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스포츠맨 '두 바퀴의 이발사'가 세계를 돈다

데니스 유쉰
이발사가 세계 순례를 계획한다. 가는 도중 심심치 않게, 그는 말 그대로 어디서든 머리를 깍아준다. 화산 위에서도, 물속에서도.

바퀴가 길에서 미끄러지는 소음이 들리더니 혼자 걸어가는 사람 옆에 별안간 오토바이가 멈춘다. 턱수염을 기른 폭주족 같은 사람이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면도칼을 꺼내더니, 다정히 미소 지으며 서 머리를 깎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아, 물론 이 사람은 강도가 아니라서 행인이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모토바버'로 이름난 데니스 유쉰이 오토바이를 몰고 도시에 들렀을 뿐이다.

여행을 다운시프팅식으로

“좋아서 그러는 거다.” 데니스는 말한다. 건축 기사 출신인 그는 미술, 고고학,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길을 모색해 왔다. 그러다 마침내 이발사 과정을 이수하고, 나이트클럽들에서 ‘이발 쇼’ 공연을 시작했다. 도끼로, 깨진 병 유리로 머리를 깎기도 했다. 현재 데니스는 세계를 돌며  하면서 한 나라에서 최소 두 명의 머리를 깎아 줄 생각이다. 이때 ‘유별난’ 이발 기구는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한편 데니스는 자신과 필리아스 포그(줄 베르느 소설의 주인공)와 같은 여행가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야심 찬 목적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필리아스 포그와 달리 그는 여행 경로를 세밀하게 짜지 않는다. 반대로 그의 노정은 예측하기가 다분히 어렵다. 다음날 어디에 있을지조차 모를 때도 있다. 그는 “살다 보면 어차피 계획이 다 뒤죽박죽이 된다. 뭔가를 미리 계획한다는 건 어리석다”며 운명론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데니스는 오토바이로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원하는 모두에게 이발을 해 준다. 정해진 요금은 없고, 고객이 만족하는 정도에 따라 알아서 지불하면 그만이다. 누군가는 음식이나 휘발유로 내지만 그것도 괜찮다. 두 바퀴로 먼 나라까지 가기는 쉽지 않으므로, 그런 곳은 비행기로 간다. 하지만 도착하면  ‘모토바버’라는 별명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토바이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한다.

출처 : 데니스 유쉰출처 : 데니스 유쉰

그런데 통 큰 고객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으므로 타향에서 배를 곯을 때도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큰 돈은 일부러 안 가지고 다닌다. 베트남에 갔을 때 해먹에서 자기도 했는데 그러길 잘했다. 그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까, 잠을 자러 건물로 들어가기가 싫어지더라고요. 야자나무 사이에서 노을 속에 잠겨 잠든다는 게 얼마나 기가 막힌 느낌인데요!”라고 말한다.

4대 ‘자연’에서의 이발

현재 데니스는 도끼가 아니라 평범한 면도날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는 일의 ‘익스트림한 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 그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발’을 추구한다. 원한다면 어떤 환경에서든 이발을 해준다고 다짐한다.

땅 위에서? 물론이지!

출처 : 데니스 유쉰출처 : 데니스 유쉰

물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가 내리든, 파도타기 널 위에서든, 바닷속에서든 어디든 할 수 있다. 스쿠버 장비만 있으면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데니스는 바닷 속에서 하는 이발의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살에 몸이 쏠리고, 고객의 머리 카락이 물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헝클어졌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맛이 들려, 그를 물 밖으로 끌고 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데니스는 말한다. “고객이 손짓 하는 거예요. 공기가 거의 다 떨어졌다고. 나는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단호하게 의사 표현을 하죠. 아직 반도 안 끝났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느냐고요.”

출처 : 데니스 유쉰출처 : 데니스 유쉰

불 속에서 깍아 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필리핀의 아궁 화산에서 한 아가씨를 이발해 준 적은 있다. 분화구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를 아래로 흔들며 여유롭게 앉아 있는 아가씨를.

출처 : 데니스 유쉰출처 : 데니스 유쉰

한편 데니스와 특히 밀접한 요소는 공기다. 그는 트램펄린에서 점프를 하면서 한 청년의 머리를 깎은 적이 있다. 말만 들어도 위험한데 실제로 그랬다. 이 못 말리는 이발사의 날카로운 면도날에 고객의 팔이 베인 것이다. 고객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머리 깎은 모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의사들이 상처를 문제 없이 꿰맸다. 한번은 베트남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의 머리를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깎아 준 적도 있다.

출처 : 데니스 유쉰출처 : 데니스 유쉰

하지만 훨씬 더 위험한 공중 모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에 데니스는 자유 낙하하며 면도날을 놀릴 생각이다. 낙하산 점프 말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공수부대 근무를 꿈꿔 왔다면 이 ‘모토바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번 점프 한다고 공수부대원이 되는 건 아니지만 데니스가  당신 머리를  군대식으로 깍아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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