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듬체조의 두 신성... 쿠드럅체바와 마문

마문과 쿠드럅체바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마문과 쿠드럅체바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의 야나 쿠드럅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 선수가 전 종목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러시아 대표팀 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지키며 친하게 지내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Russia포커스가 소개한다.

터키 이즈미르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2014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의 야나 쿠드럅체바와 마르가리타 마문 선수가 개인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야나 쿠드럅체바는 올림픽 프로그램인 개인종합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종목별 결선 후프, 곤봉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대표팀 친구인 마르가리타 마문과 볼 결선에서 동점으로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야나와 마르가리타는 그냥 대표팀 동료가 아니라 실제로 친한 친구 사이다. 야나와 마르가리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연습장과 경기 중에만 경쟁합니다. 스포츠를 떠나서는 아주 잘 지내요. 팀 내 순위라든가 메달을 놓고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선수들이 우리처럼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한테 실제로 자주 듣곤 해요."

야나 쿠드럅체바 - 강철 날개를 단 천사

15세 소녀 야나 쿠드럅체바는 2013 키예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부문 1위에 오르며 말 그대로 곧장 세계 시니어 리듬체조계의 신성으로 등장했다. 만 16세에 종합부문 세계 정상에 처음 섰던 알리나 카바예바와 옐레나 카르푸히나를 앞지른 것이다. 바로 이때 금발에 갸날프면서도 근성이 있는 야나에게 "강철 날개를 단 천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제공=DPA / Vostock-Photo)
(사진제공=DPA / Vostock-Photo)

야나는 그 별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천사라는 것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저는 천사가 아니에요. 저는 이상적인 인간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강철 날개'라는 수식어는 키예프 세계선수권에서 리본 종목을 연기할 때 수차례 음악이 중단되는 일을 겪은 후에 붙은 것입니다. 그때 저는 평정심을 잃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프로그램을 완수했거든요. 결승전까지 갔고 1위에 올랐습니다."

2014 이즈미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야나는 자신의 유연함, 리듬감, 우아함, 뛰어난 종목별 기량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듬체조의 공주'라든가 '오르골에서 나온 발레리나', '공을 손에 들고 태어난 선수' 같은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마지막 별명은 볼 종목에서 야나가 자신만의 기술인 농구선수처럼 한 손가락으로 공을 돌리면서 앞구르기를 한 후 생겼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이틀 후 야나 쿠드럅체바는 17세가 됐다. 그 나이에 이미 세계선수권에서 1위를 8번, 유럽선수권에서는 4번 차지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힘든 훈련을 버틸 원동력이 있다. 바로 리오 올림픽이다. 게다가 야나 쿠드럅체바의 가족 중 이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바로 유명한 수영선수인 알렉세이 쿠드럅체프이다. 그는 1992년 릴레이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나가 어른스럽게 말했다. "매 경기의 목표가 이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경기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와 코치들, 그리고 응원 온 사람들을 실망시켜서도 안 돼요. 그렇게 경기하면 심판들이 좋은 평가를 주게 돼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떠한 경우든 가족은 저를 자랑스러워 하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돼요. 엄마와 할머니는 제 경기를 보면서 감정에 복받쳐 울기도 하세요. 아빠는 스포츠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다 보니 저를 아주 잘 북돋아 줍니다."

마르가리타 마문 - 벵갈 호랑이

(사진제공=Imago / Legion Media)
(사진제공=Imago/Legion Media)

마르가리타는 야나와 전혀 다르게 생겼다. 갈색 머리에 열정적이고 감정적이며 표현력이 풍부하다. 러시아 리듬체조 대표팀 감독이자 러시아 리듬체조연맹 회장인 이리나 비네르는 마르가리타를 심지어 '벵갈 호랑이'라 부른다.

18세의 마르가리타 마문이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어요. 엄마는 러시아인이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저한테는 벵갈 피가 흐르고 있어요. 비네르 감독님이 말한 것 중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저는 경기 음악을 아주 잘 탈 줄 알아요. 감정을 끄집어내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죠. 제 감정은 아주 진실하며 저절로 나오거든요. 점프력을 타고나서 점프도 잘하는 편이에요."

마르가리타의 유일한 단점은 경기력에 편차가 있다는 점이다. 연습 때처럼 정확하게 실전에서도 연기를 수행하지 않기도 한다. 감정 조절을 언제나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실수가 나오고 메달권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19세 소녀가 기세를 제대로 탔을 때는 쿠드럅체바도 능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잔 세계선수대회에서는 볼 종목에서 19점을 넘어서며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아직 경기력이 불안정하다. 키예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결승에서 마르가리타는 6위에 그쳤다. 201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마르가리타 마문은 어릴 적부터 카바예바나 카나예바처럼 되고 싶었냐는 질문에 그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리듬체조 배우는 곳이 있어서 리듬 체조를 시작했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마르가리타는 초등학교를 마친 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으니 리듬 체조 선수치고는 꽤 늦은 편이다. 마르가리타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어렸을 적부터 닮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분명 귀감이 된다. 그리고 마르가리타는 야나와의 경쟁 관계를 묻는 말에 철학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언제나 최고의 경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발휘하더라도 야나를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지만요." 마르가리타가 이렇게 고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지는 않아요. 제가 경기를 제대로 못 하면 높은 점수를 위해 노력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으니 야나와 순수한 경쟁을 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런 데다 그간 스스로 만족할 만큼 훌륭하게 치른 경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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