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왜 이제서야 '옴 진리교'를 금지했나

1992년 3월 18일, 옴 진리교.

1992년 3월 18일, 옴 진리교.

바딤 주코프, 세리게이 미클랴예프/ 타스
90년대에 전대미문의 왕성한 포교활동을 벌였던 일본 신흥종교집단 옴 진리교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20년 동안 러시아에서 옴 진리교의 영향력은 계속 커졌을 뿐이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 9월말 전형적인 일본 광신적 종교집단인 옴 진리교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이 종교 집단의 러시아 내 활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모두가 놀란 사실은 옴 진리교의 신도들이 도쿄 지하철역에 맹독성 사린가스를 살포해 12명을 사망하게 하고 6000여 명을 부상하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러시아에서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러시아 사회는 이 끔찍한 종교집단이 적어도 러시아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이미 과거로 사라졌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2016년 4월 초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옴 진리교가 테러조직 명단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곧 이어 옴 진리교가 ‘그 어떤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놀라움은 커졌다. 게다가 시각장애이나 다름없던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90년대 초반에 구가했던 인기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당시 이 종교 집단의 러시아 지부에는 발원지인 일본의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추종자가 모여들었다.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RAN의 이고르 홀로도프 연구원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옴 진리교의 신도는 3만 명이며 그 중 1만 명이 러시아인이었다. 옴 진리교는 러시아에 있는 신도가 4만 명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많은 이들이 옴 진리교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집단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모스크바 사람이라 더 많은 것을 빼앗겼다”

러시아 SNS <Vkontakte> 공개그룹 'Stop Cult'에 누군가 익명으로 이런 글을 썼다. “그곳의 무료 강좌를 들었고 아주 흡족했다. 강의가 끝나면 실습을 권했다.” 700명 정도 모이면 한 그룹이 형성된다. 이 옴 진리교의 문제를 폭로하는 공개그룹에 가입한 이들은 대부분 언젠가 옴 진리교를 겪어봤지만, 너무 늦지 않게 거기서 빠져나온 사람들이다. 헌금, 강의, 동영상 자료들 – 한마디로 다 돈을 내야 하는 것들이다. “나는 모스크바 사람이라 운이 더 나빴다고 볼 수 있다. 모스크바에 산다고 하면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받았다. 그런 다음 아사하라 쇼코 교주가 쓴 책을 열 번씩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익명의 사용자가 남긴 글이다.

러시아 서부의 한 지역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개인 메시지로 스물세 살 청년이 옴 진리교의 '매력'에 관해 설파했다. “사람들이 신흥종교집단은 무섭고 음침하고 얼을 빼앗는다고 하지. 맞아. 거기선 신경-언어심리학 임상도 하고 다른 실습도 하니까. 내가 직접 추적해 봐서 알아. 하지만 생각해 봐. 텔레비전, 학교, 대학들, 이런저런 국가조직들은 얼을 빼가는 곳이 아니야?” 이 청년이 Russia포커스에 보낸 메시지이다. 이어서 메시지를 몇 개 더 주고받고 나자 청년은 <기본 과정>, 주소, 수강료를 안내하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냈다.

요가를 배우다가 옴 진리교를 접하는 경우가 흔하다. 요가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옴 진리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스카이프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신흥종교집단으로 인도한다. 아사하라의 밀사들은 대부분 일본인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다. 교주의 이름이 뭔지는 바로 발설하지 않고 두 세 달에 걸쳐 매일 세뇌작업을 하고 난 후에야 말한다.

광신적 종교집단은 보통 비밀 세포조직을 통해 암약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러시아에 옴 진리교가 들어온 시기는 80년대 말 페레스트로이카 때다. 이들은 매일 라디오로 전송되는 프로그램을 맡았고, 텔레비전에도 나갔으며, 러시아에서 제일 큰 운동장에서 대중 명상집회도 열었고, 크렘린 궁전에서 설교를 하기도 했다.

