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댄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정광장.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정광장.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
장애인에게 춤은 일종의 치료요법이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휠체어 댄스스포츠 종목에서 세계챔피언이 되는 등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중심부에 있는 스포츠위원회 건물 입구의 거대한 화강암 계단 앞에 한 아가씨가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다. 그녀는 훈련 일정이 있어서 왔으니 경비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경비원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건물 입구에 경사로가 없어서이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홀에서 나는 그가 휠체어댄스로 러시아 정부가 스포츠 영웅에게 수여하는 ‘공훈 스포츠 대가(마스터)’ 칭호를 받았고 2015년 말에 스페인에서 열린 휠체어댄스 세계 챔피언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하여 러시아가 최다 메달을 획득하는 데(금 5, 은 4, 동 6)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시아 발레 아카데미 트레이너들

휠체어댄스 세계 챔피언 대회.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휠체어댄스 세계 챔피언 대회.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

세계 챔피언들은 그다지 넓지 않은 평범한 홀에서 훈련한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되었고 가족이나 주변의 조언으로 스포츠클럽을 찾아 왔다. 옐레나 로스코 휠체어댄스연맹 회장이 말하는 바와 같이, 댄스는 무엇보다 먼저 재활치료의 역할을 한다. 자기 몸을 제어하고 올바르게 근육을 움직이며 바른 호흡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댄스를 통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점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보통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열등감을 갖기 쉽기 때문이다. “처음 무대로 나갈 때는 여자들은 치마 입는 걸 부끄러워하고 최대한 몸을 많이 가릴 수 있는 의상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무대에서 굉장히 자유롭고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됩니다.” 로스코 회장의 말이다.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기혼이고, 학교나 직장에 다닌다.

‘자신 없냐’는 말에 자극 받아 시작한 것이 세계챔피언까지

‘아담스 패밀리’ 댄스.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아담스 패밀리’ 댄스.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

알렉산드라 베르드니크는 러시아 챔피언, 세계 챔피언, 유럽 챔피언 타이틀을 여러 번 거머쥐었고 소치 패럴림픽 개폐회식에 참가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휠체어댄스 그룹에서 활동했지만 2007년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저는 정말 춤을 추고 싶었어요. 그런데 댄스그룹에서 알고 지냈던 막심이라는 친구가 자신이 다니는 휠체어댄스 클럽 연습에 와보라고 조언을 해줬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 없어?’였어요.”

댄스 동영상 ‘아담스 패밀리’ 보기

이 말에 자극을 받은 알렉산드라는 클럽에 찾아왔고 그곳에 남았다. 이제 그녀는 대회에 참가하느라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덕분에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게 되었고 스페인어 공부도 시작했으며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되었다.

“휠체어에 앉아 춤을 춘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에요. 처음에는 연습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옷을 입은 채 쓰러져 잘 정도였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해 버립니다. 하지만 마룻바닥 위에서 느끼는 희열은 춤이 아니면 줄 수가 없어요. 그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나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됩니다.” 알렉산드라가 말한다.

휠체어댄스 국가대표팀은 올해 카자흐스탄과 핀란드에서 열리는 오픈 선수권대회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 유럽 챔피언대회에 출전한다. 이런 대회에 출전하려면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다. “대표팀을 지도하는 트레이너들은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집안 대대로 바가노프 러시아발레아카데미와 연관이 있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선수 양성 프로그램의 수준이 아주 높아요.” 로스코 회장의 말이다.

“리우올림픽에는 못 갑니다”

콘스탄틴 바실리예프, 휠체어댄스클럽의 트레이너.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콘스탄틴 바실리예프, 휠체어댄스클럽의 트레이너.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

“이게 뭐야? 이게 정말 차차차야? 룸바는 그래도 봐줄만 한데 나머지는 전부 더 연습해야 해!” 휠체어댄스클럽의 트레이너 콘스탄틴 바실리예프가 세계챔피언들을 매섭게 지도하고 있다.

콘스탄틴 바실리예프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이자 러시아 대표팀 코치다. 작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훈 트레이너' 칭호를 부여 받았다.  “휠체어댄스는 패럴림픽의 공식 종목이지만 올림픽 종목에는 들어가 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우리는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합니다. 예산이 올림픽 종목을 기준으로 해서 배정되기 때문이지요.”

러시아 대표팀은 매우 특별하다고 바실리예프 코치는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러시아에서 싱글댄스 종목이 탄생했고 현재 전 세계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휠체어 선수에게 파트너를 찾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다. “싱글 부문뿐만 아니라 기존 종목과는 달리 아크로바틱을 허용하는 콤비프리스타일도 러시아에서 시작된 겁니다. 특히 중남미에서 콤비프리스타일을 좋아해요.” 바실리예프 코치의 말이다.

휠체어댄스 세계 챔피언 대회.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휠체어댄스 세계 챔피언 대회. 출처 : 휠체어댄스 클럽 공보실

러시아는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옐레나 로스코 회장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90년대 말에 그녀가 직접 조직했던 초기 대규모 대회를 기억해보면 자원봉사자도, 인프라도 없었고 공항에서 참가 선수를 맞이할 사람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있으며 상황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고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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