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러 피겨선수들 현역은퇴 후에도 아이스쇼 공연 활발

예브게니 플류셴코, ‘눈의 왕' 아이스쇼 (사진제공=Getty Images/Fotobank)

예브게니 플류셴코, ‘눈의 왕' 아이스쇼 (사진제공=Getty Images/Fotobank)

몇 주 전 러시아의 피겨스타 예브게니 플류셴코가 대형 아이스쇼 ‘눈의 왕(Снежный король)’ 초연 계획을 발표했다. Russia포커스가 현역활동 은퇴 후에도 아이스쇼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터들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눈의 황제'

지난 9월 말 러시아 피겨선수 예브게니 플류셴코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원작으로 한 신작 아이스 쇼 '눈의 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예브게니 플류셴코는 허리부상에도 불구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희망이 이뤄진다면 평창올림픽은 플류셴코의 개인 통상 다섯 번째 올림픽이 된다.

플류셴코는 '눈의 왕'이 이제까지의 국내외 아이스쇼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눈의 왕' 공연프로그램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이미 공개됐다. 먼저 220명이 제작에 참여한 '눈의 왕'은 가장 비싸고 환상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플류셴코는 공연 중 마술을 활용해 사상 최초로 빙판에서 8회전 묘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분이 특히 '빙판의 제왕' 플류셴코의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가 마술을 활용한다는 것 외에 더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다. 아마 특수 보조 로프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보조 로프는 피겨선수들이 점프와 착지 기술을 배울 때 쓰는 도구이다. 플류셴코는 이 아이스쇼 프로젝트에 이리나 슬루츠카야와 조니 위어, 브라이언 쥬베르, 토마스 베르너를 초청했다.

'눈의 왕'이 플류셴코의 첫 아이스쇼 프로젝트는 아니다. 그런데 그의 이전 아이스쇼 계획은 심각한 물의를 일으켰다. 플류셴코가 소치 올림픽 개인 경기에서 어쩔 수 없이 기권한 후에도 러시아와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플류셴코의 아이스쇼 '챔피언들과 그 친구들' 광고가 꽤 오랫동안 그대로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플류셴코의 수술 후 첫 공연을 2014년 올림픽 챔피언인 유즈루 하뉴의 아이스 쇼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손꼽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 전에 열린 중국 아이스쇼에서 이미 수술 후 첫 트리플 악셀을 수행했고, 이 일은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플류셴코는 중국에서 스케이트화 칼날이 망가진 일을 즉시 트위터에 올렸고 플류셴코의 팬은 다음과 같은 반응이었다. "플류셴코는 강철까지 부술 정도로 강한 능력자군요."

'블랙 스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사진제공=AP)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사진제공=AP)

스케일이 큰 플류셴코는 아마 자신의 작품 '눈의 왕'을 외국에도 선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피겨 선수들은 아직 전통적인 아이스 갈라쇼 공연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소치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세계 챔피언십 3관왕인 아사다 마오의 지난봄 아이스 갈라쇼 무대에 섰다. 소트니코바는 표트르 체르니쇼프와 함께 정열적인 'Come together'와 예전에 자신의 레퍼토리이기도 했던 '블랙 스완', 이렇게 두 무대를 준비했다.

소트니코바는 일본 공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2009년 일본 갈라 아이스 쇼에서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을 때 관람객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어요. 그 프로그램을 다시 공연해서 기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에서 피겨가 정말로 대중적인 스포츠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우리를 전담하는 경호팀을 특별 고용되기도 했어요. 다만 일본을 전혀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쉬워요. 스케줄이 분 단위로 짜여 있었거든요. 그래도 관중을 즐겁게 해줬다고 생각해요. 선물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몰라요. 티셔츠와 향수, 일본산 과자들 같은 것들이요. 주최측도 모든 참가 선수에게 선물을 줬답니다. 우리를 나고야에 있는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 준거죠. 모두들 그저 행복했답니다!"

'아이스 시즌'

‘아이스 시즌’ (사진제공=알렉세이 필리포브 / TASS)
'아이스 시즌' (사진제공=알렉세이 필리포브 / TASS)

러시아 아이스쇼 분야에서 가장 잔뼈가 굵은 인물은 아마 일리야 아베르부흐일 것이다. 그는 2002년 올림픽에서 이리나 로바체바와 함께 페어 부문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이다. 아베르부흐는 러시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TV쇼인 '빙판 위의 스타들', '아이스 시즌', '얼음과 불꽃', '볼레로'의 감독이자 프로듀서, 무대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또 그는 뮤지컬 '대도시의 불빛'도 연출했다.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을 홍보용으로 선보였던 바로 그 뮤지컬이다. 당시 관객들은 피겨 경기 사이사이에 러시아의 과거 챔피언인 타티야나 납카와 로만 코스토마로프, 타티야나 토티먀니나, 막심 마리닌, 알렉세이 야구딘을 볼 수 있었다.

아베르부흐는 본인의 쇼를 해외에서 공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외국의 아이스쇼가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에는 세계 선수권 우승자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같은 최고 수준의 피겨 선수뿐 아니라 아이스 곡예경기 챔피언들이 참여합니다. 저는 쇼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유럽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의 스케이팅 실력은 사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하지만 쇼를 보여주고 조명이나 무대 화약 장치, 특수효과, 무대장치, 의상 등 화려한 진행을 구성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스 극장

(사진제공=블라디미르 페도렌코 / 리아 노보스티)
‘아이스 미니어처 극장’ (사진제공=블라디미르 페도렌코 / 리아 노보스티)

아이스 극장은 아베르부흐의 꿈이다. 그런데 이미 약 30년(2016년에 30주년을 맞는다) 동안 이고리 보브린의 감독의 쇼 '아이스 미니어처 극장'이 성공리에 이어지고 있다. 이고리 보브린은 '카우보이'와 '파가니니', '보이지 않는 파트너와의 춤' 등의 프로그램을 공연한 세계적인 선수이며 피겨 프리스케이팅의 제왕으로 세계 피겨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럽 선수권 우승자이다.

'아이스 미니어처 극장'은 일본과 이탈리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플로리다) 등에서 공연했다. 특히 한국 프로젝트가 대성공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한국판 이름까지 있다. '볼쇼이 온 아이스'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년 여름 부산과 대구, 서울에서 '신데렐라'와 '백조의 호수', '메리 포핀스' 공연을 했다.

'아이스 미니어처 극장'의 솔리스트 나탈리야 베스테미야노바는 이렇게 말한다. "제 생각에 이 극장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 같아요. 물론 호구지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준비에 쏟아붓는 정신적, 물리적 노력은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이 극장에 우리의 모든 삶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