907만원짜리 혈액이 담긴 병

소련이 해체되기 바로 직전의 러시아에서는 심령학이 만개했다. 최면에라도 걸린 듯, 진자가 흔들리자 무신론 국가였던 러시아가 종교라는 황홀경에 빠져 들었다. 러시아종교ㆍ종파 연구센터협회 알렉산드르 드보르킨 회장은 “90년대 초반에는 사람들에게 광신적 종교집단에 대한 면역이 없었다. 옴 진리교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열광했던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종교집단은 끊임없이 캠페인 광고를 했고, 화려한 러-일 대학교 건물이 모스크바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던 데다 러시아 안전보장회의의 올레그 로보프 사무총장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Russia포커스에 말했다.

90년대의 새로운 자유주의 정부는 해외 풍조와 적당히 영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홍보라고 여겼던 듯하다. 드보르킨 회장은 “많은 이들이 옴 진리교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본식 이국적 정서' 쯤으로 간주했지만 나는 부패라는 요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92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사하라 쇼코 교주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과 만났다. 아사하라가 유리 루시코프 당시의 모스크바 시장과 옴 진리교 모스크바 지부 개소식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은 지금까지 사람들 기억 속에 치욕스런 장면으로 남아있다.

당시 신도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략 3만5000명에서 5만 명으로 추산된다.

1995년이 되자 넓은 사무실이 모스크바에 7곳 개소되었다. 불교, 힌두교, 기독교, 심령학, 종말론을 섞어놓은 교리는 꾸준히 교세를 확장해 나갔다. 신봉자들에게 아사하라 교주의 머리카락과 목욕한 물, 혈액이나 정액이 담긴 병을 하나에 907만 원 쯤에 팔았다. 아사하라 쇼코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환생체라고 선포하자 신도 수는 더 늘어났다.

러시아와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했던지 모스크바 근교의 군사 훈련 구역에는 아사하라의 밀사들을 위한 사격 훈련과 전차 운전 속성 과정이 개설될 정도였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그들이 자동 화기 제작 도면(도쿄 테러사건 이후에 회수되었다 – Russia포커스)과 사린가스 제조 공식을 러시아에서 배웠다는 추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지부 여러 사무실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가스 실험을 했던 기록들이 담겨 있어 그런 그런 추정도 배제할 수 없다.

1995년 3월 도쿄 사린가스 테러가 발생한 뒤 교단 내 젊은 간부의 부모들이 옴 진리교를 상대로 개별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이 종교집단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옴 진리교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금지 단체 명부에는 오르지 않은 채 포교 방법을 바꾸어 암약을 계속했다.

휴양지의 초신자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옴 진리교는 10년이 넘는 동안 잠잠한 듯 보였다. 그래서 러시아 사회가 이 종교집단을 까맣게 잊고 이제 활약하지 않는다고 여긴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2000년 연해주에서 드리트리 시가쵸프가 이끄는 옴 진리교 집단이 검거되었다. 이 집단은 일본에서 테러를 저지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아사하라를 구출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2006년 러시아 통계청은 러시아내 옴 진리교 신도를 약 300명으로 추산했다.

세미나와 집회는 출장식으로 바뀌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휴양지를 우선으로 선택했는데, 당시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었던 크림반도 같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3년 우크라이나가 옴 진리교와 연관된 일본 종교 지도자들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그곳의 조직이 폐쇄되었고, 신도들은 러시아인이 휴양지로 좋아하는 나라인 터키로 가기 시작했다.

여러 정황상 러시아-터키 항공편 운항이 잠정 중단된 사실이 이들 활동의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16년 봄 몬테네그로의 겨울철 휴업 중인 한 호텔에서 옴 진리교 신도들이 정기 회합을 가지던 중에 경찰들이 들이 닥쳤고 기한이 만료된 비자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몬테네그로에서 추방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몇 주 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이 종교집단의 근거지를 색출하는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벌어졌다. 러시아 검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있는 옴 진리교 신도는 30명 정도만 밝혀진 상태다.

드보르킨 회장은 “옴 진리교가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이 종교집단에 신도로 등록하면 법으로 처벌받게 되고, 사람들은 훨씬 더 주의 깊게 행동할 것이다. 옴 진리교가 술수를 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더 좁아지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좋은 성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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