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가이드: 모스크바의 교통상황

러시아, 모스크바, 쿠투조브스키 대로(Кутузовский проспект)

러시아, 모스크바, 쿠투조브스키 대로(Кутузовский проспект)

콘스탄틴 코코시킨/Global Look Press
우리가 예전에 안내서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차가 막혀 세 시간을 마냥 서 있어야 할 위험 없이 모스크바에서 자가용을 타고 움직이는 것은 5월 국경일 기간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때는 일반적으로 모스크바 사람 대다수가 도시를 벗어나는 시기다. 그런데 밖은 아직 오월이 아니고, 무슨 일이 있어도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우리는 미처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 보완하겠다. 이짧은 기사에서 우리는 한 지하철역 '아르바츠스카야'와 다른 지하철역 '아르바츠스카야'를 구분하는 법, B 경로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법, 크게는 모스크바에서 대중교통으로 알맞게 이동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려 한다.

1. 흠, 일단 자전거부터 시작하자

비교적 규모가 큰 유럽의 도시라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대학생들은 (학교에 가긴 한다면) 학교에 갈 때, 주부들은 장을 보러 갈 때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 대여 / Moskva Agency자전거 대여 / Moskva Agency

최근 몇 년 동안 모스크바는 유럽과 비슷한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도심에서 이 시스템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당신이 살거나 일하는 지역이 도시 중심부가 아니라도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에 시간을 무한정 쏟아부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모스크바에서는 거리 자체가 매우 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아주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해 사무실에서 샤워하길 권한다. 둘째, 모스크바 시 당국이 자전거는 마련했지만, 자전거 도로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해 지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그래서 아직 자전거 도로가 없는 구간이 많다.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모스크바 운전자들을 실어서 모스크바 아닌 다른 곳에 갖다 놓을 수는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의 공격성은 이제 그 무엇으로도 없앨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 모스크바 지하철은 별도의 이야기 거리

기차는 1938년에 세워진 ‘마야콥스카야’(Маяковская)역에 도착하면서 여성이 플랫폼을 걸어 간다. / 로이터기차는 1938년에 세워진 ‘마야콥스카야’(Маяковская)역에 도착하면서 여성이 플랫폼을 걸어 간다. / 로이터

러시아에서는 보통 지하설 노선을 색깔로 구분하여 부른다. 한국처럼 '1호선', '2호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옆 자리 승객에게 환승 역을 물어 본다면 색깔이 아니라 노선의 정식 명칭을 대며 답을 해 주긴 한다. 하지만 보통은 색깔로 노선을 설명한다.

만약 당신이 '스몰렌스카야'나 '아르바츠카야'역으로 가야한다면, 미리 무슨 노선에 있는 역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름의 역이 모스크바 지하철에 두 곳 씩 있다. 모스크바 주민조차 때때로 헤맬 정도로 혼동하기 쉽다.

지하철이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 모스크바 지하철 차량은 노선의 마지막 역까지 운행하지 않고 당신이 가야 할 역으로 가기 전에 있는 차고지까지만 운행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게 그리 끔찍한 일은 아니라 해도 엄청나게 괴로운 일인 건 맞다. 다음 열차가 사람이 더 많아서 콩나물시루처럼 끼어 타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히 심란할 것이다.

하지만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를 다른 노선도, 예컨대, 런던이나 뉴욕 지하철 노선도와 비교해본다면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길을 잃기는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긴 어떻게든 길을 잃는 법을 알아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어쨌든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 모스크바 지하철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 모스크바 지하철엔 화장실이 없었다?

3. 제3 순환도로

기차는 모스크바 중계 철도를 따라 모스크바 국제 비즈니스 센터(모스크바 시티라고도 함) 보인다. 2017년 1월 23일. / 로이터기차는 모스크바 중계 철도를 따라 모스크바 국제 비즈니스 센터(모스크바 시티라고도 함) 보인다. 2017년 1월 23일. / 로이터

언제라도 볼 수 있는 ‘사물 명부’에 제3 순환도로(TTK, 사람들은 보통 '트료시카('셋째'라는 뜻)'라고 부른다)의 정체 상황이 등재되었을 때 모스크바 시 당국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심사숙고 끝에 찾아낸 해결책이 TTK를 따라 도는 새로운 지상형 지하철 '순환' 노선을 만드는 것이었다.

'라스토치카('제비'라는 뜻)'라는 시적인 이름의 새 차량들은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관람객들을 한 클러스터에서 다른 클러스터로 실어나르던 차량인데, 이곳으로 옮겨져 새로운 지하철 노선에 투입되었다. 내친 김에 덩달아 다수의 환승역 정비공사도 진행되었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시 당국이 주도하는 사업 중에서 많은 이들이 공동으로 열정을 보이는 일을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유일한 단점은 지하철에서 지상 노선으로 환승하려면 때로 보기 흉한 지역에서 꽤 긴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싫어서 지상형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편을 택한다.

4. 트램(전차) – 느리지만 믿음직스럽다

만약 당신이 쉘든 쿠퍼(미드 '빅뱅 이론'의 주인공)처럼 지하철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모스크바에도 지상 대중교통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도보예 콜초에서 모스크바 트롤리버스의 노선 ‘B’. / 유진 오디노코프/리아노보스티'사도보예 콜초'(모스크바 중심가를 잇는 환상도로)에서 모스크바 트롤리버스의 노선 ‘B’. / 유진 오디노코프/리아노보스티

예를 들면, '사도보예 콜초'(모스크바 중심가를 잇는 환상도로)를 왕복하는 트롤리버스의 노선 'B'는 밤늦게까지 운행되며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일반버스도 당연히 운행되고 있지만, 운행시간표에 11시 15분 도착이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정확히 그 시간에 도착한다고 우리가 보증할 수는 없다.

모스크바에는 트램(전차)도 있다. 트램 이용객은 버스나 트롤리버스 이용객만큼 아직 많다. 목적지까지 무엇을 타고 가든 상관없다면 트램을 이용해보길 권한다. 트램 안에서는 최소한 다른 사람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지 않고서도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모스크바 도로가 얼마나 차로 넘쳐나든 간에 그곳의 대중 교통시스템이 사람들의 생활을 아주 수월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자가용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한 마디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해결책 없이 꽉 막힌 도로에서 자가용에 앉아있거나 버스에서 걱정하며 있는 것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으면 언제라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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