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궁 주변의 이상한 통신장애, 그 정체는?

때때로 GPS 신호가 유실돼 네비게이션 사용자를 수km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킨다’.
The Moscow Kremlin
크렘린 궁. 출처 : 예브게니 비아토프/리아 노보스티

모스크바 주민들은 크렘린 궁 부근에서 네비게이션에 주목했다. 크렘린 궁 성벽에 가까워지면 GPS와 글로나스(GLONASS) 시스템이 가끔 부정확하게 동작하기 시작해 사용자를 그가 실제 있는 곳에서 30km 떨어진 곳으로 ‘텔레포트’ 시킨다.

이러한 이상은 올해 여름부터 포착됐다. 시작은 포켓몬이었다. 플레이에 GPS가 필요한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의 사용자들이 이 지역의 신호가 불안정하다고 불평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렘린 궁에 희귀 포켓몬들이 살고 있고, 경비는 그들이 잡히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인기 블로거 일리야 바를라모프가 7월에 쓴 글이다.

이 무렵 운전자들과 택시 서비스 사용자들도 신호 이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크렘린 궁 옆을 지나갈 때면 갑자기 네비게이션에 의해 브누코보 공항 또는 도모데도보 공항으로 ‘이동됐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크렘린 궁의 이상현상은 운전자 및 사용자를 바로 그곳으로 보냈다. 이로 인해 택시 서비스 사용자에게는 훨씬 요금이 높은 공항 탑승이 적용됐다. ‘집에서 택시를 불렀는데 매번 브누코보 공항으로 이동됐다.’ 페이스북 사용자 안나 랍키나가 자신의 계정에 이렇게 썼다.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 ‘우버’의 러시아 지사에도 신호이상에 대해 알려졌으나, 회사 측은 본지에  ‘많지 않다’고 발혔다. 우버의 홍보담당 예브게니아 시포바는 “최근에 2~3건 정도 그런 불만을 본 것 같다. 이런 불만은 고객지원팀과 연결됐는데,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드론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여름이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사용자들은 주장한다. 모스크바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상현상이 포착됐다. 예를 들어, 푸틴 대통령 관저에서 멀지 않은 모스크바 근교의 우소보 구에서도 네비게이션이 그런 식으로 동작한다.

심지어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실장도 신호이상을 겪었다. 실장은 “나도 얼마 전 주말에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내 휴대폰의 ‘얀덱스’ 네비게이션을 보니 정말로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있었다.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냥 놀랐을 뿐이다”라면서 “이유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얀덱스의 기술보급 총괄이사 그리고리 바쿠노프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보려고 했다. 그는 기기들로 가득 찬 백팩을 매고 세그웨이에 올라타 ‘불안정 지역’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바쿠노프는 이렇게 썼다.

“내가 알아낸 것은 다음과 같다. 크렘린 궁 내 어딘가에 강력한 송신기가 있다(움직이고도 있을 수도 있다). 이 송신기는 GPS와 글로나스의 작동을 위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위조 신호를 브누코보 공항의 중심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어째서 바로 그곳으로 신호를 보내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음모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 생각에 가장 유력한 설은 DJI 비디오 드론 및 그 유사품과의 싸움이다.”

문제는 최신 드론들엔 비행 금지 지역의 지도가 내장돼 있고, 그런 지역에는 세계의 모든 공항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바쿠노프는 “대체 누가 그냥 필요한 지역을 금지 지역에 포함시키라고 요구하지 않고 GPS를 몰래 바꿔가며 드론과 싸워야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전혀 우리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드론 퇴치를 위한 조치라는 가설이다.

자기장과 백색소음

드론 퇴치설은 실제로 많은 이에게 가장 근거 있는 설명으로 여겨진다. 아마 연방경호국(FSO)은 허가받지 않은 무인기의 침입으로부터 크렘린 궁을 안전하게 지키기기 위해 그런 방식을 결정했을 것이다. 블로거 밥ㄹ라모프는 “페트롭스카야 탑 바로 뒤에 푸틴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헬기장이 있다. 그렇다,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크렘린 궁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썼다.

그러나 연방경호국은 신호방해 개입설을 부인한다. 경호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택시 서비스[네비게이션 장애 및 사용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우리도 들었다. 이 일은 이미 여름부터 시작됐다”며 “경호국은 이와 아무 관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경호국측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찾아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어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그들이 일으킨 장애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글로나스 기반 장비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생산자•소비자 연합’ 또한 문제는 그들이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원인은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본지에 전했다. 예를 들면 프로그램 장애, 지구자기장, 백색소음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톤 바이노(신임 대통령 비서실장–편집자주)가 크렘린 궁에서 자신의 노스코프를 시험하는 모양’이라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농담한다. ‘인류의 집합의식을 배우게’ 해주고 아직은 컨셉트로서만 존재하는 기적의 장비 노스코프를 염두에 두고 하는 농담이다.(노스코프는 말하자면 빅 데이터를 이용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습득해 분석할 수 있는 만능의 장비다)올해 8월 러시아 언론은 발견된 ‘과학 논문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했는데, 이 논문들은 노스코프와 관련돼 있으며 저자는 바이노 신임 비서실장인 듯하다.

“그러나 그곳(크렘린 궁)에 실제로 방해전파 발신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발신기는 실제 정보를 차단하고 몰래 바꾸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왜 폭탄도 매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인 드론을 또 다른 전략시설인 공항으로 보내는 것인가? 무슨 이유인가? 왜 들판이 아니라 다름 아닌 브누코보 공항인가?” 글로나스 관계자는 여전히 의아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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