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펠로 러 대표팀 감독, 올 10월 월드컵 결과 하원 보고 참석하게 될 듯

파비오 카펠로 감독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파비오 카펠로 감독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러시아 축구팬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2무 1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카펠로 감독은 한 달 안에 기자회견을 열고 상세히 해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오는 10월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하원 보고회에 출석해야 한다.

패배의 대가

2018년까지로 체결된 계약에 따르면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연봉은 900만 유로다. 이타르타스 통신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계약 만료 전에 먼저 계약을 파기할 경우 위약금 총액은 2500만 달러에 달한다. 일간 '스포르트-엑스프레스'는 위약금이 3200만 유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금액은 카펠로 감독이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차기 월드컵까지로 체결된 계약에 따라 감독을 계속 맡을 경우 받게 될 총액과 맞먹는다.

니콜라이 톨스티흐 러시아축구협회 회장은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R-스포르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펠로 감독이 이번 월드컵 이후에도 감독을 계속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30일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장관은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짝 물러서 "문제가 감독에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 카펠로 감독은 자리 보전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카펠로 감독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처럼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2018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둔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그를 계속 보전할 지 여부는 축협 지도부(어쩌면 다른 지도부에게도)에게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트위터 금지에도 허무한 결과

러시아 대표팀의 패배에 대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SNS에서 계속되고 있다. 거대 사업가로 'FC 크라스노다르' 소유주인 세르게이 갈리츠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카펠로 계약 건은 정말 창피스럽다. 데려올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돈 아깝다고 난리인지. 나라 체면을 생각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TV 축구 해설가인 요나 안드로노프는 "러시아 국대 감독으로 카펠로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 Go home!"이라며 성토했다. Polozovs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트위터리안은 "침몰하는 러시아 국대다에서 제일 먼저 탈출한 것이 카펠로 감독"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펠로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러시아 국대 선수들에게 트위터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축구 평론가 발레리 비노쿠로프는 카펠로 감독 스스로 여론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게 하는 빌미를 많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감독들은 매우 빠르게 러시아 사람들의 최악의 측면을 닮아 간다. 러시아 대표팀을 지도했던 딕 아드보카트도 그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FC 제니트' 감독을 역임한 루차노 스팔레티도 그랬다. 이들은 모든 비난을 심판에게 돌리는 법을 아주 빨리 터득했다. 네덜란드나 이탈리아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외국인 감독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법도 금방 파악했다."

유로 2008에서 러시아 축구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런 점에서 다행히 예외로 보였다. "그는 축구협회장에게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신이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내 아내가 단박에 알아봤다'고 말할 줄 알았다." 비노쿠로프가 이같이 떠올렸다. '스포르트-엑스프레스' 지의 축구 분석가인 블라디미르 게스킨도 히딩크가 훌륭한 감독이었으며 대표팀 안에 멋진 분위기도 조성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카펠로 감독 체제에서는 대표팀 분위기가 군대 막사 같았다. 왜 트위터 사용을 금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전임 외국 감독들의 계약과 마찬가지로 카펠로 감독의 계약도 수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게다가 이런 의문은 연봉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이 계약 내용은 지난 1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뒤 변경되었다. 그 전까지는 위약금 규모가 500만 유로였다.

하원 보고 앞두고 행운의 여신 윙크할까?

게스킨은 "카펠로 감독이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감독들조차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해 자진 사퇴한 것처럼 당연히 자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러시아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략 반반으로 갈렸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감독을 찾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 토종 감독들 사이에서는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카펠로 감독처럼 이름값만 보고 외국인 감독들을 모셔오고 있다. 하지만 카펠로 수준의 감독들은 큰 돈을 챙겨준다고 해도 러시아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비노쿠로프도 감독 선임의 핵심 기준이 명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들은 국대 감독 선임을 승인할 국가 지도부에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을 찾고 있다. 카펠로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해 몹시 불만이었던 영국인들이 우리측 전문가들에게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미리 경고해주었음에도 이렇다"고 말했다.

'카펠로 거취 문제'는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놔둘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교체하는 것도 불안하다. 카펠로 감독의 경기 스타일이 러시아 축구 전통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는 하지만, 문제는 카펠로 감독에게만 있지는 않다. 그는 난처한 상황이다. 우리 국대에는 탁월한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 우리가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전에서 보여줄 게 뭐가 있겠는가?" 게스킨의 말이다.

카펠로 감독의 월드컵 본선 경험은 러시아와 영국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총 7경기를 치른 것뿐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경험은 단 1경기, 그것도 영국 대표팀 감독이었을 때 일이다. 하지만 올 10월 3일 월드컵 결과 하원 보고회가 실제로 열리는 경우 카펠로 감독에게는 운이 따를 수도 있다. 하원 보고회 전달인 9월 8일 유럽선수권대회 예선 첫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상대는 리히텐슈타인. 러시아 국가 대표팀은 지금까지 리히텐슈타인과 붙어 진 역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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