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 주기, 바꾸기–러시아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처리하는 방법

'스발카' 프로젝트
쓸 데 없어진 물건에서 해방되길 원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새로운 서비스와 창의적 발상

뒤죽박죽인 옷장, 갈수록 불필요한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 차는 다용도실과 베란다는 한국도 그렇겠지만 러시아의 어느 아파트를 가더라도 거의 항상 마주치는 풍경들이다. 소련산 라디오 수신기, 예쁜 도자기 인형, 유행 지난 원피스에 대해 집주인들이 한결 같이 ‘언젠가 필요할 날이 올 거야’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이미 비참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이런 것들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아두는 차고로 직행하거나 가까운 쓰레기장에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쓸모 없는 것들을 오래도록 끼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거의) 선물로 주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스발카(Свалка; 폐품 더미)' 프로젝트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집에서 치워줄 뿐 아니라 그런 물건 주인들에게 '절약상'을 준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인 금액을 보상하기도 한다.

사진 제공: '스발카' 프로젝트사진 제공: '스발카' 프로젝트

이렇게 모인 물건들은 창고에서 분류된다. 팔 수 있는 물건들은 손질 해서 프로젝트 차원에서 운영되는 인터넷 상점에 올리거나 도매상에 넘겨지거나 '스발카'의 벼룩 시장에서 싼 값에 판매된다. “수익금의 70%는 기증자의 이름으로 파트너인 Dobro.mail.ru(Добро.Mail.ru)의 도움을 받아 자선 사업에 기부한다”고 이 프로젝트를 창시한 알렉세이 바린스키는 말했다.

“보통 가장 자주 기부하는 의류와 책이 수량이 가장 많은 품목”이라면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이 부피가 엄청 큰 소련산 벽장과 식기, 세 번째가 가전제품이다. 네 번째는 '기타 물품'이라고 정의한 품목인데 별의별 게 다 있다. 아이들 놀이기구, 실내운동기구, 악기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알렉세이 씨가 말해 준다.

그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를 찾는데 일정한 부류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젊은 사람들은 대개 옷을 기증하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가구와 가전제품을 기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발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났는데도 물건을 기증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면 이 프로젝트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알렉세이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며 “지금 협력 파트너를 늘리고 물건을 배달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 목표는 기증 신청이 들어오면 3일 안에 수거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꾸기

사진 제공: &#39스발카&#39 프로젝트
사진 제공: &#39스발카&#39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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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려서 안 입는 옷에서 해방될 수 있는 비영리적인 방법인 교환파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참석자들은 작별할 결심을 굳힌 옷 몇 벌을 들고 파티에 가지만 옷장을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기대도 가지고 간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여성들의 문제-'입을 게 없네, 그런데도 옷장 문이 닫히질 않아'-를 해결하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교환 파티를 주관하는 알리사 타요즈나야 기자는 “사둔 옷 중에 절반 정도만 자주 입게 되고, 옷장 속 많은 옷이 어울리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냥 걸려있다. 이렇게 방치된 옷에 두 번째 삶을 선물하기 위해 교환 파티가 필요한 것”이라면서 “파티에 가져오는 옷은 기쁜 마음으로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법한 옷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옷은 재활용센터에 보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파티를 기획하는 일은 보는 만큼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런 식의 파티가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겠는가. 알리사 기자는 “집이 크고 조직력을 갖춘 사람이 이런 파티를 주관할 수 있다. 2주에 한 번 주기로 60~70명을 집에 들여도 불편해 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파티가 끝나고 남은 물건들은 모두 자선 단체에 기증하면 된다”고 말한다.

팔기

그래도 그냥 기증 하자니 마음이 쓰린 사람들도 많다. 그럴 때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물건을 팔 수 있다. 누구라도 마음대로 물건 판매에 관한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아비토(Avito)가 이용 빈도수가 가장 높은 서비스다. 아비토가 다른 이베이(Ebay)와 다른 점은 경매 품목이 없다는 것과 판매자, 구매자 간의 직접 거래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대학생인 아나스타시야 세레브랸스카야는 최근 아비토에서 운동화를 샀다. 이 운동화를 일반 상점에서 사면 5천 루블(8만8000원)이지만 아나스타시야는 아비토에서 1000 루블(1만7760원)에 샀다. 그녀는 “이런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중고 물품 판매 사이트는 불필요한 물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러시아 전국에서 볼 수 있는 흐름일까 아니면 대도시만의 현상일까?

경제고등교육아카데미 산하 문화연구소의 마리야 미르스카야 연구원은 “불필요한 물건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소망은 대도시 주민들에게만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대도시에서는 기존의 물건을 사용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경제 위기가 두 번째 이유이다. 즉, 새로운 비싼 가전제품을 사들이는 대신 아비토에서 비슷한 물건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도시에서는 이전과 거의 다름없다. 마리야 연구원은 “대도시 사람들은 보관할 공간이 협소하거나 아예 없어서 내다 버리게 되지만 중소 도시 사람들에겐 물건을 계속 보관할 수 있는 차고, 저장실, 시골 별장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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