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를 잘 하고 싶은 당신에게 주는 조언 몇 가지... '모스크바를 벗어나라'등

아자이 카말라카란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이 처음에는 버거운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주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인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하는 문법 등 여러 실수에 아주 관대하니 지레 쫄지 말자.

2003년 어느 따뜻한 봄날 아침 나는 영어를 배우는 러시아 대학생들을 만나 사할린에서의 나의 삶에 대해 말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두 층을 뛰어올라 간 나는 숨을 고르면서 학생들 앞에서 내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고 말았다! 내가 “야 포테랼 오리엔타치유(Я потерял ориентацию, 나는 방향을 잃었어요)”라고 말하자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된 것이다. 나는 사실 길을 잃어서(I lost my way) 늦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데 졸지에 커밍아웃을 할 꼴이 된 것이다.

“여자친구분이 상처받겠어요.” 한 학생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서야 나는 대학생들 앞에서 러시아어 실력을 과시하려다가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렀는지 깨달았다.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사 개월 정도로 아직 언어의 뉘앙스를 알아갈 때였다.

그날 난 바보가 됐지만, 러시아인들이 외국인의 문법 등 언어적 실수에 몹시 관대하다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이후 몇 달간 용기를 갖고 쉬지 않고 러시아어로 말했다.

작은 도시로 떠나라

경력이 거의 40년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타마라 바실리예브나 치코바는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전설적 인물이다. 타마라 선생님은 작년 러시아어 교사 경력 50주년을 기념했다.

러시아로 올 때 나는 당시 이미 러시아어로 읽고 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저녁 수업 중에 타마라 선생님은 내 노트를 들어 찢어버리면서 내가 글씨체를 바로잡을 때까지 진도를 더 나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나는 알파벳 쓰기로 다시 돌아갔다!

타마라 선생님은 노년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혁신적인 교육법에 관심이 많았다. 선생님은 내 문법 지식이 탄탄해졌다고 확신한 이후부터는 실용회화에 집중하셨다.

타마라 선생님은 나와 함께 시장에 나가 내게 직접 러시아어로 흥정을 하게 만드는 등의 비전통적인 교수법을 전통적 교수법과 병행하셨다. 덕분에 나는 훨씬 쉽게 러시어를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6개월도 안 돼 러시아어로 그럴 듯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사할린에 살았고 석유가스 붐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사할린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어를 진지하게 배우려는 학생에게 내가 가장 먼저 해주는 충고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벗어나 지방의 작은 도시에 있는 대학에 등록하라는 것이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교류하려면, 혹은 단지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도 언어를 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큰 동기가 될 수 있다.

오래된 더빙 영화들을 찾아보자

할리우드 영화는 1990년대 초반에 처음 러시아에 더빙되어 소개됐다. 완벽한 더빙기술을 사용하는 요즘과는 달리 옛날 영화를 보면 러시아어 더빙 뒤로 영어 대사가 작게 같이 들린다. 그것은 내가 러시아 표현의 정확한 뜻을 공부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다.

1990년대에 더빙된 영화 DVD를 구해보시라. 러시아어를 훨씬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라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좋은 동기가 사랑이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처럼 됐다. 러시아 애인이 생긴다면 당신은 곧 유창한 러시아어를 말하게 될 것이다.

알렉산드르 푸시킨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를 러시아어로 외운 나의 노력은 큰 결실을 낳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푸시킨의 아름다운 시 ‘당신을 사랑했어요(Я вас любил)’를 읊는 것이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러시아어 구절이 필요하다면 인터넷에서 무궁무진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찾아낸 표현을 데이트에서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다른 러시아 친구에게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한번은 한 미국 남자가 러시아 여자에게 ‘크라스나야 글라자’를 가졌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자신의 눈이 빨갛지 않고 녹색이라는 것뿐이었다. 그 신사는 ‘크라시바야(아름다운)’와 ‘크라스나야(빨간)’이란 단어를 헛갈렸던 것이다(물론 형용사 어미변화도 틀렸다 - 편집자 주).

남자들끼리 술자리

러시아 술친구가 있다면 러시아어 욕을 한두 마디 배우게 될 수 밖에 없다. 술은 러시아 남자들에게 훨씬 더 정치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들을 하게 만드는데 외국인으로서는 이때가 격식차린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표현과 단어들을 실제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전에는 친구들이 ‘블랴티(блядь, 매춘부)’라는 의문의 단어를 왜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지 몰랐다. 알고보니 이 단어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영어의 여러 욕설을 대체할 수 있는 만능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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