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 훌리건’ 난동 막을 강경 대응책 마련

(사진제공=이타르 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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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운동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의 행동수칙을 규정한 이른바 ‘관람객법(Закон о болельщиках)’이 발효되었다. 새로 발효된 법의 주요 내용은 ‘훌리건 블랙리스트 작성’ 그리고 ‘경기장 안전관리단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러시아에서 축구경기 훌리건 규제를 겨냥한 이른바 '관람객법(Закон о болельщиках)'이 발효되었다. 정부가 입안한 이 법에 따라 앞으로 운동경기 관람객들은 경기장 내로 화약이나 페인트류 반입, 정치적·민족적·극단주의적 선동물 반입,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이 금지된다.

모욕이나 저질 표현이 담긴 플래카드도 반입할 수 없다. 플래카드에 외국어를 쓸 때는 공증기관의 인증이나 경기 주최측의 허가를 받은 번역을 병기해야 한다.

발효된 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관람객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것이다.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한 관객은 최대 7년 동안 스포츠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다. 금지사항을 어긴 관람객은 만 오천 루블(455달러)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15일간 구금된다.

또한 경기 주관단체에도 경기장 내 난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수정조항이 추가되었다. 1회 위반 시 경고조치를, 두 번째에는 활동중단 조치한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 운영 중인 스튜어드(경기진행요원) 시스템의 러시아 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장 안전관리단이 앞으로 경찰과 함께 경기장 내 질서를 유지한다고 명시해 놓은 부분도 중요하다. 경기장에는 최신 CCTV가 설치된다. 경기 동영상만으로는 훌리건의 얼굴을 식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이 때문에 최근 그 필요성이 자주 언급돼왔다.

경기장을 휩쓴 폭력성

지난 일년 반 동안 러시아 경기장에서는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했다. 2012년 9월에는 관중들이 구장에 연막탄을 투척하는 바람에 모스크바 연고 축구팀인 '디나모'와 '토르페도'의 러시아컵 경기가 중단됐다. 같은 해 11월에 개최된 '디나모'와 페테르부르크팀 '제니트' 간 경기 중에는 관중석에서 화약이 날아와 디나모의 골키퍼인 안톤 슈닌 선수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야로슬라블 축구장에서는 '스파르타크' 팬들과 야로슬라블 현지 특수경찰부대 '오몬'이 충돌하고 관중석에 나치 깃발이 등장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날 벌어진 대규모 소요 사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관람법'을 제정하기 전까지는 규정을 어긴 관람객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법을 준수하는 평범한 스포츠팬들은 일부 관중의 과격행동과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방식이 모두 불만이었다.

'관람법'을 더욱 구체화 해야...

러시아 스포츠팬 연합회의 알렉산더 슈프리긴 회장은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이제 스포츠 경기 관중에게도 지켜야 할 규정이 생겼다"면서 "법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사의 안전띠 미착용과 음주운전에 각기 다른 처벌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관람법에서는 관람객이 욕을 하든, 필드에 침입하든, 경기를 중단시키든 그 처벌은 모두 판사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CSKA의 팬으로도 유명한 풍자가 미하일 그루솁스키는 관람법을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무질서에 대한 책임을 다수의 관람객이 아닌 분명 법을 어긴 소수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필드에 화약을 던지고 선수들을 다치게 하는 일부 관중을 '스톱 리스트(stop list)'에 올려 장기간 관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리가 아닌 특정한 몇몇을 처벌해야 합니다. 저라면 경기장에서 말썽을 일으킨 축구팬은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루솁스키는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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