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 갖가지 설, 당국의 반응, 도시들의 상황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폭발 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폭발 사고

ZUMA Press/Global Look Press
지난 3일 낮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객차 폭발로 희생된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는 보안 조치가 강화되었다.

러시아 보건부 베로니카 스크보르초바 장관은 지난 4일 아침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다시 발표했다.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11명은 폭발 현장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숨을 거뒀다. 4일 아침 현재 부상자 49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부는 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정확하게 규명된 사실

출처: 에고르 라포/ https://vk.com/egorlappo 출처: 에고르 라포/ https://vk.com/egorlappo

4월 4일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다. 4월 3일 14시 30분 '센나야 광장(Сенная площадь)'역과 '테크놀로지 대학(Технологический институт)'역 사이를 운행 중이던 열차 객실 내에서 폭발이 있었다. 기관사 알렉산드르 카베린이 역과 역 사이의 암흑 지대에 열차를 멈추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다음 지하철역 승강장까지 열차를 몰고 왔다. 기관사의 조치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열차가 암흑 지대의 닫힌 공간 속에 있었다면 희생자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홍보실이 밝혔다.

제2의 폭발물이 하나 더 있었지만 터지지 않았다.이 폭발물은 '봉기 광장(Площадь восстания)'역에 설치돼 있었는데 수사관들이 이를 발견하고 무력화 시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인터넷 매체 폰탄카(Fontanka)'는 취재원을 인용해 “봉기 광장역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제보가 지하철 객차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들어왔다”면서 “약 0.5kg 무게의 TNT 블록 두 개로 만들어진 폭발물이 소화기 몸체 내부에 설치되어 주인 없는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출처: 로이터출처: 로이터

사건 관련 여러 설들

4월 3일 사건과 관련된 여러 설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검은 옷차림에 턱수염을 기른 사람이 '봉기 광장'역과 열차 안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서둘러 객차에서 내렸다’는 설이다. 테러 발생 몇 시간 후 언론에 그의 사진이 공개됐다. 그런데 그날 저녁이 되면서 이 설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진의 주인공이 뉴스에서 자신의 얼굴이 공개된 것을 보고 경찰서로 찾아가 “테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RBK' 신문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서의 해명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 사람은 실제로 지하철 테러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기관사 알렉산드르 카베린. 출처: 로이터기관사 알렉산드르 카베린. 출처: 로이터

그로부터 얼마 후 언론은 이번 사건이 카자흐스탄출신 대학생의 자살폭탄테러라는 정보를 입수해 보도했다. 치안 기관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테르팍스' 통신도 이 설을 보도했다. 자살폭탄테러범은 카자흐스탄 출신 대학생 막심 아르이세프라는 설이었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테러범이 키르기즈스탄 태생의 러시아 국적 남성이라는 설이 제기됐다. 타스통신은 키르기즈스탄 국가안전보장위원회(SCNS)의 한 관계자가 이를 사실로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포크스가 이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주러 키르기스스탄 대사관은 현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자살폭탄테러 용의자의 신상 정보는 파악되었지만 아직은 이름을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폭발물. 출처: 로이터폭발물. 출처: 로이터

그러나 키르기스스탄 국가안전보장위원회가 “용의자는 1995년 생인 아크바르존 잘릴로프”라고 발표했다. 인터넷 매체 'Gazeta.ru'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 공개했다. 러시아 유력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폭발과 함께 사망한 자살폭탄 테러범의 유일한 유해인 머리로 그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흔적

언론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당국은 이번 테러에 이슬람국가(IS)를 포함,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들이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테러가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보기관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서 IS에 협력한 후 러시아로 돌아와 구속된 러시아 국적의 남성을 정보기관이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의 전화를 도청하면서 정보기관의 요원들은 IS와 관련된 테러리스트들의 전화번호를 색출해 냈다. 이번 테러는 그들이 조직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을 미리 체포하지도, 테러를 막지도 못했다. 한편, '코메르산트'는 “테러가 일어난 후 ‘실로비키 (정보기관, 군, 경찰 출신의 러시아 정치인)들이 '지하'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했고 그 덕분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다만 이 정보가 아직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크바르존 잘릴로프가 정말 IS와 어떤 관련이 있는 인물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라디오방송국 '고보리트 모스크바(모스크바가 말한다)'는 방송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초밥 식당에서 잘릴로프와 같이 일한 적이 있는 한 사람과 연결했다. 잘릴로프의 지인은 그들이 같은 식당에서 일할 때였던 2013년에는 잘릴로프가 종교성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나마즈(Namaz: 이슬람교의 정시 기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테러 이후의 상황

아크바르존 잘릴로프. 출처: Global Look Press아크바르존 잘릴로프. 출처: Global Look Press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다음 날인 4일에도 긴장된 분위기는 여전했다. 지하철 역을 모두 폐쇄했던 4월 3일과는 달리 지하철은 운행이 재개됐지만 주인 없는 물건이 발견되거나 폭발물 설치 제보 전화가 오거나 하면 그 때마다 지하철역 여러 곳이 다시 폐쇄됐다. 도시 지하철 홍보실은 '지하철역과 역 사이 터널을 전체적으로 수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의심 가는 물건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의 한 학부 건물에서 사람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수색과 검색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막심 릭수토프 모스크바 부시장은 모스크바 지하철의 보안 태세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이 조치에 따라 특수 경찰이 경비를 서고, 불심 검문이 강화되었으며, 개를 동반한 특수부대가 추가로 투입되었다.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센나야 광장'역. 출처: 로이터 '센나야 광장'역. 출처: 로이터

대테러 부문 참전용사 협의회 '알파'의 세르게이 곤차로프 회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도 띄는 조치들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며 “지금 가장 의미 있는 일은 테러범들의 공범이 될 만한 사람들을 색출해 내고 일어날지 모를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정보 요원들의 작전”이라고 Russia포커스에 말했다.

사회단체인 '승객 연합'의 키릴 얀코프 의장도 비슷하게 말했다.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얀코프 회장은 “아무리 경찰을 지하철에 많이 투입해도 모든 승객을 다 검문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조치, 이를테면 정보 요원들의 작전, SNS 활동 등이 훨씬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곤차로프 '알파' 회장은 강화된 보안 조치를 얼마나 지속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본질상 “그러한 조치는 상시적이어야 한다”며 “우리, 즉, 모든 문명 세계에 극단주의자들이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며칠 후나 몇 주 후에 우리가 긴장을 풀 거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을 일이다. 우리는 항상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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