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문가들, “카펠로 이끄는 러 국대 16강 진출 가능성 크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 (사진제공=이타르타스)

파비오 카펠로 감독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다. 브라질로 향하는 러시아 대표팀은 우승 후보가 절대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축구 팬과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끼어 있지 않은 대표팀 선수들보다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탈리아식 규율

러시아인들의 의식 속에서 이탈리아는 정확성과 규율을 연상케 하는 나라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부임 첫날부터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카펠로 감독은 마음 좋은 거스 히딩크와 무뚝뚝한 딕 아드보카트 전임 감독들에 비하면 폭군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히딩크는 러시아를 떠날 무렵 선수들을 방임상태로 풀어놓았고, 아드보카트는 아예 드러내 놓고 선수들 훈련보다는 자신의 은행계좌 규모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영향력 있는 스포츠 북메이커 윌리엄힐(William Hill) 사의 견해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팀은 월드컵 유력 우승 후보에 들지 못한다. 러시아는 우승 후보 전체 순위에서 14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의 우승 배당률은 81:1이다. 한편 윌리엄힐은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팀의 16강 진출을 의심치 않는다. 러시아의 16강 진출 배당륭은 1.44:1이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이 러시아에 잠깐씩만 머물렀던 반면, 파비오 감독은 월드컵 토너먼트마다 어떻게든 서너 경기는 챙겼다. 그리고 대표팀 진용도 절반 가량 점진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드보카트의 핵심 선수였던 안드레이 아르샤빈과 로만 파블류첸코, 파벨 포그레브냐크를 명단에서 제외했는가 하면, 동시에 수비수 알렉세이 코즐로프와 안드레이 예셴코를 발굴했고, 빅토르 파이줄린과 드미트리 콤바로프를 주전 선수로 만들었다. 또 몇 달 전만 해도 대표팀 승선을 꿈도 꿀 수 없었던 선수들을 브라질로 데리고 간다. 카펠로 감독은 이러한 선수 기용 방침을 통해 무엇보다도 먼저 선수들이 끊임없이 뛰게 하고 선수진에서 누구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팀 운영에서 주요 원칙과 관련하여 파비오 감독은 '존중'이라는 말을 자주 되풀이한다. 그는 엄격한 규율을 내세운다. 선수들은 1분도 어김없이 일정을 준수해야 되고, 운영진은 고급호텔처럼 잘 조직되어 있으며, 기자들은 대표팀에 머무는 호텔에서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는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누가 골을 넣을까?

현재 러시아 대표팀의 주요 특징은 조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 줄을 서서라도 사인을 받고 싶어 하는 개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선수들은 러시아 대표팀에 없다. 러시아 밖에서 러시아 대표팀 선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문가들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경기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압박과 좋은 볼컨트롤, 수비 조직력도 여기서 나온다. 발레리 가자예프 전 러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팀은 더 견고하고 완전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축구 국가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유리 세민도 가자예프 전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카펠로 감독이 대표팀에 통일성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팀은 수비 플레이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일부 수비수는 나이 때문에 재빠른 상대팀의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민 전 감독의 스피드에 대한 불만은 주로 대표팀 중앙 수비수들을 겨냥한 것이다.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는 곧 35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바실리 베레주츠키는 6월 20일이면 만 32세가 된다. 그러나 카펠로 감독에게는 중앙 수비진을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없다.

하지만 미드필드와 측면 수비수의 경우 한 자리를 두고 두세 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어 코칭 스태프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바로 수준 높은 하프백에서 러시아 대표팀의 모든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반면 공격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현대 러시아 최고의 골잡이로 월드컵에도 유일하게 출전한 경험이 있는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가 골을 넣어야만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일본에 다녀왔다. 하지만 현재 알렉산드르는 노장 선수인데다 자신의 소속팀 상트페테르부르크 '제니트'에서도 많은 시간을 리저브 선수 벤치에서 보내고 있다. 또 다른 공격 옵션으로는 '디나모' 소속의 알렉산드르 코코린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재능이 분명히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여 가끔 불안정안 플레이를 보이곤 한다. 결론적으로, 러시아 팀의 최대 약점은 공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하여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 팀이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게다가 조별리그 상대팀들은 한국과 벨기에, 알제리로 그리 위협적이지 못하다.

뱌체슬라프 콜로스코프 러시아 축구연맹 명예회장은 "조별리그 통과는 당연하다.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러시아 대표팀 경기를 해설할 예정인 유명 TV 축구해설가 블라디미르 스토그니옌코도 콜로스코프 명예회장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16강전에 진출하리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독일과 맞붙지 않는다면 8강전까지도 진출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조별리그 통과만으로도 우리에겐 기본적으로 큰 성과가 될 것이다. 1986년 이후로 우리가 이런 성적을 거두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낙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카펠로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카펠로 감독이 최상은 아니지만, 그가 바로 우리 팀의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돈 파비오' 감독 자신은 요란한 발언들을 자제한다. "우리는 오랜만에 월드컵에 참가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른 어떤 대회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먼저 조별리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하게 되면, 16강전에서 독일이나 포르투갈과 만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이건 나중에 생각해 볼 일이다.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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