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인의 인기 검색어는 선거, 바이러스, 트럼프

세르게이 콘코프/타스
러시아 검색포털 얀덱스(Yandex)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러시아인의 인터넷 검색어 순위가 발표됐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색엔진 얀덱스(Yandex)가 12월 8일 2016년 한 해 사용자들의 검색어 순위를 발표했다. 검색어는 카테고리별로 분류됐다. ‘사건’ 카테고리의 1,2위는 9월의 러시아 총선과 11월의 미국 대선이다.

러시아 선거미국 선거의 뒤를 이어 러시아 네티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은 사태는 돼지독감이다. 올해 러시아에는 대규모 독감이 창궐했고, 환자 대부분에서 소위 돼지독감이라고 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이 발견됐다. 그러나 독감이 러시아인의 관심을 끈 유일한 바이러스는 아니다. 상위 10위에 또 하나의 바이러스 질병이 있는데, 얼마 전 중남미 국가들에서 유행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트럼프, 디카프리오 그리고 오보진스키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에 따라 올해 사용자 검색 수 기준으로 러시아인에게 가장 인기를 끈 남성도 결정됐다. 바로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뒤를 이었다. 3위는 예상 외의 인물이 차지했는데, 1960~1970년대 소련 인기 가수 발레리 오보진스키다. 이 소련 가수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방송된 시리즈 ‘이 눈의 맞은 편에(Эти глаза напротив)’인데, 이 제목은 오보진스키의 노래에서 따 온 것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여성은 TV스타이자 쇼 비즈니스 출판계에서 ‘사교계 여왕’으로 평가 받는 크세니야 솝차크였다. 그녀는 아나톨리 솝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인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KGB 근무를 마친 후 공직자로서 경력을 시작한 곳이 바로 솝차크 시(상트페테르부르그)정부다.

여성 순위 2위와 3위는 TV사회자 올가 부조바와 1987년 사망한 옛소련 모델 레기나 즈바르스카야에게 돌아갔다. 즈바르스카야의 경우 그녀와 관련된 드라마 ‘붉은 여왕(Красная королева)’이 한 몫 했다.

미국 대선은 러시아 네티즌들의 여성에 대한 관심에도 영향을 미쳤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도 러시아 인터넷 검색어에서 상위를 차지한 것이다.

신형 아이폰과 춤추는 백만장자

올해의 ‘신(新)등장’ 1위는 신형 아이폰7이 차지했다. 아이폰7은 모스크바의 새로운 전차 노선인 모스크바 중앙선의 출범은 물론 르노 자동차 신모델 ‘캅투르’의 러시아 시장 출시도 앞질렀다.

러시아인이 뽑은 ‘인터넷 이벤트’는 신형 루블 지폐의 상징 투표(200루블과 2000루블 지폐에 들어갈 도시)change.org 사이트의 청원이었다.(이 사이트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이트로 동의자가 2000~1만 명 정도가 되면 청원 대상이 된다. 편집자 주) 중위권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과 흥겹게 춤을 추는 50세 이탈리아 백만장자에 관한 검색어가 들어갔다.

장편 극영화 부문에서 러시아인의 관심을 끈 것은 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데드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다. 상위권 중 유일한 러시아 영화는 ‘에키파시(Экипаж, 승무조)’였는데, 이는 동명의 소련 컬트 재난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가장 인기 있는 해외시리즈는 ‘왕좌의 게임’이었다. 얀덱스에 따르면, 왕좌의 게임 이번 시즌은 심지어 미국 대선고 신형 아이폰 출시보다도 더 크게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밈과 메드베데프

인터넷 밈 중에서 러시아인을 가장 황당하게 한 것은 ‘루부탱’이었다. 러시아에서는 프랑스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의 구두를 때로 이렇게 부른다. 루부탱은 펑크 록 그룹 ‘레닌그라드’의 한 뮤직비디오 덕분에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는데, 루부탱 구두는 이 비디오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페스코프의 빨간 바지’도 상위권에 랭크됐다(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이 세차장에서 선명한 빨간색 바지와 어그부츠를 신고 있는 사진이 찍힌 것). 이 외에도, 널리 회자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돈은 없지만 버텨보세요”라는 말도 순위에 올랐다. 이 말은 메드베데프 총리가 크림 반도의 연금생활자들과 작별인사를 할 때 한 말이다. 또한 메드베데프 총리가 좋아했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러시아노’로 바꾸자는 제안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얀덱스(Yandex) 측은 순위 선정 방법과 관련, 검색 수가 어떤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상관 있긴 해도 그 점이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가려내는데 도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기 주제의 목록은 여러 해 동안 변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인터넷 사용자들은 교통체증과 날씨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올해의 검색어로 선정된 주제는 2016년에 특히 관심이 크게 높아진 문제들이다. 소위 폭증이라고 부르는 급격한 검색 상승이  이번 순위 선정의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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