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아이스쇼로 모스크바를 사로잡은 예브게니 플류셴코

(사진제공=알렉산더 빌프/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알렉산더 빌프/리아 노보스티)

모스크바 루지니키 경기장(모스크바 최대 공연 공간 중 하나)에서 열흘간 예브게니 플류셴코의 신작 아이스쇼 ‘눈의 제왕(Снежный король)’ 공연이 열렸다. 1월 초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 후에는 해외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열흘 공연은 이미 관람객들 사이에서 환호에 가까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제 세계 각국이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알려져 있듯 신작 아이스쇼 '눈의 제왕' 은 일본과 중국, 한국, 유럽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캐나다와 미국 공연은 협의 중이다.

러시아 선수권에서 10번, 유럽 선수권에서 7번, 세계 선수권에서 3번, 올림픽에서 4번 우승을 차지한 예브게니 플류셴코가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신작'외에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자신의 아이스쇼를 만드는 것은 플류셴코의 오랜 염원이었다. 플류셴코와 공연팀은 올림픽 준비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여 이번 아이스쇼를 준비했다. 이번 쇼에서 플류셴코가 링크에 등장해서 하는 연기마다 올림픽 경기를 연상케 했다.

"예브게니가 아이스쇼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스타일에 피겨 스케이팅의 요소를 첨가한 공연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이번 아이스쇼는 피겨 스케이팅과 극영화, 3D 매핑요소를 담고 있으며 발레리 파라모노프가 쇼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음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눈의 제왕' 제작자이자 플류셴코의 배우자인 야나 룻콥스카야가 Russia포커스에 이같이 말했다.

아이스쇼 '눈의 제왕'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줄거리이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살짝 각색했다. 예브게니 플류셴코가 여왕이 될 수는 없으니 그의 배역을 바꾼 것이다. 그래도 무작정 왕으로 바꾼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플류셴코의 팬들이 그에게 '은반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반의 제왕을 위한 아이스쇼의 주제로 무엇을 택할 지 큰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플류셴코가 만든 아이스쇼의 또 다른 저력은 제대로 선정한 제작 및 공연팀에 있다. 제작자 룻콥스카야는 "팀은 우리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눈의 제왕' 연출은 과거 알리나 카바예바의 쇼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알렉세이 골루베프가 맡았다. '눈의 왕' 제작진은 다들 젊지만 이미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네 번의 올림픽을 함께 준비했던 안무가 다비드 압디시(David Avdysh)와 함께이긴 했지만, 플류셴코 본인도 최초로 안무연출에 참여했다. 진짜 모피 등을 동원해 만든 화려한 공연의상은 디자이너 이고리 굴랴예프의 작품이다.

게르다 역은 세계 선수권 2회 우승자이자 올림픽 메달 두 개를 보유한 이리나 슬루츠카야가 맡았다. 그녀는 35세인데도 멋진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 어린 소녀인 게르다 역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카이 역은 미국 선수권에서 3회 우승한 조니 위어가 맡았다. 샤먼인 왕자 역은 세계 선수권 우승자인 프랑스의 브라이언 쥬베르가, 꼬마 산적이자 공주 역은 러시아 주니어 선수권 2회 우승자인 카타리나 게르볼트가 맡았다. 산적 역은 유럽 선수권 우승자인 체코의 토마시 베르너가 연기한다.

그런데 '태양의 서커스'가 대체 뭔가? 공연 중간중간 태양의 서커스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눈의 제왕'이 아이스링크와 무대 곳곳에서 동시에 묘기를 부리고 공연하는 등 '태양의 서커스'의 기본 틀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볼지 먼저 정하지 않으면 시선이 분산된다. 공연자들의 묘기도 간단하지 않다. '눈의 제왕' 에 공중곡예사와 키다리 광대, 세계 무대에도 섰던 트램펄린 선수들을 초빙했다. 또 안전망 없이 공연한다는 것도 이 쇼의 또 다른 자랑이다. 공연 중 아이들의 비명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엄마, 저 사람 떨어지면 어떻게 돼?" 곡예사나 광대뿐 아니라 눈의 제왕 플류셴코 자신도 공중으로 올라간다. 그것도 꽤 높이...

유감스럽게도 '눈의 제왕'의 다음 모스크바 공연은 예정되있지 않다. 내년에는 새로운 공연인 '눈의 제왕의 귀환(Возвращение Снежного короля)'을 제작한다. '눈의 제왕'이 적지 않은 가격(가장 싼 자리가 약 1,000루블)에도 불구하고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TV 방영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도 쇼는 일단 세계를 돌며 공연해야 한다는 '태양의 서커스'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제작자 룻콥스카야는 말했다. "물론 비용 면에서 보면 우리 쇼는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러시아 아이들을 위해 신년 아이스쇼를 제작하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우리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어요. 그들은 저희 공연을 보고 놀랐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던 거죠. 물론 현재 협상 단계에서 약간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 러시아를 둘러싼 세계 상황 단순하지만은 않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승부수는 예브게니 플류셴코에요. 전 세계에서 그를 보고 싶어 합니다.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스쇼를 선보이려면 '이름'이 특히나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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