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지침서: 러시아 아가씨 마음을 이해하는 키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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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가씨의 알쏭달쏭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생존 지침서보다는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를 읽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러시아 고전은 너무 길다. 나타샤와의 첫 데이트를 코앞에 둔 당신에게 고전을 읽으러 도서관에 가라고 한다면 인간적으로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러니 데이트가 한번에 끝나지 않고 두번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짧지만 엄청 중요한 이 지침서를 일단 읽어 보시도록.

러시아에 사는 모든 여자는 아가씨이다. 러시아에서는 ‘아름다움만이 깃든’ 여성들을  ‘아주머니’, ‘소녀’ 혹은 ‘베이비’라고 부르지 않는다. 설사 데이트 상대가 마흔다섯 살이 넘은 여자라고 할지라도 ‘아가씨’라고 불러야 한다. 다른 호칭으로 부르면 상대는 기분이 상할 뿐만 아니라 모욕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계산하는 법이다. 여기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에서 아가씨는 당신이 계산하는 동안 기다린다. 아가씨가 먼저 만나자고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커피만 마셨고 아가씨는 다섯 가지 요리와 디저트로 이루어진 점심 식사를 했더라도 계산은 역시나 당신 몫이다. 파리나 뉴욕에서는 ‘더치페이’가 상례이다. 하지만 당신이 러시아에서 그렇게 한다면 아가씨는 당신을 구두쇠로 여길 것이다. 만약 상대가 ‘개념 있는’란 아가씨라면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지고 왔을 때 가방으로 손을 옮기면서 반씩 부담할 수 있다는 몸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믿지 마시라. 오로지  당신을 떠보는 것이다.

가방이다.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아가씨들이 가게에 식품을 사러 갈 때는 페미니즘을 집에 두고 온다. 만약 계산대에 선 당신 앞에 하나는 가볍고 다른 건 무거운 비닐봉지가 두 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둘 다 당신이 드는 것이 정답이다. 아가씨 손에는 핸드백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이상으로 삼으라.

배려를 표시하는 법이다. 유럽과 비교해보면, 러시아 아가씨들은 매너 있는 남자를 높게 평가한다. 아가씨는 바로 당신이 그렇게 배려해주기를 기대한다. 자동차 문을 열어주고, 외투 입는 것을 도와주고, 출입문을 여성이 먼저 통과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기본적이지만 효과만점인 기술이다. 말이 나왔으니 출입문 통과에 관해 얘기해보자. 일반적으로 아가씨가 먼저 통과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반대다. 엘리베이터 캐빈(cabin)으로 남성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 생각컨대 엘리베이터가 왔는데 캐빈이 없는 경우를 감안해 아가씨 보다 당신이  당신이 희생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됐을 것이다.

꽃이다. 첫째, 꽃을 선물하라. 둘째, 러시아에서 선물하는 꽃다발에 있는 꽃은 홀수이다. 짝수 다발은 장례식용으로 생각하라. 열 송이가 넘는 꽃다발이면 홀수 짝수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다고 하는 플로리스트들도 있다. 그렇다면 선택은 단순하다. 홀수로 꽃을 사든지, 아니면 일일이 세기가 힘들 정도로 큰 꽃다발을 사면 된다.

여자들은 약속 시각에 늦어도 된다는 법이 러시아에 있다고 생각하라. 만약 아가씨가 약속에 10~15분 늦었다면 그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여러 이유로 늦을 수 있다. 차가 막혔거나 회사 일이 늦게 끝난 것은 객관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외투에 구두가 어울리는지 오래 망설이다 늦었다면 주관적인 이유이다. 주관적, 객관적 이유가 섞인 혼합형도 있다. 약속장소에 제때 도착했지만, 이 만남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모퉁이에서 일부러 20분을 기다린 경우이다. 아가씨의 엄마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아는 여자들은 약속 장소에 절대 제 시간에 맞춰 나타나지 않는 법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는가. 늦게 온 진짜 이유를 밝혀내는 일은 불필요할뿐더러 눈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날은 어두워지고 당신은 추위에 떨었더라도 아가씨를 보면 미소를 지으며 “만나서 좋아”라고 말하라.

“괜찮아요.” 이 문제에는 그 어떤 지침서도 도움이 안 된다. 아가씨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밝혀내려고 러시아 남자들은 수백 년 동안 애썼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이 말이 정말로 모든 게 괜찮고 그러니 걱정말라는 뜻일까? 아니면, 당신이 지금 당장 백만 송이 장미와 초콜릿 상자를 사러 부리나케 달려가야 한다는 말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왜  기분이 상한 것일까? 불행하게도, 수없이 많이 시도하고 그보다 더 많이 실패한 다음에야 이해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다. 러시아 남자들이 좋아하는 우스개 중 하나가 공연히 이것이겠는가?

남자: “화났어?”

여자: “아니.”

남자: “많이 났어?”

여자: “응.”

이 지침서를 끝도 없이 계속 써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이 러시아 아가씨와 소통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짜릿한 느낌을 즐길 기회를 박탈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무 두려움 없이 러시아 아가씨와 결혼하기로 했다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반드시 읽기 바란다.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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