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 위의 공주 율리야 리프니츠카야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사진제공=리아 노보스티)

15세 소녀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동계올림픽 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러시아 피겨 선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Юлия Липницкая)가 러시아 대표팀 일원으로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동계올림픽 사상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리프니츠카야는 1998년 6월 5일 생으로 만 15세의 나이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전까지 올림픽 사상 최연소 기록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타라 리핀스키가 보유하고 있었다. (리핀스키도 당시 만 15세였지만 리프니츠카야는 당시 리핀스키보다 6일 어린 나이로 금메달을 따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핀스키는 리프니츠카야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는 무엇보다 여자 개인 싱글 경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러시아 대표팀은 지금까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적이 한 번도 없다.

시작

율리야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태어나 만 네 살에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에 2009년 젊은 에테리 투트베리제(Этери Тутберидзе) 코치의 지도를 받기 위해 모스크바로 이사했다. 리프니츠카야는 투트베리제 코치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평범한 소녀로 돌아갈 각오였다고 그때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투트베리제 코치는 율리야에게서 챔피언이 될 자질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그녀를 제자로 받아주었다.

2011-2012 시즌에 리프니츠카야는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니어 참가 무대를 모두 '휩쓸었다. 이듬해 2013년 시니어 대회로 올라간 율리야는 여기서도 두 번 우승했으나(컵 오브 차이나 은메달, 프랑스 에릭 봉파르 동메달) 훈련 도중 넘어져 턱이 깨지고 가벼운 뇌진탕을 입어 파이널에서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쉬는 날이 없어요"

리프니츠카야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그녀는 난이도의 최고 수준의 4레벨과 가산점 3점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수직 스플리츠 상태에서의 놀라운 회전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해내고 만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의 스포츠 인생에서는 모든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제가 스트레칭을 얼마나 많이 연습해야 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하루이틀만 게으름을 피면, 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해지거든요. 근육이 금방 제멋대로가 되버리니까요." 율리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율리야는 천성이 완벽주의자다. 우승을 하고도 내심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올림픽 단체전 프리 스케이팅 연기가 끝났을 때도 그랬다. "점프가 제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마지막 스핀도 완벽하지 않았어요. 아직은 내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경험이 쌓이면 가능한 일이겠죠. 그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넘어졌다 일어선 카롤리나 코스트너처럼 웃을 수 있을 거예요."

투트베리제 코치도 제자의 말에 수긍했다. "연마할 것이 아직 더 있어요. 율리야가 프로그램 중간에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건 정상이에요. 율리야가 태엽인형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이번 연기를 분석한 후에 부족한 부분을 다음 경기 전에 보완할 계획입니다."

다음 무대는 오는 19-20일 진행되는 개인전이다. 율리야는 첫 올림픽 금메달의 도취감을 털어내고 주변의 열띤 관심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훈련하기 위해 아이스링크 전체를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모스크바로 2월 10일 코치와 함께 돌아왔다.

경쟁자들

리프니츠카야의 경쟁자들은 이미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쟁쟁한 선수들이다.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유럽선수권을 5연패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 2010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세계선수권을 두 차례 제패(2008년, 2010년)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바로 그들이다. 리프니츠카야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이미 두 선수를 누른 바 있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세계선수권을 두 차례 제패한 한국의 김연아도 있다. 끝으로 2014년 유럽선수권에서 리프니츠카야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또 다른 러시아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Аделина Сотников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싱글전이 나이 어린 리프니츠카야에게는 홈경기인만큼 관중석의 응원은 다른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것보다 훨씬 더 뜨거울 것이다. "관중석에서 굉장히 소리를 많이 지를 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배경음악마저 안 들릴지 모른다구요. 경기 전 몸을 풀 때도 그렇고 언제 어딜 가든 엄청난 함성이 쫓아다닐 거라고들 했어요. 마음의 준비는 했는데, 진짜 이렇게 시끄러울 지는 몰랐어요. 하지만 그게 도움이 됐으니 다행이죠." 율리야가 말했다. "중요한 건 내 자신이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했나, 얼음위에서 얼마나 편안한가 하는 거예요. 앞으로도 제 연기에만 충실할 거예요. 모든 경기가 끝나야 '아, 내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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