 관리들에게 총 1억 달러 이상의 뇌물을 공여한 스포츠 언론자관계자들과 프로모션 단체들도 이들의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의 정보에 따르면, 이들은 그 대가로 남미 예선전 경기 마케팅과 스폰서 권리를 받았다. 모든 범죄는 미국 내에서 준비되고 실행됐으며 대금 지불은 미국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지난 5월 29일로 예정된 FIFA 회장 선거 전에 체포됐다는 사실이다. 5선에 도전하는 79세의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체포자 명단에 없었다. 그는 당선이 확실한 후보로 간주됐다. 주요 도박회사들이 그의 당선 가능성에 건 배당률은 1.11이었고 그의 경쟁자였던 39세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의 배당률은 6.00에 불과했다.

스폰서 이탈 가능성

러시아의 유명 축구 전문가이자 러시아축구협회 회장 후보인 알리셰르 아미노프는 이번 비리 수사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입지를 위협하리라고 봤다. "블라터 회장 체제의 안정성은 그가 '제3세계' 수십 개국에 자금을 후하게 대준 데서 나온다. 블라터 회장은 계속 늘고 있는 스폰서 자금의 상당액을 이들 국가 축구협회에 할당해주고 있고, 이들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선거에서 블라터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부패는 '제3세계'에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블라터 회장은 자신이 미국의 압력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아프리카가 자신을 지지하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현재 말리 같은 나라에서 나오는 한 표는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나오는 한 표와 같다."

아미노프는 스폰서들이 FIFA와의 협력을 거부할 가능성이 이번 사태에서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거대 스폰서들이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다. 자금 제공을 두둑하게 받지 못하면 블라터 회장에 대한 아프리카의 정서가 크게 약화할 수도 있다. 블라터 회장이 아프리카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오래 전부터 그의 기반을 흔들어왔던 유럽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본인도 모든 게 이전과 다름 없으리라는 점을 모두에게 입증할 만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블라터 회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FIFA 운영 '재편'을 요구하며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어떻게 될까?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을 각각 개최하는 러시아와 카타르 관계자들이 비리 연루자 명단에 빠져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품은 고위 인사들도 많았다. 러시아와 카타르를 겨냥한 이번 조사를 주도한 사람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안드레이 파벨코 우크라이나축구협회 신임 회장, 레나르트 요한손 UEFA 전 회장이었다.

이와 동시에 발터 드 그레고리오 FIFA 대변인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이 각각 러시아와 카다르에서 열린다며 현재 이전과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 스캔들에 대해 말하면서 FIFA 고위 간부들의 체포가 러시아와 무관하며 미국은 이런 식으로 블라터 회장의 재선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 라트게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미국 시민도 포함된 FIFA 집행위원들에 대한 기소가 전적으로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리 추흐리 FIFA 모스크바 사무국 전 국장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에 위협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FIFA 내부의 범죄 수사는 처음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다. 미국에서도 뇌물수수로 얼룩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2002)과 아틀란타 올림픽(1996) 조직위원들이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법정까지 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FIFA는 이번 비리 스캔들에서도 큰 충격 없이 벗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FIFA 내부에서 조직 개편이 일부 있을 테고 블라터 회장도 회장직을 유지할 것이다. 러시아와 카타르는 안심하고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추흐리 국장이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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