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동물권 보장 실태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내 동물권 실태가 어떤지, 동물 학대가 어떻게 처벌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Rally against animal abuse in Khabarovsk
출처 : 드미트리 모르굴리스/타스

2016년 10월 러시아 언론을 뜨겁게 달군 뉴스 중 하나가 하바롭스크(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140km)에서 에서 벌어진 두 소녀의 동물학대 범죄였다. 이들은 동물 보호소 ‘선한 이의 손으로(в хорошие руки)’에서 입양한 동물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였다. 그런 다음 인터넷에 잔혹한 셀피들을 올렸다. 동물권 운동가들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를 폭로하는 글을 올려 가학적인 두 학대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20일 두 소녀는 형사입건됐다.

동물 학대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며 형량이 말도 안 되게 가볍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러시아의 대형 동물권 보호 센터 중 하나인 ‘비타’의 이리나 노보질로바 대표는 “동물권은 형법의 한 조에만 명시되어 있다”며 “그걸로는 부족하다. 법률적으로 공백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법률

자선 재단 ‘움카’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아주 가볍고 경찰은 대부분 이러한 사건에 관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티흐빈(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624km)의 시민단체 ‘동물 보호’는 “너무나 많은 끔찍한 사건들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연방 형법 제245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를 할 경우 최대 벌금형 8만(약 143만 원)이나 징역 6개월에 처해질 수 있다. 동물 학대에 여러 명이 연루된 경우는 벌금 30만 루블(약 539만 원)과 징역 2년까지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엄중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로스프라보수디예’에서 법적 판결 사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이 조항에 따른 판결 건수는 716건 이하였다. 게다가 동물 살해범이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덜 소모적인 형식적 절차를 담은 더욱 강력한 관련 법안들이 국가두마에 이미 상정되었으나 그 중 단 하나도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원인은 동물권 운동가들이 가학적인 동물 학대자뿐 아니라 동물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업가들과 싸우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비타’의 이리나 노보질로바 대표는 “로비스트들이 법률안을 제지했다”며 “북부 주의 주지사들과 모피 산업계, 심지어 대학들의 생물학과마저 반대하고 나섰다. 법적 제재가 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진전

법적 규제를 가하는 데 있어 국가는 수동적이지만, 종종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만회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하바롭스크의 동물 학대자들의 사진으로 이들을 파악해 신원을 밝혀냈고, 경찰은 그 후에야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다. 이 소녀 학대자들을 형사입건하라는 진정서에는 42만명이 서명했다. 그 결과 하바롭스크의 두 범죄자는 2년 형을 받게 됐다. 2009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러시아 시민들이 한 여성 범죄자의 신원을 밝혀낸 사례가 있다. 그 범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기 손으로 죽인 고양이 사진을 올렸었다.

적극적인 시민들은 개별 사안뿐 아니라 국제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2009년 러시아에서 대규모 시민사회 캠페인이 진행된 후 ‘아기 바다표범 사냥’ 즉 갓 태어난 바다표범 사냥이 금지됐다. 2000년대 초에는 젊은 층과 동물권 운동가들이 시위를 벌여 이미 개최가 결정되어 있던 투우 쇼를 모스크바 당국이 취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법권이 시민의 손에 있으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격한 동물권 운동가들은 대학들이 동물 실험을 계속하려는 것이 ‘과학적, 윤리적 진보에 대한 저항’과 ‘가학성’ 때문이라 하기도 한다. 일부 동물 보호 포털 사이트의 운동가들이 사기를 친 것이 밝혀진 적도 있다. 이들은 학대받은 개를 돕기 위해 모금한 돈을 챙겨 사라져버렸다.

동물 애호가들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집 없는 개들을 죽이는 ‘도그 헌터’를 특히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도그헌터들은 인간이 아니니 거세하고 총살해야 한다. 지옥에서 불타 죽어라!” 동물애호가들이 인터넷에 쓴 내용이다. 동물권 운동가들은 인터넷에 도그 헌터들의 개인정보를 올리기도 하며, 일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폭로로 도그헌트들이 폭력이나 협박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덜 호전적인 제안이 때로는 행정적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이드 알아드하(이슬람교 축제)에는  동물 여러마리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있는데 모스크바인들이 여기에 분노를 표 하자 모스크바 정부는 공개적인 양 죽이기를 금지했다.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행정부는 동물과 함께 구걸하는 행위인 ‘개 데리고 구걸하기(коробочничество)’를 금했다. 거지들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개를 데리고 다니며 ‘사료값’을 달라며 구걸하면서 정작 돈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
Like us on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