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일의 장애인 심리학자 서비스 기관

모스크바에서는 몇 년 전부터 원격 심리 상담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장애가 있는 심리학자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해 주고 있다.
Psychologists
심리학자들 출처 : PhotoXPress

혹독한 시련을 직접 겪고 이를 직접 극복해 본 사람은 최고의 심리학자나 심리치료사가 될 만하다. 그러므로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이 심리 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아이디어에는 놀랄 만한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에는 아직 장애인 심리학자를 고용하는 기관이 단 하나뿐이다.

‘남을 돕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심리학자들 중 한 명인 이리나 산도구르스카야는 한 때 여행 상품 기획자였다. 7년 전 그녀는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사고로 척추 부상을 입었다. 이리나는 “포기하고 죽은 듯이 사는 것, 혹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심리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후자를 택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을 돕기

‘남을 돕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이라는 생각은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라 자카로바가 일하던 모스크바 국립 교육 심리 대학교에서 2012년에 시작되었다. 이 대학 지도부가 장애를 가진 심리학자들의 고용에 관한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이들은 이 대학교에서 이러닝(E-learening) 과정을 이수했다. 이로써 장애인들이 제공하는 러시아에서 유일한 원격 심리 상담 서비스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리나 산도구르스카야는 프로젝트에 최초로 참여한 심리학자들 중 한 사람이다. 이리나는 “장애가 있는 심리학자들이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상담한다는 게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였어요. 저는 제가 해 낼 수 있을 거란 걸 알았어요. 저에겐 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었거든요.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라고 말했다.

스카이프와 포럼으로

‘남을 돕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심리학자들을 찾는 이들 중에는 장애인들 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문제들에는 가까운 이를 잃은 것, 대인 관계, 우울증과 같은 폭넓은 범위의 문제들이 포함된다. 한 달 동안 원격 심리 상담 서비스 기관으로 약 100건의 전화와 50건의 서신 상담 요청이 접수되었다. 현재 10명의 심리학자들이 일하고 홍보나 확장을 위한 자금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프로젝트의 규모에 비해 반응은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연락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료로 도움을 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원칙이다. 장애를 가진 심리학자들은 스스로가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처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도움을 줄 기회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어떤 다른 사람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100% 원격으로 이루어진다. 심리학자들은 자택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힘든 상황에 대해 논의한다. ‘남을 돕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 프로젝트의 직원에 따르면 원격 심리 상담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플러스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하거나 포럼에서 심리학자와 메세지를 교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혹독한 운명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 고객들이 프로젝트 사이트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인 면에서 보면 그렇지 못하다. 이 서비스는 지금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료이고, 사실상 스폰서도 없으며, 직원들에게 월급도 지급되지 않는다. 현재 이 서비스는 오로지 포털 사이트 ‘타키예 졜라’의 자선 기부금으로만 유지되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열정이라는 것이 베라 자카로바의 말이다.

베라 자카로바. 출처: 개인 사진베라 자카로바. 출처: 개인 사진

장애를 가진 심리학자들에게 원격 상담 서비스는 창조적인 자아실현의 기회이며 자신의 맘에 드는 직업을 보유할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 베라 자카로바의 의견이다. 월급 없이 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기는 해도, 그것은 직업에 적응 중인 초보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이 프로젝트는 실현을 위한 자금을 계속 모색 중이다.

이리나 산도구르스카야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저로선 좀 거북하게 들려요. 겉치레에 불과하고 진부한 표현이거든요. 저 같으면,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느끼는 것’, 심지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일하는 동기에 대해 말한다. 그녀가 꼽은 또 다른 동기는 직업에 대한 흥미,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료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비록 온라인으로만 소통하지만 말이다.

이리나 산도구르스카야. 출처: 개인 사진이리나 산도구르스카야. 출처: 개인 사진

취업 문제

2016년 러시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 등록된 장애인은 1270만 명이다. 원격 심리 상담 프로젝트 주도자인 베라 자카로바는 “이들 가운데 20%만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여건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 뿐 아니라 중증 장애를 가진 전문가들을 사회에서 고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사무실로 출퇴근할 수 없기 때문에 자택 근무를 해야 한다. 모든 고용주들이 이러한 여건을 제공해 줄 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베라 자카로바는 “전문 분야가 기술일수록 취업하기는 더 수월해요. 예를 들면 회계나 컴퓨터 전문가일 경우 휠체어를 타고 재택 근무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죠”라며 “그러나 러시아에서 사람들과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심리학자와 같은 직업은 장애인으로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직업”이라고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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