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대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길게 늘어선 줄 5가지

예금을 보호하려고 환전소 앞에 늘어선 줄.

예금을 보호하려고 환전소 앞에 늘어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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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줄의 나라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람들은 부족한 식품이나 상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경제 위기와 전쟁 때는 빵과 비누, 소시지를 얻으려고 줄을 섰고 배부른 때는 유고슬라비아산 부츠와 폴란드산 가구, 아니면 1990년 소련 최초로 모스크바에 문을 연 맥도날드 매장 앞에 늘어선 전설적인 줄처럼 진짜 특이한 뭔가를 얻기 위해 줄을 섰다.

소련 붕괴 이후 25년 동안 러시아에는 ‘상품 부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세대의 러시아인이 등장했다. 그러나 줄 문화는 현대 러시아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줄을 서서 얻으려 한 것이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Russia포커스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두드러졌던 줄 문화 사례를 찾아 누가 왜 줄을 섰는지 알아 봤다.

‘유로-2008’ 러시아-잉글랜드 예선전 관람 대기 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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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7일 러시아와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사이에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유로-2008’ 예선전에서 결정적인 경기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런 경기는 모스크바 스타디움들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의 대결은 전례 없는 흥분을 자아냈다. 러시아 축구 팬들은 입장권 판매 몇 달 전부터 입장권을 예약한 건수가 57만 건이 넘었다.

입장권 판매는 10월 8일 시작됐다. 사람들은 판매 전날 저녁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판매 첫날 줄은 1~1.5km에 달했다. 암표가는 정가의 10배를 호가했다. 입장권은 총 7만 장 이상 판매됐다. 러시아 축구 대표팀은 잉글랜드를 2:1로 물리치고 ‘유로-2008’ 본선에 진출함으로써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성모의 허리띠’에 대고 소원을 빌기 위해 늘어선 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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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에는 기독교 성물로 유명한 ‘성모의 허리띠(Пояс Пресвятой Богородицы)’가 이탈리아 프라토 대성당에서 러시아로 들어와 전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성모의 허리띠’는 그해 10월 20일에서 11월 23일까지 러시아 12개 도시 성당에서 전시됐고 도시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성당을 찾았다. 순례자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모스크바로 성물이 전시된 구원자예수대성당 앞에 늘어선 줄은 5km에 달했다. 러시아정교회 자료에 따르면, ‘성모의 허리띠’가 모스크바에 머문 닷새 동안 이를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의 수는 약 1백만 명에 달했다.

‘동방박사의 예물’에 대고 또 한 번 소원을 빌기 위해 늘어선 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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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에는 정교회의 또 다른 유명한 성물인 ‘동방박사의 예물(Дары волхов)’이 러시아를 찾았다. 이 유물은 그해 1월 6일부터 17일까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시됐다. 성물이 그리스 밖으로 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전시회가 열린 모스크바 구원자예수대성당에는 1km에 달하는 줄이 1주일간 이어졌는데, 약 14,000명이 동시에 줄을 섰다.

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해 버스 23대가 동원됐고 간이화장실 160개가 설치됐으며 의료진 8개팀이 가동됐다. 또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과 내무군 소속 군인 800명이 배치됐다.

예금을 보호하려고 환전소 앞에 늘어선 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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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하반기에는 서방 국가들의 대러 경제 제재 도입과 유가 하락으로 루블-달러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해 8월부터 11월까지 루블화는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약 50% 절하됐다. 루블화 가치는 2014년 12월 15일 하루만에 10% 하락하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 말미암아 12월 하순 러시아 전역의 도시들에서는 예금해 놓은 루블화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화로 바꿔 놓으려는 사람들로 환전소 앞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2014년 12월에는 외화 매입 외에도 아파트(러시아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장기 투자로 간주된다), 외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12월까지 ‘이전 환율’로 판매됐다) 구입 거래량이 급증했다.

천재 화가 세로프의 그림을 보려고 늘어선 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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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분관에서 2014년 10월 7일부터 열리고 있는 발렌틴 세로프의 그림 전시회가 현대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19세기 러시아의 주요 초상화가 중 한 명인 세로프의 작품을 보려고 지금까지 미술관을 찾은 누적 관객 수는 약 44만 명이다.

세로프의 많은 유명 작품들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항시 전시되고 있지만, 이번 전시회처럼 큰 관심을 끈 적은 이전에 없었다. 새로운 전시회는 각 작품에 얽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독창적인 전시 방법 덕분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모스크비치들은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영하 15도의 강추위 속에 평균 4~5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애초에 전시회는 금년 1월 17일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사상 유례없는 관심에 처음에는 1월 24일까지, 그다음에는 1월 31일까지 두 번에 걸쳐 전시회를 연장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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