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가이드: 모스크바 토박이 알아보기

모스크바 시티 주변에 앉아 있는 러시아 여자

모스크바 시티 주변에 앉아 있는 러시아 여자

AP
약 160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 모스크바에서 토박이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타지 관광객과 모스크바인의 대규모 해외이주가 이에 한 몫 한다. 우리는 전형적인 모스크바 시민의 대략적인 몽타주 제작을 시도했다. 레닌의 묘가 어디에 있는지, 하늘색 ‘아르바츠카야’ 역과 진청색 ‘아르바츠카야’ 역 중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만든 모스크바인의 초상을 알아두길 권한다.

먼저 레닌의 묘. 그곳에 가 본 모스크바인 중 절대다수는 오직 초중고 시절에 견학을 통해서만 다녀왔을 것이다. 모스크바 토박이는 무슨 이유에선지 혁명의 아버지에게 자주 들르지 않는다. 그러나 대신 그가 어디에 누워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레닌의 묘에 견학을 가고자 한다면, 모스크바 사람이 동행해 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진짜 모스크바 사람을 찾는 데 더 좋은 곳은 레닌의 묘 근처도 아니고 붉은 광장은 더더욱 아니다. 모스크바 주민들은 이 지역을 환승거점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래도 모스크바 최중심지에서 모스크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 그 사람은 셀카를 찍는 관광객 무리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가고 있을 것이다. 십중팔구 어딘가에 늦고 있는 중일 테니까.

모스크바 사람은 여타 유럽 대도시 사람이 교통체증에 대해 그들에게 불평할 때면 진심으로 웃는다. 런던이나 파리에서는 자동차로 회사까지 가는 데 15분이 아니라 30분이 걸리는 것을 끔찍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수도의 운전자들은 시계를 보며 정체 속에서 보낸 시간을 계산하는 것을 오래 전에 그만 뒀다. 이제 그들은 오디오북을 얼마나 들었는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지 확인하거나 심지어 스카이프를 통해 진행된 비즈니스 회의를 통해 시간을 계산한다. 또는 지하철로 갈아탄다.

모스크바 경찰들은 슬라브인과 거리가 먼 외모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거주허가증이나 등록증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가끔 경찰들은 단순히 모스크바의 ‘제2서커스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본다. 왠지 경찰들은 그런 방법으로 모스크바 토박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론적 방법으로 밝혀낸 바로는, 많은 모스크바 사람은 ‘제2’ 서커스장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모두 다른 이름으로 그 서커스장을 알고 있는데, 바로 ‘니쿨린스키’ 서커스장이다. 또는 츠베트노이 불바르에 있는 서커스장으로 알고 있다. 이제 당신도 ‘제2서커스장’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고 있다. 즉, 당신과 대화할 때 그 누구도 당신이 뼛속까지 모스크바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계단에서 마주치는 당신의 이웃이 모스크바 토박이라면 아마 그는 당신을 모를 것이다. 또는 ‘항상 인사를 나누는 그 이상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서는 이웃과 그 어떤 관계를 맺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존슨씨와 스미스씨가 아침마다 신문을 가지러 자기 집 현관에서 동시에 나와 사교적인 대화를 나누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이 모스크바에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모스크바인들은 나머지 러시아 지역 거주자들보다 큰 유럽에 대한 소속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이는 우선 젊은이들과 관계되는데, 그들은 무엇이든 뒤처지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에게는 트렌드를 맞추는 것, 놀라게 하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아는 것도. 심지어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모스크바의 한 박물관에서 PR매니저를 맡고 있는 아나스타시야가 말한다. 정보의 경우, 러시아 수도는 다른 모든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광고, 뉴스, 다양한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의견 교환과 교제 등 모스크바인에게 ‘들어오는 것’은 확실히 부족함이 없다. 로펌에서 일하는 니키타의 말에 따르면, 반대로 ‘모스크바인들은 잘 놀라지 않는다. 모스크바인을 놀라게 하려면 완전히 특출한 것이 필요하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입수되는 정보의 양을 최대한 제한하려 하는 것 같다.’

모스크바 사람들은 더 작은 도시의 주민들과 달리 날씨에 매우 관심이 많다. 학생인지 회사원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지만, 그 사람은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옷을 갈아입을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단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평균 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들 엄청 바쁘고 늘 서두르기 때문에 두 시간씩이나 시간을 들여가며 뭔가 해야한다는 것은 모스크바의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정오에 옷이 젖었거나 너무 추울 때,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리 우산을 준비하거나 더 따뜻한 겉옷을 입는 게 좋다. 뭐, 아니면 여행가방을 끌고 나오거나.” 언론인 유리가 충고한다.

모스크바에도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 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손님을 환대하는 러시아인의 특성은 모스크바 사람에게도 생소하지 않다. “나는 항상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사람을 대접한다. 심지어 전기공이나 배관공에게도 꼭 차 한 잔을 권한다.” 모스크바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율리야가 경험담을 나누어 준다. “손님이 오면 반드시 상을 차린다. 이미 배가 불러서 왔고 겨우 5분만 있다 간다고 해도 말이다.” 율리야가 덧붙였다.

모스크바인은 자신의 도시를 매우 아낀다. 당신이 진청색 ‘아르바츠카야’와 하늘색 ‘아르바츠카야’의 차이를 알고, ‘제2서커스장’이 무엇인지 알고 레닌의 묘를 그다지 방문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이것이 당신이 자신을 모스크바 사람이라고 불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많이 근접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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