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래 최대의 빅 매치… “차가운 계산에 무릎 꿇은 열정”

7라운드에서 몇차례 포벳킨을 녹다운시킨 클리츠코가 왜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7라운드에서 몇차례 포벳킨을 녹다운시킨 클리츠코가 왜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제공=이타르타스)

러시아 권투 전문가들은 포벳킨이 클리츠코에 패한 원인이 전술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시즌 프로 복싱의 빅 매치로 기대를 한 몸에 모았으며 러시아 복싱 역사상 확실한 빅 매치였던 포벳킨과 클리츠코의 시합이 약간 아쉬웠던 이유는 수많은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뻔한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러갔다는 점이다. 알렉산드르 포벳킨에게는 우크라이나의 클리츠코를 상대로 수 차례 다운을 당하고서도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텨낼 정신력이 있었지만, 세계 최강의 헤비급 선수에게 이렇다 할 타격을 주기엔 체급이 부족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우월함을 확실히 증명하며 세계권투협회(WBA), 국제복싱기구(IBF), 세계복싱기구(WBO) 통합 챔피언 벨트를 지켜낸 클리츠코에게는 또 다시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선수마다 기술과 전술, 키와 경험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매 시합마다 새롭고 특징이 있다. 포벳킨과의 시합도 다른 시합과 달랐다." 경기가 끝나고 클리츠코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나에 대한 비판은 계속 있어왔기 때문에 나는 이미 그것에 적응했다. 그래도 상관없이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오늘 나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7라운드에서 몇차례 포벳킨을 녹다운시킨 클리츠코가 왜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클리츠코 자신은 상대의 끈질긴 반격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철권박사' 클리츠코의 공격에 확연히 기진맥진한 포벳킨이었지만, 마지막 종이 울릴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포벳킨의 코치 알렉산드르 지민은 이즈베스티야에 이렇게 말했다. "포벳킨은 시합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클리츠코가 스텝과 반칙인 클린치로 위기를 모면했기 때문에 공격이 먹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클리츠코는 포벳킨을 밀거나 조르는 등 경기의 흐름을 깨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다. 유감스럽게도 심판은 한 차례 경고만 주었을 뿐이다."

왕년의 라이트급 세계챔피언이자 포벳킨의 친구인 알렉산드르 바흐틴도 지민 코치와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즈베스티야에 이렇게 밝혔다. "포벳킨의 과제는 접근전을 펼치는 것이었으나, 클리츠코가 경기 내내 클린치를 계속했다. 클리츠코의 다른 상대는 3~4라운드까지 클린치를 당하면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러면 클리츠코는 거리를 두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번 경기에서 클리츠코는 접전이 벌어지면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포벳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한편, 이번 경기의 승자인 클리츠코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클린치도 복싱의 일부다. 내 목표는 포벳킨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포벳킨과 나는 키 차이도 난다. 그런데 그는 계속 상체를 숙이고 다리를 굽힌다. 내 강점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단호히 반박했다.

소련 시절 유명 복서였던 니콜라이 흐로모프는 클리츠코-포벳킨의 시합 결과를 정리하면서 포벳킨이 대전 전술을 잘못 택했다고 지적했다. "포벳킨이 처음부터 이 경기에 전술적으로 잘못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포벳킨은 정공으로 돌진했는데, 클리츠코가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클리츠코는 6라운드까지 포벳킨을 압박하며 움직일 틈을 주지 않다가 이후 공격에 들어갔다"고 gazeta.ru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다.

"클리츠코를 자극하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상대의 진을 뺀 다음 공격하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포벳킨은 그러는 대신 정석대로 갔고, 클리츠코는 공격하기 전 몸을 숙인 포벳킨을 그냥 위에서 눌러버렸다. 클리츠코는 포벳킨을 상대로 정확한 전술을 택했다. 다른 방법으론 경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포벳킨은 전술에서 졌다"고 흐로모프는 결론지었다.

한편, 포벳킨 측은 섣부른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지난 경기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고,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구체적으로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즈베스티야에 지민 코치가 밝혔다. "포벳킨은 남자답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는 세계 최강의 선수와 싸우면서 마지막 순간, 마지막 펀치까지 굴복하지 않고 강인한 용기를 보여주었다."

지민 코치의 말을 들어보면, 포벳킨은 선수생활 은퇴에 대해서는 한 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랭킹전 준비를 할 지, 아니면 챔피언 쟁탈전에 재도전할 지 결정할 것이다. 클리츠코는 이미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포벳킨의 재도전을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조만간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이즈베스티야gazeta.ru 자료를 정리해 작성한 것입니다.

This website uses cookies. Click here to find out more.

Accept coo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